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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봉 교수의 지명이야기] (2) 무등산(無等山)은 ‘갈라진 돌’에서 유래

by 맥가이버 Macgyver 2012. 9. 14.

[조강봉 교수의 지명이야기] (2) 무등산(無等山)은 ‘갈라진 돌’에서 유래

  • 글 · 조강봉 우리지명연구회 회장·전 동강대학교 교수 | 사진·강석현 

 

‘등급이 없는 산’이란 한자 뜻풀이는 옳지 않아

무등산(無等山)은 광주(光州)의 진산이다. <삼국사기>(권36)에 의하면 광주는 백제 때 무진주(武珍州), 신라 때 무주(武州), 고려 때 광주(光州)로 불렀다 했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무등산은 본래 무진악(武珍岳) 또는 서석산(瑞石山)이라 기록되어 있으니 ‘무진(武珍)’은 광주의 가장 오래된 고을 이름임과 동시에 무등산의 옛 이름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무등산의 유래를 밝히기 위해서는 ‘무진(武珍)’과 ‘서석(瑞石)’의 의미를 밝히는 것이 첩경이라 생각한다.

무등산(無等山)은 쓰인 한자로 보면 ‘등급이 없는 산’이 된다. 그러나 옛 지명은 처음부터 한자로 지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옛날에 우리말로 지어진 이름이므로 한자의 뜻에 따라 풀이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

무등산의 옛 이름 ‘무진(武珍)’은 ‘武+珍’으로 분석된다. ‘珍’이 쓰인 옛 지명으로는 <신증동국여지승람>(진안현)에 “마령폐현(馬靈廢縣)은 본래 백제의 마돌현(馬突縣)인데 일명 마진(馬珍), 일명 마등량(馬等良)이라고도 한다”와 “난진아현(難珍阿縣) 일명 월량(月良)”이 있다. 전자는 ‘馬突>馬珍>馬等良’으로 변화한 지명이며 ‘突(돌)’은 ‘珍(진)’으로 바뀌었는데 ‘珍(진)’이 다시 ‘等(등)’으로 바뀐 것이며, 이들 ‘突·珍·等’을 모두 ‘돌(石)’의 표기로 보고 있다.


 
 
또한 <삼국사기>(권36)에도 “석산현 본백제 진악산현(石山縣 本百濟 珍惡山縣)”이란 기록이 있는데 여기에서 ‘진악(珍惡)’은 ‘석(石)’으로 개칭되었으며, 학계에서는 이 ‘진악’을 ‘돌(石)’을 표기한 어사로 보고 있다. 또한 광주시에서도 무등산의 옛길을 복원하며 그 이름을 ‘무돌길’이라 명명했는데 이 이름도 ‘무진주(武珍州)’의 ‘珍’이 ‘돌’로 읽혀 왔음을 알려 주는 예의 하나다.

그런데 <삼국사기>(권34)에는 “무동미지일운 갈동미지(武冬彌知一云 曷冬彌知)”란 기록이 있다. 이는 ‘무동미지(武冬彌知)’를 달리 ‘갈동미지(曷冬彌知)’로 부른다는 내용이며, 단지 ‘무(武)’가 ‘갈(曷)’로 바뀐 것뿐이다. 하지만 현재 ‘갈(曷)’은 ‘어찌’ 이외에는 별 뜻이 없으므로  뜻을 빌린 글자가 아니라 음을 빌린 글자임이 분명하므로 여기에서 우리는 ‘무(武)’를 ‘갈(曷)’로 읽었다는 중요한 증거를 발견하게 된다.

자전을 보면 武는 ‘굳세다, 병장기, 병법, 무인’ 등의 뜻이 있다. 하지만 ‘武’는 본래 6서법의 하나인 회의(會意)자로서 ‘戈+止’의 합성어다. ‘戈(과)’는 창과 활을 본뜬 글자이고, ‘止(지)’는 발(足)을 본뜬 글자로, 지금은 ‘그치다’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본래 ‘武’는 무기와 무력을 뜻하는 글자였지만 동시에 무력의 남용과 충돌을 그치게(止) 하는 의미에서 조어된 글자로 알려져 있다.

옛날의 무기는 주로 창과 활이었지만 청동기, 철기시대를 거치면서 무기는 주로 칼(刀, 劍)이 쓰였다. ‘칼’은 거센소리로 되기 이전에는 ‘갈’이라 말했다. 그러기에 이른 옛날에는 ‘武’는 일부 어휘에서 ‘갈’로 읽었을 가능성이 높다. <삼국사기>의 지명들은 대부분 한자의 음을 빌어 적은 음차지명이다. 그러기에 ‘무진주(武珍州)’의 ‘무진(武珍)’도 음차지명으로 보아 ‘무돌’로 읽어 왔다. 하지만 이렇게만 보면 ‘무진’은 해독되지 않는다. <삼국사기>(권34)의 “무동미지일운 갈동미지(武冬彌知一云‘曷冬彌知)”의 예와 같이 ‘무(武)’를 ‘갈(曷)’로 보아 ‘가르다, 갈라지다’라는 뜻으로 새긴다면 ‘무진’은 쉽게 풀리게 된다.

‘서석’은 ‘서 있는 돌’에서 유래

무등산 정상 부근에는 마그마가 냉각과 응고에 따른 부피의 수축으로 생긴 금으로 인해 다각형 기둥 모양의 갈라진 바위 무더기인 주상절리(柱狀節理)의 돌기둥들이 산재해 있다. 이런 돌기둥 무더기를 서석대(瑞石臺)와 입석대(立石臺)로 부르고 있다. ‘입석(立石)’은 ‘선돌’이란 뜻의 한자말이고, ‘서석(瑞石)’의 ‘서(瑞)’는 ‘서다(立)’라는 말의 첫음절 ‘서-’를 적은 글자이고, ‘석(石)’은 ‘돌’을 적은 글자이므로 서석(瑞石)은 ‘서 있는 돌’에 어원이 있다고 생각한다.

선인들은 이런 어원 의식을 이미 <신증동국여지승람>(광산현)에 기록하고 있다. 즉 “무등산은 무진악(武珍岳) 또는 서석산(瑞石山)이라 하였는데, 이 산의 서쪽 양지바른 언덕에 돌기둥 수십 개가 서 있는데 높이가 백 척이나 되므로 이 산 이름인 서석(瑞石)은 이로 말미암은 것이다”란 기록이 그것이다.

결론적으로 광주와 무등산의 옛이름 ‘무진(武珍)’은 ‘갈라진 돌’이란 의미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무등산의 또 다른 이름 ‘서석(瑞石)’ 또한 사각형 모양인 주상절리의 돌기둥이 서 있는 모습에서, 다시 말해 ‘서 있는 돌’이란 의미에서 불린 이름이므로 결국 ‘무진’과 ‘서석’은 무등산 정상의 돌기둥이 갈라져 서 있는 모습에서 유래한 이름임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광주와 무등산의 옛이름 ‘무진(武珍)’은 ‘갈라진 돌’이란 의미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무등산의 또 다른 이름 ‘서석(瑞石)’ 또한 사각형 모양인 주상절리의 돌기둥이 서 있는 모습에서, 다시 말해 ‘서 있는 돌’이란 의미에서 불린 이름이므로 결국 ‘무진’과 ‘서석’은 무등산 정상의 돌기둥이 갈라져 서 있는 모습에서 유래한 이름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