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 이수인
나무도 생각을 한다 벗어버린 허전함에 눈물이 난다 빈가지 세워 올려다 본 회색빛 바다 구름 몇 점 잔잔한 파도를 타고
아직 남겨진 몇 개의 사연들은 미련 없이 저 자유의 바다로 보내리라
나무는 제 몸에서 뻗어나간 많은 가지와 그 가지에서 피어나는 꽃과 이파리 열매를 위하여 그 깊고 차가운 어둠 속을 향해 치열하게 뿌리를 내려가며 고독의 길을 끝없이 간다
인생 그 누구라도 겨울나무처럼 홀로된 외로움 벗어버린 부끄러움에 울어보지 않았으리 수없이 많은 사연의 가지를 지니고 여러 갈래의 뿌리를 두르고도 단 하나의 심장으로만 살아가지 않는가
빈 가지마다 눈꽃 피어났던 자리에 봉긋 봉긋 솟아나는 봄의 푸르름도 겨울가면 반드시 온다는 진리이기 보다 시련 뒤에 찾아오는 선물이라는 것을 겨울나무는 벌써 알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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