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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충청 도보후기☞/☆ 태안 솔향기길

태안 솔향기길 - 해풍 전하는 솔향내에 젖다···태안 솔향기길 지도

by 맥가이버 Macgyver 2011. 4. 8.

해풍 전하는 솔향내에 젖다···충남 태안

 
 
태안 | 글·사진 윤대헌 기자 caos999@kyunghyang.com

 

태안(泰安)은 ‘국태민안(國泰民安)’의 준말.

‘마음이 크게 편안해 지는 땅’이라는 얘기다.

시인 김지헌은 ‘누구든 태안반도에 들어서면 안온하고 온유하고 평안해진다’고 했다.

천연송림과 해안선이 아름다운 이 곳에 새 길이 뚫렸다. 이른바 ‘솔향기길’.

오른쪽 허리춤에 바다를 끼고 소나무 사이를 헤집고 가는 길이다.

걷는 내내 해풍에 젖은 솔향기가 싱그럽다.

발길 닿는 곳, 눈길 주는 곳마다 사연이 배어 있어 삶의 향기도 짙게 풍긴다.

솔잎으로 융단을 깐 숲길, 그 위로 쏟아지는 봄 햇살이 눈부시다.

 

 

만대포구

 


국내 유일의 해안국립공원을 가진 충남 태안은 삼면이 바다다.

해안선의 길이가 자그마치 530.8㎞에 이른다.

솔향기길은 태안반도 북쪽 끄트머리 이원면 해안가에 조성된 생태문화탐방로다.

현재까지 조성된 코스는 모두 4개. 이 중 풍광으로 따지면 1코스가 으뜸이다.

당봉과 큰봉, 후망산, 산재산으로 이어지는 산자락에 뚫려 있다.

만대에서 출발해 당봉전망대, 여섬을 거쳐 꾸지나무골해수욕장까지 10.2㎞ 거리.

쉬엄쉬엄 걸어서 4시간쯤 걸린다.

당초 이 길은 이원면민회 회장을 맡고 있는 차윤천씨(60)에 의해 탄생했다.

태안 앞바다에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했던 2007년, 당시 자원봉사자들이 기름을 걷어내기 위해

가파른 산길을 위태롭게 오르내리는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한 나머지 길을 닦고 줄을 매달았다.

한데 바다로 툭 터진 곳에서 아름다운 풍광이 눈에 들어온 것.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해안을 낀 산책로다.

차씨는 이 때부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삽과 곡괭이를 들고 길을 닦았다.

이후 지난해 10월 태안군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길을 넓히고 부대시설을 설치해 제법 모양새를 갖췄다.

 

솔향기길

 


솔향기길 중 여섬으로 내려가는 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차씨는

“혼자 길을 개척하다보니 온몸에 상처를 달고 살았다”며

“당시에 내가 고생한다고 막걸리를 사들고 찾아왔던 친구들과 마을 주민들이 고맙기만 하다”고 말했다.

1코스는 만대(萬垈)에서 출발한다.

만대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 곳’이라는 뜻.

 시쳇말로 ‘가다가다 그만 가고 만대’라는 말처럼 태안반도 북쪽 가로림만 끝자락에 있다.

작고 아담한 포구마을은 소박하다.

 

만대항

 


산행 들머리인 만대항을 둘러본 뒤 숲길로 든다.

초입은 깎아지른 듯한 바윗길이다. 하지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산자락 유순한 언저리를 돌아가는 숲길은 굽이굽이 선이 곱다. 산이 높지 않아 부담도 없다.

중간 중간 바다로 터진 곳엔 비경이 숨어 있다.

자연훼손이 적은 만큼 숲은 원시자연의 냄새로 가득하다.

솔향기는 은은하고 흙냄새는 구수하다.

서해를 바짝 끼고 솔숲 사이로 끝없이 이어진 길.

행여 ‘심심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곳곳에서 불쑥불쑥 나타나는 재미난 이름의 명소가 줄줄이 이어진다.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해변, 크고 작은 섬을 품은 바다풍광도 시선을 자주 뺏는다.

 

삼형제 바위

 


물맛이 독특하다는 산수골 샘물을 지나자 작은 구매·큰 구매 수둥(해변)이 품을 벌린다.

모래와 자갈이 몸을 섞은 해변은 아담하다.

썰물 때 드러나는 갯벌에는 조개와 굴, 고둥, 낙지가 지천이다.

고개를 들어 북쪽을 바라보니 ‘삼형제 바위’가 우뚝하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삼형제가 어느 날 어머니가 뻘일을 나가 돌아오지 않자

나란히 앉아 어머니를 부르다 앉은 채 죽어 바위가 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어지는 큰 구매·입성끝 쉼터는 조망권이 좋다.

바다건너 황금산 능선이 확연하다. 돗단여와 장안여, 풍도가 한눈에 잡힌다.

장안여는 육지에서 200여m 떨어져 있는 바위섬. 만조 때 물에 잠긴다.

이 때문에 여객선이 침몰해 1998년 등대를 설치했다. 이원면 유일의 등대다.

 

 


여기서 몇 걸음 더 옮기자 ‘붉은 앙뗑이’와 ‘중떨어진 앙뗑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앙뗑이는 ‘절벽’의 태안 사투리.

붉은 앙뗑이는 인근의 돌과 흙이 붉은 빛을 띠어 붙여진 이름이고,

중떨어진 앙뗑는 나무열매를 따던 중이 절벽에서 떨어진 자리란다.

사연이야 어쨌든 해학적인 지명에 웃음이 난다.

세막금을 지나면 당봉(만대) 전망대다.

출발점에서 2㎞ 떨어진 이곳은 삼면의 바다가 한눈에 잡힌다.

일출과 일몰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제법 넓은 공간엔 정자를 세웠다.

해안을 따라 줄줄이 이어진 헤먹쟁이, 샘너머, 근욱골 해변, 노루금, 칼바위, 큰노루금,

수룽구지, 가마봉, 부부소나무 등도 저마다 사연을 품고 있다.

두 그루의 나무가 서로 얼싸안은 부부소나무를 지나면 악너머고개.

오르막과 해변으로 내려서는 길이 가파르다.

장딴지가 뻑뻑해질 즈음 “악”소리가 절로 나온다.

바위틈에서 솟는 독특한 맛의 약수가 이곳에 있다.

숲길은 내내 소나무로 울창하다. 한여름 땡볕에도 그늘을 만든다.

겨울을 견뎌낸 소나무는 짙고 깊게 푸르고, 길바닥에 깔린 솔잎은 융단 같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향긋한 솔향기가 코를 찌른다.

아직까지 덜 알려진 까닭에 한적하고 고요한 길은 솔바람 소리와 새소리, 파도소리가 청아하다.

한국전쟁 당시 파놓은 참호와 녹슨 철조망도 눈에 띈다.

숨이 차오르는 지점마다 쉼터가 있고 통나무로 의자를 만들었다.

의자 몸통에는 유명시인의 시가 적혀 있다.

사색에 빠져 잠시 시름을 놓는다.

 

여섬

 


중간 지점에 이르자 여섬이 반긴다. 20m 높이의 작은 섬이다.

이원방조제 축조 후 제방 안에 있는 섬은 육지가 돼 단 하나 남은 섬이다.

그 옛날 남을 여(餘)자를 붙여 ‘여(餘)섬’이라 부른 선인들의 예견이 흥미롭다.

여섬은 바위로 둘러싸여 있다.

들물(밀물)에 유속이 빨라지면 바위를 때리며 물보라를 일으키는 파도가 장관이다.

게다가 인근에 어족이 풍부해 최고의 갯바위 낚시터로 꼽힌다.

여기서 종착점인 꾸지나무꼴해수욕장까지는 돌앙뗑이와 지레너머,

중막골, 꾀깔섬, 용난굴, 별쌍금 전망대, 차돌백이, 와랑창 전망대를 거쳐 간다.

1코스 중 유일한 해식동굴인 용난굴(용이 나온 굴)은 그 옛날 용이 승천한 곳.

 숲길을 버리고 해변으로 나선다.

동굴 속으로 18m쯤 들어가면 굴은 두 갈래.

용이 승천하기 위해 밀고 나왔다는 굴문(바위)이 입구에 덩그러니 남아있다.

 

화력발전소 야경

 


길은 후반부에 이른다. 봄기운이 완연한 탓일까. 등줄기에 땀이 흥건하다.

새하얀 차돌이 해변을 가득 메운 차돌백이에 이르자 순간 가슴이 확 트인다.

해변에선 자연산굴을 따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시 숲길로 들어서 전망대에 오른다. 이름이 ‘와랑창’이다.

화력발전소와 이원방조제가 한눈에 잡히는 전망대는 절벽 아래에 수직굴이 뚫려 있다.

파도가 거세면 ‘와랑 와랑’ 소리가 들린단다.

 

해병대아카데미

 


종착점인 꾸지나무골해수욕장이 코앞이다.

솔숲과 깨끗한 모래사장이 자랑인 해수욕장은 주변에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인기다.

인근 해병대아카데미도 명물.

이원면 전
노인회장 전용유씨는

 “솔향기길에는 소나무와 엄나무, 두릅나무, 소사나무가 군락을 이뤄 산림욕에 좋다”며

“야생화가 꽃을 피우고 새순이 돋으면 꽃향기와 솔향기에 취해 걷는다”고 말했다.

기세를 죽인 해가 바다로 빨려든다.

서둘러 안뫼로 나선다.

이원면과 이웃한 원북면 방갈리 안뫼는 꽃지와 더불어 태안 최고의 해넘이 명소.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한 그루가 어느새 해를 이고 있다.

발품으로 고단한 하루의 노고가 해풍에 쓸려 노을에 잠긴다.

 

안뫼 낙조

 


▲여행정보

▲찾아가는 길:서울→서해안 고속도로 서산IC→태안→603번 국도 원북 이원 방향→만대

▲주변 볼거리:원북면 신두리에 위치한 두웅습지는 람사르총회에 등록된 습지 중 가장 작은 보존습지다.

 입구에서부터 정자까지 나무데크로 이어져 운치를 더해주는 습지는

금개구리, 흰뺨검둥오리, 표범장지뱀, 아기마름 등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이외에 학암포·파도리·만리포·천리포·몽산포해수욕장, 안면도자연휴앙림, 천리포수목원,

꽃지해안공원, 가의도·신진도, 백화산성, 이원방조제 희망벽화 등

 

두웅습지

 


▲맛집:만대수산(041-675-0108),

운영수산(041-675-3048), 조은회관(041-672-0063),

삼거리 한우식당(041-672-5017), 돌섬(041-672-9540) 등


▲숙박:솔향기길 주변에 자드락펜션(041-675-9908), 산토리니(041-675-0123),

블루라군(041-675-0045), 한옥펜션 별궁(041-675-7273) 등이 있다.

태안넷(www.taean.net) 숙박정보 참조


▲축제:몽산포항 쭈꾸미축제(4월), 산수향 6쪽마늘축제(6월), 별주부마을 어살문화축제(6월), 태안연꽃축제(6월) 등


▲솔향기길 코스:

(2코스·9.9㎞)꾸지나무골-가로림만-사목해수욕장-볏가리마을-희망벽화,

(3코스·9.5㎞)볏가리마을-당산임도-밤섬나루터-새섬리조트,

(4코스·12.9㎞)새섬리조트-호안·임도-청산포구-갈두천(풍천교회)

/모든 코스는 편도로 되어 있어 돌아오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문의:태안군청 환경산림과 (041)670-2797


ⓒ 스포츠칸 & 경향닷컴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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