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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겨울나무 / 이수인

by 맥가이버 Macgyver 2011. 1. 9.

겨울나무 / 이수인

 

 

나무도 생각을 한다

벗어버린 허전함에 눈물이 난다

빈가지 세워 올려다 본 회색빛 바다

구름 몇 점 잔잔한 파도를 타고

 

아직 남겨진 몇 개의 사연들은

미련 없이 저 자유의 바다로 보내리라

 

나무는 제 몸에서 뻗어나간

많은 가지와 그 가지에서 피어나는

꽃과 이파리 열매를 위하여

그 깊고 차가운 어둠 속을 향해 치열하게

뿌리를 내려가며 고독의 길을 끝없이 간다

 

인생 그 누구라도 겨울나무처럼

홀로된 외로움 벗어버린 부끄러움에

울어보지 않았으리

수없이 많은 사연의 가지를 지니고

여러 갈래의 뿌리를 두르고도

단 하나의 심장으로만 살아가지 않는가

 

빈 가지마다 눈꽃 피어났던 자리에

봉긋 봉긋 솟아나는 봄의 푸르름도

겨울가면 반드시 온다는 진리이기 보다

시련 뒤에 찾아오는 선물이라는 것을

겨울나무는 벌써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