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이 길을 걸어요] 한탄강 한여울길
- 입력 : 2011.11.10 09:12 / 수정 : 2011.11.10 09:48
검은 협곡, 에메랄드 강물, 자줏빛 숲… 동화 속이 아닐까?
강원 철원평야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한탄강은 한여름 래프팅 코스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평원 한가운데를 깊이 20~30m의 협곡을 이루며 흐르는 한탄강은 굽이굽이 기묘한 바위와 깎아지른 듯한 벼랑, 여울을 휘돌아가는 물살로 계절에 관계없이 독특한 풍광을 자랑한다. 이 강변을 걷는 한여울길(5.2㎞)은 검은 현무암 협곡으로 이루어져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한탄강과 철원 평야의 들녘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다. 다른 강변길과 달리 수십m 아래로 흐르는 강물을 보고 걷는 길이다.
한탄강은 강 양쪽이 대칭을 이루는 현무암 협곡지대가 많지만, 한쪽은 현무암 수직 절벽이고 반대편은 완만한 경사를 보이는 화강암 지대가 나타나는 비대칭 협곡도 많다. 수직으로 깎여 내려간 절벽 구간에서는 아무 데서나 쉽게 강가로 접근할 수 없다. 사람 손이 덜 타다 보니 원시의 자연환경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 ▲ 한탄강의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을 잘 보여주는 송대소. 협곡 위 강변을 따라 들어선 산책길에서는 불그 스름한 늦가을 단풍과 에메랄드빛 강물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모습을 볼 수 있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gokorea21@chosun.com
◇임꺽정 전설이 서려 있는 협곡
한여울길은 승일교 옆에 있는 승일공원에서 출발한다. 승일공원은 여름철이면 래프팅 출발지로 북적이는 곳. 주차장이 넓어 승용차를 가져올 경우 이곳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6·25전쟁 때 격전지였던 철원에는 전쟁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승일교는 대표적 전쟁유적이다. 1948년 북한 땅이었을 때 북한 당국이 공사를 시작했으나 6·25전쟁으로 중단된 이후 1952년 미군 공병대가 완성했다. 그래서 다리 이름을 이승만의 '승(承)'과 김일성의 '일(日)'을 따와서 지었다고 한다. 또 6·25전쟁 때 한탄강을 건너 북진하던 중 전사한 박승일 대령을 추모하기 위해 다리 이름을 지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승일교는 현재 보도교로 이용되고 있으며, 차량은 바로 옆에 건설된 한탄대교로 다닌다.
승일교를 건너 도로 옆에 별도로 만들어진 산책로를 따라 약간 경사진 길을 250여m 가면 고석정(孤石亭) 관광단지가 나온다. 고석정 입구 사거리부터 강변 쪽으로 산책로가 이어지지만, 잠깐 길에서 벗어나 고석정에 들러보자. 철의삼각전시관 뒤로 이어진 길을 따라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면 된다. 고석정은 신라 진평왕 때 세운 정자로, 6·25전쟁 때 소실(燒失)된 것을 1971년 재건했다. 강물 한가운데 외롭게 서 있는 거대한 바위와 그 위에서 자라는 소나무 군락이 볼거리다. 임꺽정이 고석정 주변에 산성을 쌓고 은거하면서 관군에 쫓기면 바위 뒤 동굴에 숨거나 물고기로 둔갑해 강물에 숨곤 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고석정 관광단지를 나와 강변 쪽으로 가면 본격적으로 한여울길이 펼쳐진다. 20여m가 넘는 깊은 절벽의 검은 현무암과 군데군데 붉게 타오르는 단풍, 그리고 강변에 하얗게 드러난 화강암 사이로 흐르는 에메랄드빛 강물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가을 추수를 끝낸 철원평야에는 수백 마리의 쇠기러기떼가 한꺼번에 날아올라 장관을 이루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화산 폭발로 인해 생긴 현무암층이 모두 파헤쳐져 그 밑에 있던 화강암이 드러난 대표적인 곳이 마당바위다. 200평이 넘는 하얀 바위가 평평하게 펼쳐져 있다. 마당바위가 있는 곳을 조금 지나면 한탄강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서 남쪽 방향으로 강을 내려다보면 물이 굽이쳐 흘러내려 가는 모습이 마치 한반도 지도를 그려놓은 듯하다.
송대소(松臺沼)는 한탄강의 특성이 집약된 명소다. 오랜 세월 물과 바람에 깎인 현무암이 절단면을 따라 덩어리째 수직으로 떨어져 나가 30여m 높이의 기암절벽을 이뤘다. 소나무가 병풍처럼 서 있고 강물이 깊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벼랑은 수직으로 솟았으나 아래 흐르는 강물은 유유자적한 모습이다. 검은색 현무암과 붉은 단풍이 조화를 이룬다.
송대소 전망대에서 계단을 따라 강쪽으로 내려가면 송대소 공원이 나온다. 공원 한가운데 커다란 느티나무 두 그루가 인상적이다.
산책길 중간중간 전망 좋은 곳에는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 쉬어갈 수 있다. 한탄강 본류로 흘러드는 지류를 가로지르는 구름다리도 만날 수 있다. 산책로는 경사가 급하지 않아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도 눈에 띈다.
전망대에서는 궁예가 세운 태봉국에서 이름을 따온 태봉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번지점프 시설이 있는데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것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주변에는 아담한 펜션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태봉다리를 지나면 강폭은 좁아지고 물이 얕아지면서 물소리가 요란해진다. 다리를 지나 500여m 올라가 강쪽으로 가파른 길을 내려가면 직탕폭포다. 한탄강 양안에 일직선으로 가로놓인 길이 80m, 높이 3~5m의 거대한 암반을 거센 물이 수직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다. 폭포 바로 위에는 강 양쪽 마을을 이어주는 자그마한 다리가 있다. 다리 위에 서면 강바닥을 가득 채운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 바위와 우당탕 흐르는 물살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
코스: 5.2㎞
승일공원→승일교→고석정→마당바위→송대소(수변공원)→구름다리→태봉대교(번지점프장)→직탕폭포
대중교통: 신철원시외버스터미널(452-2551)에서 트레킹 출발지인 승일공원까지 제일여객(신철원~동송) 버스가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운행한다.
내비게이션 주소: 강원 철원군 갈말읍 내대리 543번지(승일공원 주차장)
고석정 관광단지와 직탕폭포 인근에 메기, 쏘가리, 빠가사리 등으로 얼큰하게 끓이는 민물매운탕 집들이 몰려 있다. 폭포가든(455-3546), 고석정회관(455-8787), 임꺽정가든(455-8779).
철원군청 관광문화과
450-5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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