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강아지풀을 읽다 / 윤정구

by 맥가이버 Macgyver 2012. 9. 22.





 

        강아지풀을 읽다 / 윤정구

         

         

        한계령 강아지풀들은
        미래라는 낱말을 모른다고 한다
        그대신 현재라는 말 속에
        한 두어 달 치의 미래를 감추고 있다고 한다

         

        두 달 이상은 믿지 않는 게 현명한 일인지 모른다
        건강하시던 내 어머니
        어느 날 문득 대장암이라더니
        두 달 만에 나를 남기고 세상을 떠나셨다

         

        그 후로는 나도 미래란 말을 믿지 못한다
        무엇이든 바로 지금
        신이 허락한 시간 안에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자꾸 조바심을 한다

         

        한계령의 여름은 너무 짧아서
        강아지풀의 한낮도
        벌써 해 기울었다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기에는 너무 짧은 하루

         

        강아지풀은 미래라는 낱말을 모른다고 한다
        오늘을 열심히 살다 가면 그뿐
        먼 후일 우리 어디에서 무엇으로 피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고 고개를 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