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산행 코스가이드 | 한우산] 가을이면 능선을 물들이는 억새의 향연

[억새산행 코스가이드 | 한우산] 가을이면 능선을 물들이는 억새의 향연

 

• 글·김기환 부장대우 

▲ 산성산 줄기의 주능선에 형성된 억새밭.

경남 의령의 한우산(寒雨山·764m)은 진달래와 철쭉이 좋은 전형적인 봄 산이다. 5월 초 철쭉이 만개하는 시기에 맞춰 축제도 열려 산정은 많은 이들로 북적된다. 하지만 가을의 한우산도 봄 못지않은 넉넉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한우산에서 산성산(山城山·741.4m)으로 이어지는 능선 곳곳에 억새가 물결치며 환상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한우산은 본래 이름은 ‘한여름에도 찬 비가 내리는 산’이란 뜻의 순수한 우리말인 찰비산이다. 이 뜻을 한자로 옮겨, 찰 한(寒) 자 비 우(雨) 자를 쓴 한우산이 되었다. 산 이름은 한우산이지만 지금도 정상 북쪽으로 뻗은 깊은 계곡의 이름은 그대로 찰비골로 부른다.

한우산 억새는 정상에서 산성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산성산 정상부 일대에 군락이 형성되어 있다. 이곳의 억새 군락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높은 고도와 어우러지며 색다른 느낌을 준다.

한우산은 1998년에 제작된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마지막 장면을 찍었던 장소로도 유명하다. 이 작품은 전쟁 중인 1950년대를 배경으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사람들이 달구지를 끌고 동네를 떠나는 마지막 장면의 지그재그로 난 산길이 한우산 찰비골에 난 임도를 배경으로 했다.

 

▲ 산정에서 본 찰비골에 깨끗하게 포장한 도로가 보인다.

한우산 억새를 보려면 산성산을 먼저 찾는 것이 좋다. 벽계마을 뒤 오솔길을 타고 산성산 북릉으로 오르는 코스는 완만하다. 넓은 산길을 따라 산책하듯 걸어서 산을 오를 수 있다. 주능선을 오르면 길이 좁고 가팔라진다. 마을에서 1시간이면 산성산 정상부에 닿는다.

억새밭은 산성산 정상 일대의 능선과 서쪽의 완만한 산성터 일대에 넓게 분포되어 있다. 정상을 지나 잠시 내려섰다가 올라서면 또다시 억새밭이 나타난다. 서쪽 멀리 외초리 일대의 너른 들판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한우산 산군의 최고봉인 825m봉 동쪽 지능선에 널찍한 주차장과 화장실을 갖춘 전망대가 보인다. 승용차도 오를 수 있는 깔끔한 포장도로가 이곳까지 이어진다. 철쭉제가 열릴 시기에는 이곳은 많은 차량으로 붐빈다.

전망이 좋은 825m봉을 거쳐 내려서면 도로를 만나고 널찍한 공터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한우산 철쭉제 행사가 열린다. 이 부근에서 보는 남쪽 조망이 시원스럽다. 바로 앞에 의령의 진산 자굴산이 우뚝하게 솟아 있다. 임도를 지나면 산길은 비교적 평탄한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임도에서 15분이면 자굴산으로 능선이 갈려나가는 한우산 정상에 설 수 있다.

▲ 찰비골의 가을 풍광.

산성산에서 825m봉을 거쳐 임도까지 억새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큰 나무가 거의 없어 조망이 뛰어난 구간이다. 일출과 일몰 감상지로도 그만이다. 임도에서 한우산을 거쳐 활공장까지 가는 길은 비교적 완만하다.

벽계마을에서 시작해 산성산~825m봉~한우산~활공장까지는 3시간이면 산행이 가능하다. 여기서 찰비골을 통해 1시간만 내려서면 출발지점으로 원점회귀할 수 있다. 조금 더 긴 산행을 하고 싶다면 활공장에서  주능선을 타고 계속 북쪽으로 진행한다.

능선 중간의 753m봉에서 716m봉까지는 목가적인 풍경의 초원지대에도 억새밭이 펼쳐진다. 716m봉 이후 동쪽 능선으로 500m쯤 간 뒤 북쪽의 백학동 계곡을 통해 벽계저수지로 내려선다. 이렇게 산성산과 한우산 능선을 모두 종주하면 총 14km에 7~8시간가량이 소요된다. 능선에는 물이 없으니 식수는 산행 전에 충분히 준비하도록 한다.

▲ 한우산 개념도

교통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의령까지 1일 3회(09:00, 13:00, 16:30) 시외버스가 운행한다. 4시간 50분 소요. 부산에서는 1일 17회, 진주에서 1일 14회, 마산에서 1일 31회 의령행 버스 운행. 문의 의령 시외버스터미널 055-573-2112. 의령에서 궁유면 소재지까지 시내버스 1일 9회 운행. 궁류면 소재지에서 벽계마을까지 택시 이용.

숙식(지역번호 055)

 

숙박은 벽계관광지 부근의 펜션과 민박집을 이용한다. 찰비펜션관광농원(572-9573), 벽계한우산민박(572-6832), 정자나무집(572-7832), 벽계식당(572-7830). 벽계유원지 근처에 음식점이 몇 곳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