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일이 쓸쓸할 때 / 박소향
사람 없이 혼자로도 행복하고 싶을 때 오후가 밀려드는 강가에 가 보라 거기 무수한 혈흔의 그리움이 숨어
아무도 모르게 은밀히 지나가는 쓸쓸한 행복 조금 보일지도 모른다
사랑 없이 혼자로도 충만하고 싶을 때 빛살 한 가득 화려한 저녁 바다로 가보라
거기 끊을 수 없는 절망까지 노을에 타는 눈부신 허무가 표 안나게 쏟아져 씁쓸한 소망 하나 수줍음도 없이 내가 던진 무수한 말에 물들어 갈 것이다
이제는 가슴 다 닳아버린 너처럼 미칠 듯 갑갑한 열정이 발갛게 터져 벌어진 틈새로 사랑은 졸고
어느 날 문득 사람 없이 사랑 없이 행복할 수 있는 걸 익히게 되는 사는 일이 쓸쓸하게 될 때
나는 농익은 나이가 들고 이별을 하고 바보가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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