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에게 / 김시습
處士本閑雅 처사본한아 이 사람은 본래 한적하고 아담하여
早歲好大道 조세호대도 어릴 적부터 큰 도를 좋아했네.
志與時事乖 지여시사괴 뜻과 때가 세상과 어긋나
紅塵跡如掃 홍진적여소 속세 흔적 하나도 없지.
少小遊名山 소소유명산 젊어서는 명산에 노닐며
甿俗不交好 맹속부교호 속된 바보들과 사귀지 않았네.
晩居瀑布傍 만거폭포방 늘그막엔 폭포 곁에 살며
欲作淸溪老 욕작청계노 맑은 시냇가의 늙은이로 살고자 했네.
世人那得知 세인나득지 세상 사람들 이를 모르고
尋常稱潦倒 심상칭료도 형편없이 되었다고 구시렁대네.
處士亦不猜 처사역부시 이 사람은 그런 말에 아랑곳 않고
每被風花惱 매피풍화뇌 바람에 지는 꽃잎을 괴로워할 뿐.
隱顯或無時 은현혹무시 지금은 드러냄과 숨음을 무시로 하며
期往蓬萊島 기왕봉래도 봉래도 가기를 기약한다지.
- 김시습 선집 '길 위의 노래' 에서 -
※ 봉래도=봉래산[蓬萊山]
중국 전설에서 나타나는 가상적 영산(靈山)인 삼신산(三神山) 가운데 하나.
동쪽 바다의 가운데에 있으며, 신선이 살고 불로초와 불사약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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