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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산 무릉계곡] '클라이머들의 여름 천국 두타산 무릉계곡' 계곡 산행 코스 가이드

by 맥가이버 Macgyver 2012. 6. 7.

두타산 무릉계곡  두타산 무릉계곡

'클라이머들의 여름 천국 두타산 무릉계 계곡' 산행 코스 가이드

 

  • 글 한필석 부장 
  • 사진 염동우 기자 
비경의 골짜기와 백두대간 잇기
삼화사 기점 원점회귀 산행 코스 다양
▲ 구름안개가 흩날리면서 몽환적 풍광을 자아내는 두타산. 신선봉 정상 암릉.

두타산과 청옥산은 덩치가 워낙 크고 산행 기점도 다양하다. 대간 종주가 목표라면 도로가 가로지른 댓재나 백봉령에서 시작하는 게 정석이다. 부드러운 산행을 즐기고 싶다면 삼척시 하장면 번천리를 기점으로 하는 번천계곡~산죽골 원점회귀 산행을 시도한다.


암벽·암릉 등반을 위해 무릉계 일원에 캠프를 쳤다면 삼화사 기점 산행이 정석이다. 삼화사 기점 산행은 어느 코스를 택하든 깊으면서도 자연미 넘치는 무릉계로 산행을 시작해 웅장하면서도 조망이 뛰어난 산릉으로 올라선다. 가벼운 무릉계 탐승산행이 목표라면 무릉계 초입의 삼화사를 지나 첫 번째 갈림목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관음암에 올라섰다가 산성12폭 일원의 경치를 즐기며 무릉계로 내려선 다음 쌍폭과 용추폭을 탐승한 다음 다시 삼화사로 내려서는 하늘문길이 적당하다(약 2시간30분).


삼화사 기점 산성~두타산~
박달골 산행이 가장 인기

그러나 두타산이든 청옥산이든 정상에 오르려면 들머리에 위치한 매표소(해발 180m)에서 1,200m 안팎의 고도를 올려쳐야 하기 때문에 고된 산행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5km가량 떨어져 있는 두타산 정상과 청옥산 정상을 이으려면 표고차가 200m 안팎 나는 박달령까지 내려섰다 다시 올라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더욱 무리가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무릉계를 기점으로 하는 여러 코스 중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무릉계~산성~두타산~박달령~박달골~무릉계~삼화사 원점회귀 코스(7시간 소요)다. 준족들은 박달골에서 청옥산을 거쳐 연칠성령에서 바른골과 문간재를 거쳐 다시 무릉계로 내려서거나(9시간), 연칠성령에서 계속 대간을 타고 고적대까지 뽑은 다음 사원터~바른골~문간재를 거쳐 무릉계로 돌아오기도 한다(9시간).


▲ 1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룬 두타산성. 사진 정정현 부장 2 일망무제의 조망을 자랑하는 두타산 정상. 사진 정정현 부장

동해시 삼화동 무릉계 국민관광단지 주차장에서 상가단지를 왼쪽에 끼고 오르면 매표소를 지나 다리를 건넌다. 다리 건너기 전 오른쪽 숲속 샘과 이어놓은 파이프를 통해 나오는 물을 이용한다. 다리 위쪽에 있는 정자 오른쪽 암반이 그 유명한 무릉반석(武陵磐石)이다. 휴일이면 많은 사람들이 물소리 바람소리와 함께 자연을 즐기는 널따란 반석에는 시인묵객들이 남긴 각자들이 많이 남아 있다. ‘무릉선원 중원천석 두타동천(武陵仙源 中臺泉石 頭陀洞天)’이란 각자는 조선조 4대 명필인 봉래 양사언(또는 삼척부사 정하언)이 남겼다는 글자이고, 그밖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금란정(金蘭亭)은 이 고장 선비들의 모임인 금란계(金蘭契)의 뜻을 기리고자 세운 정자다.


삼화사에서 널찍한 탐방로를 따라 400m쯤 오르면 관음암 갈림목. 여기서 오른쪽 길로 올라서면 관음암을 거쳐 하늘문으로 내려선다. 관음암 갈림목에서 아름드리 소나무와 활엽수 거목이 우거진 호젓한 탐방로를 따르노라면 학소대 들머리를 지나 지계곡에 걸린 철다리를 건너고, 이어 무릉계를 가로지른 철다리를 건너 산성길 갈림목(산성 0.8km 25분, 두타산 8.7km 3시간)에 닿는다.


계속 계곡길을 따르면 박달골~박달령길이나 쌍폭·용추폭 탐방로, 또는 문간재~바른골~청옥산 길이나 학등~청옥산 길로 이어진다. 산행 방향은 대개 산성을 거쳐 두타산을 오른 다음 박달골이나 학등, 또는 바른골로 내려선다.


갈림목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된비알을 20분쯤 오르면 두타산성. 수많은 의병들이 왜병에 맞서 싸우다 산화했다는 유래비가 서 있는 두타산성은 무릉계 건너 관음암 일원의 기암절벽 조망이 일품인 곳이다.


이후 산성12폭이 눈앞에 펼쳐지는 등 조망도 좋고 편안한 길이 계속되다가 마지막 물줄기가 있는 대궐터를 지나면 가파르면서도 아름드리 거목들이 인상적인 능선 길로 바뀐다. 돌무덤(두타산 3.1km, 무릉계 7.1km)을 지나 잠시 부드러워지는 듯하던 능선길은 위압적인 봉우리가 나타나면서 다시 가팔라지다가 쉰움산 갈림목에 닿는다. 왼쪽 능선길로 1시간쯤 내려서면 쉰움산(五十井山·670m) 정상이고, 곧장 뻗은 능선길을 따라 1시간쯤 오르면 안전로프가 설치돼 있는 급경사 구간을 지나 두타산 정상에 선다.

▲ 1 묵객들의 이름과 글씨가 새겨져 있는 무릉반석. 여름철이면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2 두타산 최고의 절경으로 꼽히는 용추폭포.

 

두타산에서 청옥산 방향으로 1시간쯤 가면 박달령 갈림목(청옥산 3km 50분, 두타산 4.5km, 무릉계 8km 2시간40분)이 나온다. 이 갈림목에서 오른쪽 길을 따르면 박달골을 거쳐 무릉계로 내려선다. 폭우 시에는 박달골 수위가 도강이 어려울 만큼 불어날 수 있으므로 박달골 길 대신 청옥산 정상 직전 오른쪽으로 갈래치는 학등 길을 따르도록 한다.


박달령을 내려선 이후 지계곡에 닿기까지 날카롭게 깨진 돌이 가파른 산길을 따라 줄곧 널려 있으므로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박달골 오른쪽 지계곡으로 내려선 이후 물줄기를 건너면 산길은 한동안 계곡 왼쪽으로 이어지다가 물줄기를 세 차례 건넌 다음 이끼 낀 슬랩바위에 올라서면 ‘박달령 4.6km, 무릉계 3.4km’ 안내판이 나타난다.


이후 점점 거세지는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내려가노라면 박달폭포에 이어 벼락바위가 바라보이면서 철계단 길로 들어선다. 이 철계단을 따라 5분쯤 내려가면 쌍폭 갈림목이다(쌍폭 0.2km, 무릉계 관리소 2.45km). 쌍폭과 용추폭은 무릉계뿐 아니라 두타~청옥산 최대의 절경지인 만큼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면 들러볼 만하다. 쌍폭 갈림목에서 완만하고 널찍해진 무릉계 탐승로를 따라 30분쯤 내려서면 매표소에 닿는다.


준족이라면 청옥산~고적대까지 주파 시도
준족이라면 박달령에서 청옥산을 거쳐 고적대까지 잇는 산행을 시도해 볼  만하다. 박달령에서 청옥산으로 가려면 계속 능선길을 따르도록 한다. 산길은 번천리계곡 갈림목인 문바위를 지나면 능선 등날 대신 왼쪽 사면을 거슬러 오르다 무덤이 있는 지능선을 타고 청옥산 정상으로 이어진다. 숲이 울창한 청옥산 정상에 오르기 전 왼쪽 샛길을 따라 200m쯤 가면 물이 마르지 않는 석간수를 발견할 수 있다.


청옥산 정상표석을 지나 숲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연칠성령과 고적대로 이어지는 대간 길이다. 완경사 능선길을 30분쯤 따르면 돌탑 여러 기가 있는 연칠성령. 이곳에서 오른쪽 내리막길을 30분쯤 따르면 칠성폭포 조망이 가능한 바른골 상류에 닿는다(청옥산 7.2km 2시간, 대피소 1.5km 20분, 무릉계 8.6km 1시간40분).

산길은 이후 사원터라 불리는 대피소(칠성폭포 1.5km 20분, 무릉계 7.1km 1시간20분)까지 물줄기를 끼고 이어진다. 대피소 일원은 옛날 절터 자리로서, 임진왜란 때 유생들이 모여 의병운동을 한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피소에서 철다리가 바른골을 가로지른 학등 갈림목(학등~청옥산 8.9km 3시간, 연칠성령 8.7km 2시간30분, 청옥산 12.2km 3시간10분, 무릉계 3.6km 50분)까지는 암반 구간이 몇 차례 나타나는데, 물이 불어날 경우 휩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능선길이 너무 가팔라 폭우로 계곡물이 급격히 불어나기 전에는 거의 이용하지 않는 학등길 갈림목을 지나면 문간재를 넘어 무릉계로 내려서는 길이 뚜렷하게 이어진다.


문간재 고갯마루에서 오른쪽 바윗길을 따르면 신선대 정상에 올라선다. 무릉계와 바른골, 박달골과 더불어 두타~청옥산 일원의 기암절벽이 두루 조망되는 곳이다. 문간재를 넘어서면 하늘문길과 무릉계 갈림목. 여기서 무릉계 탐승로를 따라 관리사무소까지는 30분 거리다.


연칠성령에서 고적대로 올라섰을 경우에는 철쭉 군락지를 지나 첫 번째 갈림목(고적대에서 약 20분)에서 대간 길 대신 오른쪽 길로 내려서도록 한다. 급경사 내리막길을 1시간쯤 따르면 사원터로 내려선다.
개념도는 ‛계곡 탐험 산행’ 참조.


▲ 무릉계 입구에 조성된 야영장. 대형텐트는 아래쪽 제2야영장에 설치해야 한다.

INFORMATION

교통 서울→동해 강남고속터미널(www.kobus.co.kr·1588-6900) 동해선에서 30~60분 간격(06:30~19:20, 23:10·23:30) 운행하는 고속버스, 또는 동서울터미널(www.ti21.co.kr·1688-5979
)에서 1일 25회(07:10~20:05) 운행하는 동해 경유 직행버스 이용. 고속·직행 1만6,100원, 심야우등 2만6,100원.
부산→동해 노포동 종합터미널(1688-9969 ARS)에서 06:58~16:08 11회 이후 21:10, 22:40, 23:40 심야직행버스 운행. 4시간30분, 주간 2만9,800원, 심야 3만2,800원.
대구→동해 동부시외버스정류장(1666-0017)에서 08:05~15:03 이후 23:05, 24:00 심야직행버스 운행. 5시간(포항 경유). 직행 2만9,900원, 심야 3만2,900원.
무릉계 입구 삼화동까지는 동해시내의 고속버스·시외버스터미널이나 동해역 부근의 버스정류장에서 수시 운행한다(06:40~20:30). 무릉계에서는 시내행 막차는 21:00. 요금 1만 원. 동해 시외버스터미널 033-533-2020, 동해 고속버스터미널 531-3400~1, 동해역 521-7788.
열차 서울 청량리역에서 동해 경유 무궁화호 열차가 1일 7회(07:00, 09:00, 12:00, 14:00, 16:00, 22:00, 23:00) 운행한다. 새마을 5시간4분~5시간37분 소요. 요금 무궁화 일반실 1만9,400원, 특실 2만2,300원. 문의 및 예약 1544-7788.


숙박·야영(지역번호 033) 무릉계 입구 상가단지에는 민박을 겸하는 식당 겸 가겟집이 여럿이다. 반석상회(534-8382). 무릉회관(534-8194), 두타식당(534-8288), 영진회관(534-9116), 일출식당(534-7866).
1977년 3월 17일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무릉계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700원이다. 주차료는 1회당 승용차 2,000원, 버스 5,000원. 주차장 매표소 건너편 일원의 야영장은 2개소로 나뉘어 있다. 2개 지역 솔밭에 조성된 제1야영장에는 중소형 텐트 약 100동을 설치할 수 있다. 대형 텐트는 잔디밭에 조성된 제2야영장에 설치해야 한다. 잔디밭 야영장 옆에 널찍한 주차장이 조성돼 있다. 캠프장마다 개수대와 화장실이 갖춰져 있으며, 예약은 받지 않고 도착 순서대로 자리를 배정한다. 이용료 텐트 한 동당 7,000원.
문의 관리사무소 534-7306~7.

 

클라이머들의 여름 천국 두타산 무릉계 계곡] 계곡 탐험 산행

  • 글·한필석 부장 
  • 사진·염동우 기자 
"언니, 텀벙 들어와 봐요. 스릴 만점이예요"
사원터~쌍폭~무릉반석 물줄기 따라 이어가기
▲ 이보다 더 재미있는 미끄럼틀이 있을까. 속도가 붙을수록 뫼우산악회 회원들의 표정을 더욱 밝아졌고, 지켜보는 이들도 신나는지 박수를 쳐댔다. 사원터 아래 바른골 와폭.

흔히 “높고 깊은 산을 보려면 두타·청옥으로 가라” 할 만큼 두타산(頭陀山 ·1,352.7m)과 청옥산(靑玉山·1,403.7m)은 덩치가 크고 높은 산이다. 쌍봉처럼 솟구친 두 봉은 부드러우면서도 웅장한 육산의 전형을 보여주면서 조망 또한 대단하다. 특히 두타산정에 서면 부드럽게 휜 두타~청옥 능선과 무릉계 양옆으로 치솟은 암릉과 기암괴봉뿐 아니라 동해 먼 바다가 바라보이는가 하면, 함백산을 비롯해 가리왕산에 이어 오대산에 이르기까지 강원 내륙의 고봉준령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위가 많은 산이다 보니 클라이머들에게는 좋은 훈련도장일 수밖에 없다. 박달골 초입 벼락바위는 1970년대에 바윗길이 개척된 암벽이고, 쌍폭 옆에 치솟은 병풍암에는 등반로가 18개나 있다. 아마추어 바위꾼을 위한 암릉도 여럿이다. 무릉계 초입의 금란정에서 시작되는 여명 리지나 산성12폭 부근의 베틀 리지, 벼락바위 건너편의 별유천지 같은 암릉길은 바위 타기를 즐기며 무릉도원 같은 풍광을 즐기기에 그만인 곳이다.


외국선 캐녀닝(canyoning)이라 하여
유행하는 스포츠
두타·청옥산은 이렇듯 육산 능선이 웅장하고 암벽과 암릉이 많기로도 이름나 있지만 가장 손꼽히는 풍광은 역시 계곡이다. 두 산의 북동쪽으로 흘러내리는 물줄기들이 모여드는 무릉계(武陵溪)는 고려 충신 이승휴(李承休·1224-1300)가 중국의 무릉도원 같은 선경이라 극찬했다는 골짜기다. 박달골과 바른골은 무릉계로 합쳐지기 전 쌍폭(雙瀑)이라는 독특한 풍광의 폭포를 만들어놓았고, 학등 능선과 신선대 사이의 바른골 협곡에는 용추폭(龍湫瀑)이라는 조각품처럼 아름답고도 신비감 넘치는 폭포가 자리잡고 있다.


▲ 1 “손 꼭 잡아요!” 발목을 겨우 적시는 깊이지만 물살이 세고 바닥이 미끄럽다 보니 조금만 균형을 잃으면 넘어질 수밖에 없다. 2 “웃지 말라니까요!” 혹 미끄러지면 어쩌나 싶어 염동우 기자가 불안해하는데도 김동영(앞)씨와 문홍석씨는 즐겁기만 하다.

이런 절경의 골짜기는 한여름 탐험적이면서도 모험적인 계곡산행의 좋은 대상지가 되어 준다. 커다란 바윗덩이가 들어찬 골짜기는 거친 산행의 대상이 되는가 하면, 작은 소와 담과 폭포는 스릴 넘치는 계곡산행을 유혹한다. 바위절벽을 타고 쏟아지는 거대한 폭포는 간담을 서늘케 하지만 모험적인 충동의 대상이기도 하다. 외국선 캐녀닝(canyoning)이라 하여 신종 스포츠로 유행한 지 오래다.


“아니 무슨 계곡 산행이에요? 모처럼 비 안 오는 날 바위 해야지.”


동해 뫼우산악회(회장 이대종)는 암빙벽 등반 위주로 활동하는 산악회다. 그런데 그렇지 않아도 7월 내내 지속된 장맛비로 바위 탈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모처럼 비가 멎은 날 계곡산행을 하자니 회원들 마음이 순순히 동할 리 없다. 더욱이 여성 회원 네 명은 바위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위 맛에 한창 빠져 있을 때다. 하지만 이들의 표정은 바른골 계곡산행이 시작되자마자 활짝 펴졌다.


모처럼 비 내리지 않는 휴일을 맞은 무릉계는 이른 아침부터 등산객과 탐승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흘 전까지 며칠째 폭우가 퍼부었다는 말에 수위가 걱정되었으나 널찍한 암반과 소와 담을 타고 옥빛 계류가 흘러내리는 골짜기는 울창한 숲과 어우러져 아름답고 부드럽기만 하다.


“거긴 좋아하는 남녀끼리 가는 덴데 우리가 뭐 하러 가!”


이대종 회장은 “무릉계를 제대로 보려면 신선봉은 올라야 하지 않겠냐”는 회원들 요청에 마지못해 문간재에서 신선봉 꼭대기에 올라섰다. 바른골과 박달골 합수목에 우뚝 솟구친 신선봉은 무릉계 망대였다. 장마에 밀려온 먹구름이 산릉과 골짜기를 덮고 있는 데도 골 깊숙이 숨어 있는 폭포들이 내려다보이고 바른골 끝으로 우뚝 솟구친 고적대도 보였다.


문간재로 내려선 뒤 바른골로 들어서자 무릉계와 전혀 다른 분위기다. 무릉계가 맵시 있고 화려한 미인의 자태를 보는 듯하다면 바른골은 원시 그 자체다. 골짜기는 한결 좁아지고 숲이 더욱 짙어지면서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수더분한 시골 아낙네를 보는 기분이다.


▲ 바른골 물이 쏟아져 내리는 쌍폭 좌벽을 하강하는 홍학기씨.
문홍석씨가 소용돌이치는 소를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수영을 하고 있다.

문간재에서 사원터까지는 한 시간도 채 안 걸리는 거리. 그런데도 너럭반석이 나타날 적마다 주저앉곤 일어날 생각하지 않다 보니 시간이 마냥 지나간다. 옛날 절이 있었다는 사원터(寺院基)에 닿기 전 지계곡 합수머리에서 바른골로 내려선다. 숲 그늘 아래 수십 명이 드러누워도 될 만큼 널찍한 반석, 그 아래로는 매끈한 바위골 따라 옥빛 계류가 흐르고 물안개는 바람 따라 오르락내리락한다. 게다가 물소리에 뒤질세라 매미가 목이 터져나가라 울어댄다. 무릉도원인가 여길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와! 저 물 봐. 저렇게 물이 많이 흘러내리는데 저길 어떻게 들어가란 말이에요?”


“바지만 5.13이면 뭘 해, 등반도 5.13이어야지. 오늘 코밑에 선 그어둘 테니까 거기까진 물에 들어가야 해.” 


한쪽에서 투덜투덜하면서도 안전벨트와 헬멧, 아쿠아 장비를 착용한 다음 물에 젖을 물건과 장비는 몽땅 방수 주머니에 꼭꼭 집어넣는다. 이제 잠수 준비 완료다. 빨간색 전문 등반복을 입은 윤순랑(여)씨가 “물이 너무 깊은 것 같다”며 겁먹은 표정을 짓자 김홍식씨는 “멋진 바지 입었으면 바지 값 해야 한다. 오늘 물에 푹 빠질 각오하라”며 으름장을 놓는다.


“우아, 미끄러워요. 손 좀 잡아주세요!”


김동영(여)씨가 계류를 건너려 하다가 바닥이 너무 미끄럽고 물살이 세다고 엄살을 부리자 선배들은 “아직도 상황 파악 못 하냐?”며 짓궂은 표정을 짓는다. 오늘의 첫 번째 미션은 와폭 미끄럼 타기. 염동우 기자는 밑으로 내려가 카메라 파인더에 눈을 딱 붙이고 있고, 한세일, 김동영, 윤순랑씨는 쪼그리고 앉아 “액션!” 소리가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첫 번째 시도는 NG, 노굿(no good)이다.

▲ 1 자일 하강으로 와폭을 내려선 뒤 소로 뛰어들어 헤엄칠 때면 표정이 더욱 환해졌다. 바른골 와폭 지대. 2 물오리 세 마리가 수영하듯 회원들이 시퍼런 물 위에 떠올라 헤엄치고 있다. 쌍폭 아래 협곡.

세 번째 미션, 폭포 하강 후 소 가로지르기
취재산행이라는 게 대개 그렇듯이 계곡산행 역시 제대로 된 사진 한 컷 찍기 위해 같은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해야 한다. 한데 급류 타고 슬라이딩하는 광경을 여러 번 촬영을 하자니 쉽지 않다. 더욱이 와폭을 타고 미끄러지다가 로프를 가로로 설치해 놓은 20여m 아래 바위턱에 걸리지 않는다면 10m 아래 깊은 소로 빠지게 되니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 번째 시도 때부터는 오히려 즐겁다. 가속이 붙을 때면 얼굴은 더욱 즐거워지고, 더욱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한 번 더 시도하겠다고 간청한다.


두 번째 미션은 티롤리안 브리지. 안전벨트 카라비너에 로프를 걸고 도강하는 게 아니라 로프 붙잡고 계류 가로지르기다. 첫 번째 사람은 무사히 도강, 그러나 두 번째 여성 회원은 텀벙 소리와 동시에 엉덩방아 찧고 만다. 그래도 좋기만 하니-. 정영석 등반대장은 “어른이나 애나 물만 만나면 즐거워한다”며 “아무래도 이제 매년 여름마다 계곡산행을 정례화해야겠다” 한다.


세 번째 미션은 와폭 하강 후 헤엄쳐서 소 빠져나오기. 정영석 등반대장은 위쪽에서 하강용 로프 두 가닥을 늘어뜨린 것을 확인한 다음 혹시 싶은 마음에 소를 가로질러 로프를 깔아놓는다. 물에 빠질 경우 줄을 잡고 빠져나올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다. 완경사 암반을 내려설 때는 여유로운 표정을 짓다가도 턱을 내려서는 순간 가슴을 친 계류가 포말을 일으키며 얼굴까지 덮칠 때면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러다가 와폭 하강을 완료하고 로프를 하강기에서 빼낸 다음 소로 풍덩 뛰어드는 순간 표정이 확 바뀐다. 너무도 즐겁다. 발만 담가도 차가운 느낌이 온몸을 파고드는데 윤순랑씨는 “언니들도 물에 텀벙 들어와 봐요. 스릴 만점이에요”라며 즐거워하고, 회원들이 계곡산행하는 모습을 지켜만 보던 이 회장은 도저히 못 참겠는지 웃통을 훌러덩 벗어젖히곤 소로 텀벙 뛰어든다.


바른골은 와폭과 소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푸른 이끼 덮인 너럭바위가 나타나 물소리 바람소리에 젖어 자연을 탐닉할 시간을 주고 매년 여름 미국 학자가 찾을 만큼 중요하다는 무당개구리 서식지가 나타나 탐구적 자세를 가질 시간도 준다.


"어, 이놈 봐라. 겁이 없네.”


너럭바위에 앉아 쉬는 사이 먹구름 사이로 햇살이 파고들고 그 빛과 함께 하늘에서 내려왔는지 수많은 잠자리떼가 우리 주변을 맴돌더니 머리에 한 마리, 어깨에 한 마리 내려앉고, 손등에도 내려앉는다. 잠자리들은 몸을 흔들어대도 날아갈 줄 모른다. 잠자리들에게 우리는 계곡의 나무나 바위나 다름없는 존재인가보다.


바윗덩이가 꽉 들어찬 골짜기를 내려서자 협곡. 이제는 억겁 세월 속의 신비경 속으로 들어선 듯하다. 원시성을 고이 간직한 골짜기는 우리 마음을 더욱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는가보다. 그래서 비록 짤막한 시간이지만 산 바깥일을 잊어버리고 지낼 수 있다.


사원터를 향해 오를 때 간식을 먹던 곳으로 돌아온 시각은 12시50분. 2시간 전 이곳에서 사원터를 향해 출발해 15분쯤 오르다 계곡 따라 내려섰으니 결국 15분 올랐던 거리를 내려오는 데 1시간 반 가까이 걸린 셈이다. 도중에 매력 없는 구간은 물가 길을 따랐길 망정이지, 줄곧 물줄기 따라 내려왔더라면 한참 더 걸렸을 것이다.


물놀이하느라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각자 배낭에서 먹을거리를 꺼내놓는다. 남자 회원들의 배낭은 커도 실제 먹을거리는 그저 그렇기 마련. 반면 여자 배낭은 작아도 요술배낭처럼 먹을거리가 마냥 쏟아져 나온다.


“용추폭은 위험해요. 로프를 걸 만한 확보 포인트도 마땅치 않고, 첫 번째 소에서 두 번째 소로 내려설 때 잘못하면 소까지 미끄러질 수 있어요.”


점심식사를 마친 뒤 바윗덩이 가득 찬 골짜기를 비집듯이 빠져나오고 매끈한 너럭바위를 밟으며 무릉계 최고의 절경인 용추폭으로 다가서는 사이 중년 부부 두 쌍이 너럭바위 위에 돗자리를 펴고 화투장을 뒤집고 있다. 신선바위 같은 데서 내기를 하고 있으니 이것 또한 ‘신선노름’일 게다. 정영석씨 말마따나 용추폭은 로프 하강이 어렵고 위험하다 싶었다. 확보 포인트가 있다손 쳐도 오버행 턱을 내려서거나 폭포가 꺾이는 지점에서 발을 잘못 디디면 바위에 얼굴이나 머리를 찧을 수밖에 없다. 


아쉽지만 용추폭 구간을 생략하고 문간재를 넘어 쌍폭으로 접어든다. 오후 1시30분, 점심때를 맞아 쌍폭 전망대는 밥상 편 등산객들로 꽉 차 있다. 정영석, 홍학기, 문홍석씨, 그리고 윤순랑씨가 홍일점으로 쌍폭 하강 조로 나서지만 홍학기씨가 15m 높이의 절벽을 하강한 다음 소를 가로질러 물가로 올라서더니 윤순랑씨에게 손을 흔들어댄다. 소를 가로지를 때 소용돌이에 휘말려 깊은 물속으로 빨려들 염려가 있으니 하강하지 말라는 뜻이다.

▲ 1“누구 신발이 예쁜가요?” 회원들이 자신의 아쿠아 슈즈를 뽐내고 있다. 2 무릉반석 미끄럼타기. 회원들은 김홍식씨의 “출발!” 소리와 동시에 와폭을 미끄러져 내렸고, 옆에서 지켜보는 어린아이들보다 즐거워했다. 3 암반 웅덩이에서 헤엄치며 놀다가 잡힌 무당개구리. 바른골은 무당개구리 서식지로 이름난 골짜기다.

미끄럼 타는 순간 어린아이처럼 표정 해맑아져
해가 구름에 숨을 때는 쌍폭은 절벽을 사이에 두고 두 가닥 물줄기를 흘리는 평범한 폭포처럼 보이다가도 구름 사이로 햇살이 내리쬘 때면 보석처럼 반짝이며 신비경을 자아낸다. 그 폭포와 폭포 사이를 동아줄 타고 내려서는 뫼우산악회 회원들은 거대한 암벽을 오르는 클라이머 못지않게 당당하게 느껴지고,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시퍼런 소를 헤엄쳐 나올 때는 물찬 제비를 보는 듯했다.


폭포 아래 협곡은 또 다른 분위기. 수직 절벽과 절벽 사이에 길다랗게 형성된 담은 억겁세월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듯하고, 세 산꾼이 짙은 옥빛 물에 둥둥 떠 떠내려갈 때는 오리 새끼들이 어미 따라 줄지어 내려가는 듯 정겹다.


쌍폭을 지나면서 밑으로 내려갈수록 물가에 앉아 쉬는 탐승객들이 점점 많아지고 삼화사를 지나자 아예 텐트 쳐놓고 물놀이하는 가족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무릉계 최대의 반석지대인 무릉반석에 다다르자 휴일 맞아 피서차 무릉계를 찾은 놀이객들이 곳곳에 자리 펴놓고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마무리를 잘해야 해. 모두 이리 와봐. 여기서 멋지게 타는 거야. 뫼우 파이팅!”


무릉반석 와폭은 무릉계 최고 인기의 미끄럼틀. 날이 조금만 더워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미끄럼을 타는 곳이다. 이대종 회장의 주문에 따라 뫼우산악회 회원 열 명 중 여섯 명이 와폭 턱 위로 올라선다. 그리곤 와폭 밑에서 김홍식씨가 치켜든 팔을 내리는 순간 “출발!” 소리를 외치자 신나게 미끄럼을 탄다. 순간 30대 초반에서 50대 후반의 회원들 표정은 바로 옆에서 물놀이하던 어린아이들만큼 표정이 해맑아졌다. 


산행 길잡이


사원터~무릉계가 적격…헬멧, 안전벨트 작용해야
두타산은 주계곡인 무릉계를 기준으로 지계곡이 여러 가닥이다. 그중 청옥산~ 고적대~갈미봉 사이의 물줄기가 모여드는 바른골과 무릉계를 잇는 코스가 적격이다. 바른골은 사원터 아래 지계곡 합수목 부근에서 시작하는 게 적당하다. 그 위쪽으로는 골이 좁아지고 물줄기도 약해져 계곡산행다운 맛을 보기 어렵다.


취재팀은 독자들에게 좋은 사진을 보여주기 위해 약 20m 높이의 쌍폭 하강과 협곡 사이의 소를 가로질렀지만 관리소에서 익사와 추락사고의 위험 때문에 접근을 금지시키고 있는 용추~쌍폭 구간은 등산로를 따라 우회하는 게 바람직하다.


계곡 산행 중 계곡 산행 전용 아쿠아 슈즈나 샌들을 착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 맨발로 물속에 들어가는 것은 낙상 위험이 높으므로 삼가도록 한다. 헬멧 착용도 필수다. 이 역시 미끄러지면서 머리가 부딪치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미끄러질 위험이 있는 와폭 구간은 안전벨트를 차고 로프 확보를 봐주는 상태에서 지나가는 게 안전하다. 방수백 또한 필수 장비다. 비닐봉지는 잘 싼 듯해도 어느 순간 물이 스며들고 그로 인해 전화기와 같은 귀중한 물건들이 젖을 수 있다.


무릉계 매표소에서 사원터까지는 약 2시간 거리다. 하지만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시간은 서너 배 더 걸린다. 위험 구간에서 시간도 지체되고 풍광이 좋은 구간에서는 아무래도 한동안 머무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찍 시작하더라도 느지막이 끝난다고 생각하고 산행에 나서는 게 좋다. 또한 폭우가 내린 직후에는 급류에 휩쓸려 큰 사고를 당할 위험이 있으므로 계곡산행은 금하도록 한다.
* 교통 숙박은 두타산 코스 가이드 편 참조.


 
▲ 신선봉 정상에 모인 동해 뫼우산악회 회원들. 앞줄 가운데가 이대종 회장.

동해 뫼우산악회


“등반만 아니라 공부도 열심히 하는 산악회 될 터”


뫼우산악회는 동해를 대표하는 전문 등반 산악회다. 1985년 창립 직후 동해 명소 촛대바위에 암벽루트를 내는가 하면 용추폭 좌우벽과 벼락바위에도 흔적을 남겨놓았다.
“용추폭 좌우벽은 한때 저희 산악회 암벽 훈련장이었어요. 한데 탐승객이 늘어나면서 그들이 낙석에 맞는 사고가 생길까 우려해 등반하지 않고 대신 신선봉 병풍암이나 상폭 슬랩 같은 데에서 등반하고 있습니다.”


뫼우산악회는 1987년 창립회원들이 알프스 3대 북벽에 도전하고, 김인수 회원이 단독으로 동계 북알프스 등반에 성공하는 등 열정적이면서도 도전적인 등반활동을 펼쳤으나 1990년대 중반 들어 결혼과 전출 등의 이유로 회원 수가 줄어들면서 침체기를 맞기도 했다.


청죽산악회가 개척한 병풍암 관리를 2001년부터 맡으면서 재부흥기를 맞고 있다. 회원 수가 30명 넘게 불어나면서 2006년 엘 캐피탄 거벽도 등반하고 2009년에는 파키스탄의 라일라피크에도 도전했다. 내년에는 정영석 등반대장과 안문기씨를 주축으로 하는 회원들이 엘캐피탄 등반에 나설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1, 2년에 한 번 씩 회보도 펴내고 있는 뫼우산악회는 회원 영입 차원에서 재작년 봄부터 매년 한 차례씩 암벽체험교실을 열고 있지만 정회원이 되려면 엄격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1년에 두 차례에 한해 정회원 자격을 주기 때문에 정회원이 되려면 일단 회원들과 6개월은 함께 산행을 해야 한다. 그 기간 동안 기존회원들이 유심히 지켜보다가 자질이 있다 싶을 때 기수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대종 회장은 “옛날처럼 20대 초반의 젊은 회원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올해 30대 남자 2명과 여자 2명이 회원으로 들어왔다”며 “등반만 열심히 하는 산악회가 아니라 공부도 열심히 하는 산악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