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 울 나 무의 꿈
- 이수인 -
나무는 꽃 피울 희망 하나로 긴 겨울을 보낸다
차가운 북풍 온몸을 흔들어도 뿌리가 깊은 나무는 흔들림이 적다
초록이 풍성한 봄을 기다리는 나무에게 벗겨진 아픔은 하나의 시련이다
벗어버린 빈 가지에 새 한 마리 날아들지 않는 절대 고독의 겨울
그러나 깊은 밤 어느새 내려온 별들이 가지 끝에 걸터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초승달도 간간 가지 사이에 앉아 날이 밝는 줄 모르고 밤을 꼬박 지새운다
가지에 몇 개의 초롱한 별이 내려오면 초저녁 밤이다
가지마다 별 떨기들이 초롱초롱 꽃을 피우면 깊은 밤이다
가지에 초승달이 걸터앉아 졸고 있으면 새벽녘이다
이렇게 나무는 사람들이 모르는 저만의 사연을 엮어가며 긴 겨울밤을 보낸다
오직 봄에 피워내야 할 푸른 잎사귀와 꽃을 위하여
혹독한 추위와 고독의 시간을 보내지만 우리가 모르는
또 하나의 애틋한 겨울 이야기가 숨어있다
그것마저 꽃피울 봄을 기다리는 지혜로운 나무의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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