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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의 산하 | 장흥 제암산 철쭉] 붉은 철쭉 주단, 능선 전체에 깔아둔 듯

by 맥가이버 Macgyver 2012. 5. 27.
[절정의 산하 | 장흥 제암산 철쭉] 붉은 철쭉 주단, 능선 전체에 깔아둔 듯
 
  • 글·안중국 편집장
  • 사진·김영훈
곰재~곰재산~사자산 미봉에 걸친 6만여 평 철쭉화원

아슴하니 먼 산들이 몸을 눕히고 있다. 나른한 봄기운 탓이다. 중천의 햇살은 이미 여름을 예고하고 있다. 해서, 남도 장흥의 산들은 희뿌연 이내 속에 낮게 잦아들고 있다. 이렇듯 주변 산들이 몸을 낮춘 탓에 제암산~사자산릉은 더더욱 형상이 두드러진다. 하긴, 이름이 이미 제왕 제자를 쓴 제암(帝岩)이고 맹수의 왕 사자(獅子) 아니던가. 두 산이 어깨를 겨누고 내뵈는 사뭇 웅장하기까지 한 기운은 주변 산들을 완벽히 제압하고 있다.


조물주는 간혹 심히 불공평한 것이, 이렇듯 두드러진 용모를 가진 산릉에 아름다운 장식까지도 얹어주었다. 철쭉, 그것이 산릉 곳곳에 무리 지어 마치 화관(花冠)인양 만발하는 것이다. 봄이면 제암산~사자산릉이 마치 뭇산의 제왕인듯 이름이 회자되는 이유다.

 
▲ 철쭉이 만발한 산릉을 걷고 있는 사람들. 제암산 철쭉제와 만개시기는 다르므로 사전에 알아보고 출발한다.

제암~사자산릉의 철쭉 풍광이 절정을 이루는 때를 맞추어 남도길에 나섰다. 장흥 토박이 산꾼인 이영돈씨가 진한 남도 억양으로 “딱 그날이 철쭉제날이니 염려 말고 오시요” 했던 날인 5월 5일 어린이날, 오랜만에 만발한 철쭉꽃밭 가운데 서게 된다는 기대에 어린아이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제암산행 기점을 향했다. 제암산 철쭉제가 올해로 이미 22회째이니, 철쭉 풍광지로는 그만큼 명성이 높다.


제암산과 사자산 능선은 곰재라는 고갯마루에서 어깨를 맞댄다. 제암산이 해발 807m, 사자산이 668m이고 그 사이의 곰재는 530m로 움푹 팬 듯하여, 이 곰재로 오르는 것이 제암~사자 능선으로 오르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이 곰재 동쪽의 제암산자연휴양림과 서쪽 해당리 신기마을이 제암~사자산 철쭉 탐승의 주요 두 기점이 된다.


▲ 제암산~사자산 능선에 설치된 목재 조망대.

제암산~사자산 능선에서 철쭉 군락이 가장 넓게 형성된 곳은 곰재 남쪽 곰재산부터 사자산 미봉(尾峰)까지의 능선 일대다. 이영돈씨는 철쭉꽃밭의 분포가 이러한즉 우정 제암산 정상 밟기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며 사람들이 잘 모르는 새로운 길로 안내한다. 신기마을의 주차장에서 왼쪽 장흥공설공원묘지 옆 도로를 따라 오르다가 숲길로 접어든다.


저 위, 고개를 꺾어 바라봐야 하고 중간에 암회색 바위절벽도 드러낸 제암산 정상으로 곧장 치달아오르는가 싶더니 도중의 갈림길목에서 이영돈씨는 오른쪽 가로지름길을 택한다. 호젓하고 사람도 매우 드문 편안한 숲길이다. 담쟁이덩굴들이 그물처럼 뒤덮고 있는 너덜겅도 지나더니 곰재 바로 아래의 널찍한 주등산로로 나선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곰재를 향해 발길을 서둘고 있다. 아직 이른 시간이건만 화려한 철쭉 꽃밭 가운데 얼른 서고픈 조바심을 누르기 어려운 것이다. 


고갯마루마다 얼음과자 파는 행상들


곰재 마루에는 커다란 아이스박스에 얼음과자를 꽉 채운 행상이 이미 올라와 있다. 이영돈씨는 여기는 앉아 쉬기엔 장소가 좁다며 사자산 쪽으로 몇 걸음 오른다. 거기 그늘이 진 평평한 숲속 쉼터가 있다. 제법 후끈하게 달아오른 몸을 식히기는 안성맞춤이다.


오래 머물지도 않았는데 마치 진군하듯 사람들이 몰려올라오기 시작한다. 우리도 간식 보따리를 서둘러 챙기고 같이 그들 속으로 섞여든다. 오늘이 철쭉제 첫날이건만, 아쉽게도 개화는 좀 늦어지는 것 같다. 그래도 태반은 만개한 상태라, 사람들은 너나없이 주변 꽃밭에 머물며 사진 찍기에 열심이다.


사람들은 제암산의 우람한 덩치가 한눈에 조망되는 곰재산(627m) 정상의 널찍한 조망바위에 올라 또한 한동안 시간을 잊는다. 여기서 신기마을 주차장으로 이어진 길이 한 가닥 나 있고, 인파를 피해 이 길로 올라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망경굴도, 요강바위도 중간에 있으니 걷는 재미도 괜찮은 길일 것이다.


▲ 1 제암산~사자산 능선에는 이와 같은 바위들이 서서 조망대 역할을 해준다. / 2 제암산행시 숙소로 최고인 장흥 우드랜드의 삼나무 숲과 황토방집.

진정한 철쭉군락 감상은 이곳 곰재산정부터다. 아래 곰재 방향으로 철쭉꽃밭이 넓고 길쭉한 분홍의 띠처럼 깔렸고, 저 위로도 철쭉꽃밭은 넓은 화원을 이루었다. 산릉이 아니라 넓고 긴 평원 같은 느낌으로 펼쳐진다. 거기에 붉은 철쭉이 가득 차 있다. 이래서 제암산 철쭉이 팔도에 유명한 것이다. 산행로 곳곳에는 크고 작은 암괴들이 조망대로 놓여 있어 간간이 철쭉화원 전체 조망도 가능하다. 이를테면 산의 크기와 산릉의 생김, 철쭉밭의 분포 등에서 완벽한 조건을 갖추었다고 할 철쭉 명산이다. 사자산 쪽에 꽃밭이 몰려 있음에도 제암산 철쭉제라 하는 이유는 제암산이 해발 806m로 훨씬 더 높기 때문일 것이다.


꽃밭에 들어선 사람들은 이제 빨리 걷지 않는다. 능선 서쪽에 네모나고 턱이 진 큼직한 바윗덩이 위에도 몇 사람이 올라앉아 산록을 채운 꽃이며 싱싱한 신록을 즐기고 있다. 실은 꽃보다 신록이 더 감동스럽다며 중년의 동행인들은 팔을 벌리고 심호흡을 한다. 과거엔 철쭉밭 속에 잡목이나 덩굴이 많았으나 그간 매년 잡목을 제거해 이제는 철쭉과 잘 생긴 소나무들만 남았다.


630m봉 정상에는 제암산~사자산 등산로와 철쭉밭 위치를 표시한 커다란 검은 바위판석 안내판도 설치해 두었다. 길은 넓고 뚜렷하며 곳곳에 안내판이 세워져 있으니 안개가 짙게 낀다고 해도 길을 잃을 염려는 거의 없는 산이다.


간재 지나 사자산 미봉까지의 능선에도 막 피어나기 시작한 철쭉의 기운으로 불그스레하다. 길을 따라 가다가 도중에 오른쪽으로 빠져 돌출한 암부 위에 올라본다. 저 아래 철쭉밭 사이로 사자산 미봉을 향해 사람들이 열을 길게 짓고 있다. 제암산 철쭉산행은 이렇듯 북쪽 곰재에서 남쪽 미봉으로 방향이 정석화된 것 같다.


▲ 제암산 철쭉 풍치를 탐하고 있는 탐승객들. 주변 산들이 낮아서 제암산은 주변 조망도 광활하다.

사자산 미봉~두봉 간 능선에도 철쭉 군락


간재에도 곰재처럼 얼음과자며 캔맥주를 파는 행상이 올라와 있다. 간재에서 사람들은 태반이 다시 원점인 신기마을 주차장 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가고, 일부 사람들만 계속 능선을 따라 발길을 잇는다.


가파른 밧줄 구간을 지나 사자산 꼬리봉 정상으로 향한다. 저 앞의 미봉 능선은 사람들의 실루엣이 길게 늘어섰다. 우리도 그들처럼 미봉 정상으로 올라 실루엣으로 선다. 미봉 정상은 널찍하고 여기저기 쉴 만한 데가 있어 사람들이 자리잡고 앉아 도시락을 펼쳤다. 서늘한 미풍이 불어오는 산정 주위에는 철쭉꽃이 무리지어 피었고, 남쪽 저 멀리 남해바다가 아득하니, 편히 앉아 점심을 드는 사람들은 더 이상 좋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미봉 정상에서 점심 들기를 마친 사람들이 다시 발길을 되돌린다. 이들도 대부분은 간재로 하여 원점으로 되내려가는 코스를 택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욕심을 버릴 수 없다. 저 앞 사자산 두봉(頭峰)까지의 능선은 또한 얼마나 멋진가. 거기도 철쭉이 능선을 따라 줄지어 만발했으며, 전체적으로는 긴 내리막이다. 이 능선을 마다하고 그만 하산길에 들 수는 없는 것이다.


장흥 읍내로 드는 18번국도를 달리다보면 사자산릉이 항상 눈에 든다. 사자가 편안히 엎드려 있는 듯한 형상의 사자산릉은 워낙 형체가 우람하고 힘차서 한밤중 실루엣만으로도 사자산임을 알아볼 수 있다. 꼬리봉이 더 높고 머리봉이 더 낮기에 엎드린 듯한 형상이라 말하는 것이다.


▲ 사자산 미봉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등산객들.

먼발치서 뵈는 그대로 사자산릉은 전체적으로 편안한 내리막길이다. 여기저기 그리 크지는 않아서 올라서기는 쉬운데도 주변 조망은 기막히게 넓은 조망바위가 늘어서서 이 능선의 값어치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이 능선길을 가지 않는 것인가!


그러나 글라이더활공장에서 그만 욕심을 접고 오른쪽 갈림길로 내려서야 했다. 우리는 두봉 끝까지 보기를 고집했고, 그후 북쪽 출발점인 주차장을 향해 이어지는 길로 내려선 직후부터 오래도록 후회스런 하산길을 이어야 했다. 이 구간은 엄청난 급경사다. 그리고 길고 길게 급경사가 이어졌다. 대개 산봉은 정수리 근처 일부만 급경사이고 그 아래쪽은 순한 비탈을 이루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산봉이 맹수의 왕 사자의 머리봉임을 우리는 깜빡했던 것이다. 거의 산중턱에 이르기까지 사자산 두봉은 급경사의 위협을 늦추지 않았다. 엉덩이를 붙인 채로 두 손을 짚으며 공포에 질려 하산하던 중년 아주머니며 아저씨 일행은 잘 내려왔는지 모르겠다. 두봉 정상에 이 길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었는데, 당장 없애버리고 ‘위험+해골’ 표지판으로 대체해야 마땅하다.


▲ 1 사자산 미봉~두봉 간의 철쭉능선. / 2 간재. 안내팻말이 서 있고, 주말이면 얼음과자 장수가 올라온다.

그러나, 이 하산길의 형편이 이러하기는 해도, 두봉 정상까지 가는 능선의 정취는 아직껏 포기하고픈 마음이 없다. 특히, 한낮이어서 뜨거운 햇살이 좀 견디기 어려워졌을 즈음 제법 높직하게 솟은 암봉의 시원한 그늘에 앉아 쉬던 맛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교통 서울→장흥 강남고속터미널 센트럴시티에서 1일 7회 우등 및 일반고속 운행. 5시간 소요. 우등 2만5,300원, 일반 2만1,500원.


서울→광주 강남고속터미널에서 1일(05:30~21:45) 5~10분 간격으로 운행. 4시간 소요.


광주→장흥 1일(06:00~20:30) 약 60회 운행. 1시간30분 소요.

장흥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신기마을행 군내버스 1일 5회(07:20 09:00 10:50 14:20 18:30) 출발. 10분 소요. 종점에서 등산로 기점까지 도보로 5분.

자가용 차량으로 갈 경우는 서해안고속도로로 목포까지 가서 4차선으로 확포장된 2번국도를 타고 장흥까지 간다. 제암철쭉제 행사장은 장흥읍 → 장흥교도소 뒤 고개(제암산 철쭉자생단단지 - 이정표 확인) → 축내리 → 삼산리 → 공원묘지의 순으로 찾아간다.


숙박(지역번호 061) 장흥 최고의 숙박지는 장흥 편백숲 우드랜드다. 40년생의 편백나무가 울창한 숲 가운데에 통나무와 흙 등만을 이용한 숙소, 시설들을 지어놓았다. 워낙 인기가 높아 예약이 어렵다. 문의 864-0063.


장흥읍내에 목련장(862-7270), 신라장(862-9966), 가든장(863-7007) 등 여러 숙박업소가 있다.


▲ 장흥 수문리에 세워져 있는 키조개상.

별미(지역번호 061) 정남진 키조개요리 키조개는 생김이 우리네 옛 살림도구의 하나로 알곡과 겨, 껍질을 분리해내는 데 쓰던 키를 닮았다고 하여 그런 이름이 붙은 큼직한 조개다. 어른 손바닥만큼이나 커서, 대개의 조개류는 폐각근(閉殼筋), 곧 조개껍질을 여닫는 근육이 고작해야 손톱만 한 데 비해 키조개는 500원짜리 동전보다 훨씬 더 크며 맛도 뛰어나 오래전부터 식용으로 사랑받아 왔다. 장흥군 남쪽의 득량만은 키조개를 대량으로 양식하고 있다. 철쭉이 만발할 무렵 이곳에서 키조개도 본격 채취된다. 제암산 철쭉제 즈음하여 키조개 축제도 열린다. 축제장에서 키조개 무침이나 구이를 한 접시에 2만 원선에 낸다. 축제장 주변에 바다하우스(862-1021), 회타운(862-6700) 등 키조개 요리를 내는 음식점들이 많다.


수문리 키조개 행사장은 저녁 때 손님이 더 많으며, 밤늦게까지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고 찾아든다. 훈훈한 훈풍이 부는 밤바다의 낭만이 있어 외려 낮보다 더 낫다는 사람들이 많다. 키조개 축제가 열리는 수문리에는 해수사우나, 찜질방 시설을 갖춘 옥섬워터파크 (862-2100)가 있다.


장흥읍내 신녹원관은 철 따라 별미를 달리 차려내는 장흥 대표 한정식집이다. 단체(4명부터) 1인 1만2,000원, 보통 1만5,000원, 특 2만 원. 문의 863-6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