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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는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친환경적이고 신체에 유익한 여행 수단이다.
두 다리만 있으면 가능하고,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며, 운동 효과도 뛰어나다.
현대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느릿느릿함과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무장한 도보 여행은 점점 더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 덕분에 제주도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은 오래전부터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인구 350만 명이 살아가는 부산은 다채로운 면모를 가진 도시다.
예부터 산과 바다, 강이 아름다워 '삼포지향(三抱之鄕)'이라 불렸다.
지금은 번화한 시가지, 수많은 피서객을 불러들이는 바다,
낙동정맥에서 갈라져 나온 산, 골짜기 사이를 흐르는 강과 호수가 어우러져 있다.
이러한 요소들을 연결해주는 것은 3천㎞가 넘는 도로이다.
그중 '갈맷길'은 부산시와 시민, 걷기 동호회가 설문 조사와 현장 조사를 통해 선정한 명품 길이다.
사람과 물류가 오가는 통로가 아니라 생태와 문화,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흥미로운 길이다.
사단법인 '걷고 싶은 부산'의 이성근 사무처장은
"부산은 700리에 미치는 해안을 중심으로 질곡과 번영의 역사가 녹아 있는 곳"이라며
"경치가 좋은 해안이 1990년대 중반까지 군사보호지역으로 묶여 있었던 탓에 자연이 거의 훼손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안리∼이기대∼자성대길' 중 일부 코스도
탐방객을 받아들인 지 20년이 되지 않아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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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겨져 있던 비경 속으로 들어가다
자동차로 광안리에서 자성대까지 가면 거리가 6.5㎞에 불과하지만, 갈맷길은 23㎞이다.
이렇게 거리가 늘어난 주된 이유는 절경을 자랑하는 이기대(二妓臺) 공원의 해안 산책로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1993년 일반에 개방된 이기대는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굽이를 돌 때마다 유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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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이기대 해안 산책로가 놓인 이기대 어귀 삼거리와 분포초등학교까지는 걸어서 50분 정도 걸린다.
이 구간에는 광안리 해변 외에는 특출한 볼거리가 없으므로, 삼거리를 출발점으로 삼아도 좋다.
바다와 바위, 소나무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기대 공원에는 가끔 바닷바람이 불어오지만, 아주 차갑지는 않다.
부산의 겨울 평균 기온은 서울보다 5∼10도 높아서 한결 따뜻하게 느껴진다.
부산의 명물인 오륙도 해맞이 공원까지 계속되는 이기대 공원의 해안 산책로에는
부처가 아기를 안고 있는 듯한 농바위를 비롯해 기묘하게 생긴 지형이 숨어 있어서 그리 지루하지 않다.
낚시꾼과 유람선으로 왁자한 오륙도의 다음 행선지는 상대적으로 발길이 뜸한 신선대이다.
파도가 침식 작용을 일으켜 만들어진 해안가 절벽으로 유원지 입구부터 20여 분을 오르면 전망대에 닿는다.
컨테이너 터미널 너머로 영도, 태종대, 한국해양대학교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곳은 신선대뿐이다.
서쪽을 향해 있어 특히 일몰 광경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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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대 전망대를 내려오면서부터는 평범한 차도를 걷게 된다.
한국전쟁에 파병됐던 유엔군 전몰장병의 유해가 안장돼 있는 유엔기념공원에 들른 뒤
부산외국어대학교, 장고개, 문현동 곱창골목을 지나치면 최종 목적지인 자성대까지 1.2㎞가 남는다.
자성대는 임진왜란 때 왜군이 부산진의 지성(支城)으로 지었다는 성으로 1974년 복원 공사가 단행돼 오늘날에 이른다.
주변이 공원으로 꾸며져 있어서 8시간의 걷기 여행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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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서 발원한 강은 경상도의 옥토를 적신 뒤 부산에서 남해로 흘러든다.
'낙동강 하구길'은 500㎞가 넘는 낙동강에서 하류의 14.3㎞를 일컫는다.
구포역에서 을숙도까지로, 부산에서도 생태 환경이 독특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넓은 강은 물론 습지와 섬이 있고, 어류와 패류가 풍부해 겨울이면 북쪽에서 다양한 철새가 찾아온다.
그래서 1970년 전후까지는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하지만 낙동강 하구는 한국 경제가 비약적인 발전을 하던 1960년대부터 개발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주민들이 밭농사를 짓는가 하면, 쓰레기 처리장이 세워졌고, 갯벌에서는 매립 작업이 진행됐다.
생태계의 균형이 파괴되고 철새의 수가 급감하자,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 결과 습지 보호 지역, 부산시 특별 관리 해역으로 지정돼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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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 여행의 출발점인 구포역은 서울에서 KTX 열차가 하루에 20차례 정도 운행되고, 지하철도 있어서 교통이 편리하다.
구포역에서 낙동강 둑을 따라 을숙도 쪽으로 3㎞쯤 걸으면 국내 최대의 자연 둔치에 조성된 삼락 강변공원이다.
본격적인 생태 탐방이 시작되는 곳이다.
대부분이 습지인 삼락 강변공원은 농구, 야구, 축구, 국궁 등
다양한 체육 시설이 위치해 있고 야생화 단지와 유채꽃밭, 산책로가 있는 휴식처다.
공원에는 농로를 활용하고 자연 지형을 살려 만든 길이 모세혈관처럼 뻗어 있다.
낙동강 하구길에는 속하지 않지만,
삼락 강변공원 건너편의 맥도 생태공원에도 길이 6.5㎞, 폭 2m 정도의 흙길이 있어서 걷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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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락 강변공원을 빠져나온 뒤에는 강변대로의 인도를 걸어서 을숙도로 이동한다.
이 길은 다소 운치가 떨어지므로, 지하철 하단역에서 시내버스나 마을버스를 타고 을숙도로 가도 된다.
강의 토사가 쌓여 형성된 을숙도는 섬 전체가 공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중심에 생태교육 시설인 낙동강 하구 에코센터가 있다.
아이들의 현장학습 장소로 이용되는 낙동강 하구 에코센터는 갈대와 철새를 관찰하기 좋게 설계됐다.
흰죽지, 물수리 등의 조류와 농어, 잉어, 황태 같은 어류의 모형이 전시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유리창 아래로 햇볕을 쬐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새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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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고니를 비롯해 왜가리, 가마우지, 각종 오리들이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월동을 위해 몰려온다.
그중 절정을 이루는 시기는 가장 추운 1월이다.
전시실에는 형태가 서로 비슷한 오리의 종을 구분하고 새들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망원경이 설치돼 있다.
낙동강 하구 에코센터에서 하구의 역사와 습지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밖으로 나서면 갈대가 무성한 습지 옆으로 길이 나 있다.
이 길을 거닐다 보면, 자연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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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이 아니라면 해운대를 즐기는 최고의 방법은 걷기다.
고운 모래가 깔린 해변 뒤로 고층빌딩이 밀집한 해운대는 언뜻 보기에는 걷기와 어울리지 않는 듯싶지만,
해변과 이어진 길들을 잠시만 거닐면 이러한 생각이 금세 바뀐다.
전체 길이가 8.4㎞로 부산 갈맷길 가운데 가장 짧은 해안길인 '해운대 삼포길'은 동백섬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시작된다.
2005년 APEC 정상회의가 열렸던 누리마루와 해운대의 경치에 감탄했다던
최치원의 동상을 지나치면 목재 데크로 된 산책로가 나타난다.
우거진 소나무 너머로 해운대의 전경이 펼쳐지는데, 젊은 연인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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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호를 그리는 해운대 해수욕장을 통과하면 삼포 중에 첫 번째 포구인 미포에 다다른다.
영화 '해운대'에 자주 등장했던 미포부터는 거리에서 화려함과 소란스러움이 사라진다.
언덕을 따라 미술관과 고급 주택이 자리한 달맞이길은 이름처럼 은근한 매력을 뽐낸다.
봄날에는 분홍빛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상춘객으로 북적인다.
달맞이길을 천천히 오르다 보면 '문탠로드'라고 불리는 오솔길과 만나게 된다.
'문탠'은 피부를 햇볕에 그을리는 '선탠'처럼 달빛을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문탠로드는 달맞이 어울마당까지 2.2㎞에 달한다.
차도와 접한 달맞이길에서 벗어나 한가로이 명상에 빠지기 적당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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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탠로드의 종점이자 해운대 삼포길의 중간 지점인 달맞이 어울마당은 쉼터로 손색이 없다.
최근 세련된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문을 열어 차를 마시고,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달맞이 어울마당에서 다시 오솔길로 접어들면 청사포 방향이다.
청사포는 이따금 지나는 동해남부선 열차만이 정적을 깨우는 한적한 어촌으로, 바다 위에 서 있는 등대가 인상적이다.
횟집과 식당이 옹기종기 모여 있지만, 겨울에는 인적이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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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마루부터 3시간 남짓 걸었다면 해운대 삼포길이 끝나는 구덕포에 이른다.
구덕포는 청사포보다도 작은 마을로 송정 해수욕장과 붙어 있다.
갈매기 무리가 해변을 점령하고 있는 송정 해수욕장은 해운대보다 넓지만, 더 평화롭고 쓸쓸하다.
걷기 여행을 마무리하고 일상을 준비하기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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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풍광이 아름다운 길은 대부분 갈맷길에 속해 있다.
▲ 가덕도길, 때 묻지 않은 해안길 =
부산의 남서쪽에 위치한 가덕도는 지난해 12월에 개통된 거가대교 덕분에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부산의 현관에 해당되는 가덕도 쪽은 침매터널로 건설돼 다리가 조그맣게 보인다.
선창에서 시작되는 가덕도길은 동쪽 해안을 걸은 뒤 대항선착장을 찍고, 섬 중앙을 관통해 돌아오는 코스다.
특히 해안가 길은 차가 다니지 않아서 고즈넉한 정취 속에서 산책하기에 좋다.
길이는 18.7㎞, 소요 시간은 8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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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색하기 좋은 회동 수원지길 = 부산 지하철 1호선의 종점인 노포동역이 기점으로 양산이 지척이다.
회동 수원지는 수영강의 흐름을 막아 조성한 부산 시민들의 식수원이자 휴양처로 저수지의 면적이 꽤나 넓다.
노포동역에서 회동 수원지까지는 약 3.8㎞로 금정체육공원부터 강을 따라 걸으면 된다.
상현마을부터 동대교까지는 수원지를 끼고 이동하는데, 겨울에는 이따금 철새가 찾아오기도 한다.
동대교에서 도착점인 APEC 나루공원까지는 수영강변을 걷는다.
길이는 18.7㎞이며, 5시간 정도 예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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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찰과 산성을 돌아보는 금정산길 = 금정산(金井山)은 산정에 금빛 우물이 있다는 연유로 현재의 이름이 붙었다.
출발점은 지하철 범어사역이며, 범어사를 지나면 금정산 등산이 시작된다.
원효봉, 의상봉, 동문에 이르는 길을 걷다 보면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도착점은 성지곡 수원지이며, 길이는 19.8㎞, 6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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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겹고 아련한 근대 역사의 길 = 갈맷길 가운데 가장 짧은 길로 길이는 6㎞, 걷는 데는 2시간이 걸린다.
감천고개 꼭대기의 감정초등학교에서 출발하는데,
구불구불한 마을의 골목을 훑은 뒤 아미골 길을 따라 내려가면 광성사와 마주한다.
이곳부터 부산의 구도심이자 근대의 향기가 배어 있는 길을 본격적으로 탐방하게 된다.
일제강점기 동양척식회사 건물이었던 부산 근대역사관,
60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보수동 헌책방 골목과 국제시장을 지나친다.
광복동을 기웃거리다 보면 도착점인 자갈치 시장에 닿는다.
▲ 부산 갈맷길, 여기도 걸어 보세요
길 명칭 | 시작점 | 도착점 | 길이 | 소요 시간 |
장림∼다대포∼ 두송반도길 |
장림 동아제과 | 감천동 | 21.6㎞ | 7시간 |
암남공원∼절영로 ∼태종대길 |
모지포 삼거리 | 태종대 유원지 입구 |
17.8㎞ | 8시간 |
대변해안길 | 기장군청 | 구덕포 | 19.7㎞ | 6시간 |
수영강∼온천천길 | 동대교 | 동래역 | 15.5㎞ | 4시간 |
승학산길 | 동아대 구덕캠퍼 스 |
동아대 승학캠퍼 스 |
10.5㎞ | 3시간 |
장산 순환 허리길 | 반송도서관 | 장산역 | 13.4㎞ | 4시간 |
백양산길 | 어린이대공원 | 운수사 | 19.4㎞ | 6시간 |
황령산길 | 협진태양아파트 | 문전역 | 8.7㎞ | 3시간 |
일광테마임도 | 상현마을 | 기장역 | 19.5㎞ | 6시간 |
봉래산 둘레길 | 어울림 문화공원 | 어울림 문화공원 | 7.3㎞ | 3시간 |
엄광산, 구봉산길 | 대신공원 | 중앙공원 | 9.2㎞ | 3시간 |
동래 문화유적지 탐방길 |
동래부동헌 | 동래온천 노천족 탕 |
8㎞ | 4시간 |
원도심 옛길 | 자성대 | 자갈치 시장 | 14.2㎞ | 6시간 |
부산포 흔적길 | 자갈치역 | 자갈치 시장 | 8.7㎞ | 3시간 |
사진/이진욱 기자(cityboy@yna.co.kr), 부산시청 제공ㆍ글/박상현 기자(psh59@yna.co.kr)
(대한민국 여행정보의 중심 연합이매진, Yonhap Imazine)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1/06 09: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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