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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봉 교수의 지명이야기①] 월출산(月出山)은‘돌(石)이 솟아 나온 산’이란 의미

by 맥가이버 Macgyver 2012. 7. 6.

[조강봉 교수의 지명이야기①] 월출산(月出山)은‘돌(石)이 솟아 나온 산’이란 의미

 

글 · 조강봉 우리지명연구회 회장·전 동강대학교 교수

 

 

 

월출산은 전남 영암군 영암읍과 강진군 성전면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기암괴석이 솟아 있다.

그 모습이 ‘금강산’과 흡사하다 하여 ‘소금강’이라 불린 산이다.

 

‘월출산’의 명칭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백제 때는 월나악(月奈岳),

고려 때는 월생산(月生山), 조선시대는 ‘월출산(月出山)’이라 불렀다고 했다.

 

‘月奈>月生>月出’으로 변화했고 두 번째 글자만 ‘奈>生>出’로 바뀐 것이다.


‘月(월)’은 ‘달’을 뜻하는 글자이고,

‘奈(내)’는 옛지명에서 ‘나, 내’로 읽히는 글자이며,

‘生(생)’과 ‘出(출)’은 ‘나다, 나오다’의 뜻이므로

‘月奈岳’, ‘月生山’, ‘月出山’은 한자로 풀이하면 ‘달이 나오는 산’이 된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월출산의 지명이 ‘달이 뜨는 산’에서 왔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옛날 선인들은 밤이면 달빛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니,

밤이면 자연히 하늘을 쳐다보며 달과 별을 벗 삼아 상상의 날개를 펼쳤을 것이므로

‘월출산’의 유래를 ‘달이 뜨는 산’으로 인식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그러나 전국에 달이 뜨지 않는 산이 어디에 있으며, 특별히 월출산만을 ‘달이 뜨는 산’이라 불러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월출산의 백제 때 명칭은 ‘월나산(月奈山)’이었다.

그런데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영암군명도 백제 때에는 월나군(月奈郡)이었는데

통일신라 때에 영암군(靈巖郡)으로 바꾸었다고 했다.

그러므로 ‘월나(月奈)’는 ‘월출산(月出山)’과 영암군(靈巖郡)의 가장 오래된 이름이었으니

‘월출산’의 지명 유래를 풀기 위해서는 ‘월나(月奈)’를 살펴보는 것이 첩경이라 생각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진안현)에서 ‘月’(월)자가 쓰인 지명 예를 찾아보면

‘난진아현(難珍阿縣) 일명 월량(月良)’과 ‘마령폐현(馬靈廢縣)은 본래 백제의 마돌현(馬突縣)인데

일명 마진(馬珍), 일명 마등량(馬等良)이라고도 한다’가 있다.

 

이 구절의 ‘難珍阿>月良’은 ‘珍(진)’을 ‘月(월)’로 바꾼 예인데

‘月’의 훈 ‘달’은 옛 지명에서 ‘돌(石)’과 터 쓰였고,

‘馬突>馬珍>馬等良’은 ‘突’을 ‘珍’으로 바꾼 예인데,

‘突’은 음이 ‘돌’이나 ‘石’을 표기한 예다.

 

또한 <삼국사기>(권36)의

‘石山縣 本百濟 珍惡山縣’에서도 ‘珍惡(진악)’이 ‘石(석)’으로 개칭되었는데,

현재 학계에서 ‘珍惡(진악)’을 ‘tor·torak’으로 읽으며 ‘돌·독(石)’의 표기로 추정한다.


삼국시대의 지명들은 당시에 우리말을 적을 수 있는 글자가 없었기에

모두 한자의 음을 빌어 적은 음차(音借) 지명들이다.

이들은 한자의 뜻에 따라 기록된 지명이 아니므로 한자의 뜻으로 풀이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월나(月奈)’의 ‘月(월)’은 ‘달’이라는 훈의 음을 빌려 적은 훈음차자(訓音借字)이므로

‘월나악(月奈岳)’은 ‘달이 나온 산’으로 풀이할 수 없다.

 

이 산이 금강산처럼 기괴한 암석들이 솟아난 아름다운 산이기에

‘돌이 솟아 나온 산’이란 의미에서 불린 이름이지,

‘달이 나온 산’이란 의미에서 불린 이름은 아니다.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기록이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영암군 산천조)에 “동석(動石)은 월출산 구정봉 아래에 있다.

특히 층암(層巖) 위에 서있는 세 개의 돌은 높이가 한 길 남짓하고 둘레가 열 아름이나 되는데,

서쪽으로는 산마루에 붙어 있고, 동쪽으로는 절벽에 임해 있다.

군의 이름도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라고 기록돼 있다.


즉 영암(靈巖) 고을명이 월출산 구정봉 아래 3개의 바위에서 유래했다는 이 전언은

 ‘영암(靈巖)’ 고을명의 옛명칭인 ‘월나(月奈)’가 월출산의 구정봉 아래 3개의 바위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며,

반면에 ‘영암(靈巖)’이란 이름은 이곳에 ‘기묘한 바위들이 솟아 나온 월출산이 있기에

‘靈’(신령 령)자와 ‘巖’(바위 암)자 붙여 ’신령스런 바위’가 있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부른 고을명이라 생각한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는 ‘삼국시대>통일신라>고려>조선’으로 이어지면서

백성들의 뇌리에 박힌 구시대의 문화 및 향수를 지우기 위하여

원지명을 비슷한 음이나 뜻을 가진 글자로 바꾸어 개칭하였다.

 

이런 영향으로 월출산도 ‘月奈>月生>月出’로 바뀌자 원지명의 의미가 퇴색되면서

일반인들의 의식이 차차 ‘돌이 나온 산’이란 의미보다는 ‘달이 나온 산’이란 의미로 바뀌었고,

이에 따라 ‘月奈’를 ‘月生’으로, 다시 ‘달이 뜨는 산’이란 의미를 좀더 명확히 드러낼 수 있는 ‘月出’로 바꾸었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