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_아찔한 능선만 있나 했더니… 아리따운 숲 감추고 있었네
- 동봉으로 이어진 팔공산 주 능선. 수려한 암릉과 웅장한 산세가 등산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 / 김승완 영상미디어기자 wanfoto@chosun.com
팔공산은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큰 산이다. 신라의 김유신 장군이 화랑도를 연마했던 곳이며, 원효대사가 해동불교를 완성한 불교 성소다. 팔공이란 이름은 대구, 칠곡, 인동(현재 구미 인의동 일대), 신령, 의흥, 영천, 하양, 경산 등 여덟 마을에 걸쳐 있어 유래한다는 설과, 신숭겸을 비롯한 태조 왕건의 충복 8명이 여기서 견훤과 맞서 싸우다가 전사했다 하여 팔공산이라 이름을 붙였다는 설이 있다.
팔공산은 대구 북동쪽에 장벽처럼 길고 웅장하게 솟아있다. 대구 쪽 남사면이 가파른 산세인데 반해 영천시와 군위군 방면인 북사면은 완만한 산세다. 바위 봉우리가 많은 능선을 제외하곤 전형적인 육산, 즉 흙이 많은 산이다. 등산객들은 대부분 대구 방면에서 팔공산을 오른다. 등산로도 대체로 대구에서 오르는 길이 많고 군위나 영천에서 오르는 길은 몇 곳 없다. 하지만 팔공산의 진면모를 보여주는 부드러운 속살은 북사면에 있다. 은밀한 속살 같은 숲을 찾아 영천의 수도사로 간다.
원효대사가 수도했다는 신라의 고찰 수도사는 명성에 비해 한적하다. 산길에 사람이 없다. 녹음으로 가득한 풍성한 숲, 투명한 물줄기, 쉬었다 가고픈 넓은 암반이 수도사 골짜기를 메우고 있다.
산은 상냥하게 접근한다. 완만한 오르막으로 슬며시 인사를 건넨다. 숲은 점점 짙어진다. 북사면답지 않게 환하다. 갖가지 풀과 나무 향기가 몸속으로 스며든다. 걸을수록 초록의 상쾌한 기운이 굳은 몸을 부드럽게 풀어놓는다. 굳이 산림욕이나 피톤치드의 효험을 얘기하지 않아도 몸이 알고 반응한다.
치산계곡을 따라 난 산길은 완만한 여유로움을 잃지 않는다. 반면 등산객의 발길이 많지 않은 듯 길은 점점 희미해진다. 간간이 쓰러진 나무를 피하기 위해 허리를 숙이고 지나기도 하지만 산행이 어렵거나 위험한 곳은 없다. 능선이 가까워질수록 숲은 신선하다. 때 묻지 않은 신갈나무와 정돈된 잔디처럼 싱그러운 수풀이 평범하지만 결코 잊지 못할 장면을 선사한다. 북한산에서 산삼을 발견한 것처럼 팔공산에서 예상치 못한 보물 숲을 만났다.
편안한 호흡으로 닿은 곳은 신령재다. 팔공산 주 능선에 닿은 것이다. 멀리 대구 시내가 내려다보인다. 많은 등산객으로 다져진 길과 이정표 덕분에 쉽게 길을 찾아간다. 전신 근육을 사용하는 본격적인 산행의 시작이다. 능선의 물결을 따라 내려서고 올라서길 반복한다. 바위가 많아 고정로프나 철난간 같은 시설물을 잡고 오르는 곳이 많다.
흠뻑 쏟은 땀에 대한 보상처럼 나타나는 건 바위 전망대다. 대구 쪽으로 흘러가는 팔공의 기운찬 줄기에 눈이 시원하다. 서쪽으로는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막강한 봉우리들이 버티고 있다. 서봉~비로봉~동봉~염불봉으로 이어진 1000m대 산등성이다. 팔공산 정상은 1193m의 비로봉이다.
동봉(1155m)이 다가올수록 힘센 오르막이 숨 돌릴 틈 주지 않고 덮쳐온다. 정상의 감격을 맛있게 느끼는 비결은 오름에 몸을 맡겨 산의 흐름과 하나가 되는 것. 거친 호흡으로 전투하듯 올라서자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동봉 정상이다. 동화사 일대와 케이블카 정류소가 훤히 보인다. 거인 같은 바위들이 대구를 지키는 것처럼 능선에 우뚝 서서 시내를 바라보고 있다. 바로 앞에 솟은 비로봉은 10여개의 철탑과 시설물이 있어 산 실루엣이 자연스럽지 않다. 동봉을 산행의 정상으로 하여 약사여래입상에서 수도사로 내려선다.
하산길에도 숲은 특유의 청명함을 잃지 않는다. 팔공산 치산계곡은 뒷모습 같은 숲이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처음 본 이면 말이다. 경상도 사내 특유의 박력과 무뚝뚝함처럼 불끈 솟은 산인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여성적인 섬세하고 아리따운 숲을 뒤에 숨기고 있었다. 수도사가 다가올수록 길이 넓어진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숲다운 숲을 떠난다.
여행수첩
수도사를 기점으로 한 원점회귀 산행이다. GPS로 확인한 총 산행 거리는 14㎞이며 6시간 정도 걸린다. 수도사~신령재~약사여래입상~수도사 코스다. 신령재까지는 완만하지만 길이 희미한 곳이 종종 있으므로 길 찾기에 주의해야 한다. 붉은 철제 다리가 있는 갈림길에서 다리를 건너지 않고 직진하면 신령재 방향이다. 능선에는 이정표가 잘되어 있고 길이 선명해 길 찾기는 쉽다. 오르내림이 많은 구간이라 거리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위험한 곳은 없다. 약사여래입상 이후 하산길은 중간에 능선길과 계곡길로 나뉜다. 계곡길이 거리가 조금 짧고 운치 있다.
경북 영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치산관광지행(수도사) 버스가 08:00, 11:15, 15:30, 18:10 출발한다. 1시간 정도 걸리며 요금은 1200원. 치산에서는 09:00, 12:10, 16:25, 19:10에 영천으로 돌아가며, 12:10, 16:25 출발 버스는 창평을 거쳐 영천시내로 간다. 영천교통(054-333-3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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