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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비가 와도 젖은 者는 / 오규원

by 맥가이버 Macgyver 2012. 7. 6.

 

 

 

 

 

비가 와도 젖은 者는 - 오규원

 

강가에서

그대와 나는 비를 멈출 수 없어
대신 추녀 밑에 멈추었었다.
그 후 그 자리에 머물고 싶어
다시 한 번 멈추었었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江은 젖지 않는다.
나를 젖게 해 놓고, 내 안에서
그대 안으로 젖지 않고 옮겨가는
시간은
우리가 떠난 뒤에는
비 사이로 혼자 들판을 가리라.

 

혼자 가리라, 江물은 흘러가면서
이 여름을 언덕 위로 부채질해 보낸다.
날려가다가 언덕 나무에 걸린
여름의 옷 한 자락도 잠시만 머문다.

 

魚族은 강을 거슬러올라
하늘이 닿은 지점에서 일단 멈춘다.
나무, 번뇌, 날짐승 이런 이름 속에
얼마 쉰 뒤
스스로 그 이름이 되어 강을 떠난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젖은 者는 다시 젖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