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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로 떠나는 낙엽 숲길 기행 2선 - 계룡산 동학사 & 팔공산 은해사

by 맥가이버 Macgyver 2012. 11. 15.

산사로 떠나는 낙엽 숲길 기행 2선 - 계룡산 동학사 & 팔공산 은해사

  • 입력 : 2012.11.13 15:54
 
◇오색단풍이 낙엽 되어 구르는 늦가을의 정취 속에 절집을 찾는 여정은 큰 감흥으로 다가온다.
복잡한 일상 속에 잠시 마음의 짐을 덜어 낼 수 있는가 하면 호젓한 숲길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사진은 계룡산 동학사 입구를 찾은 나들이객의 모습.
가을비가 그치자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환절기의 한기가 만만치 않지만 늦가을의 정취를 맛보기로는 이맘때가 제격이다. 숲길에 접어들면 그야말로 오감으로 계절의 변이를 실감할 수가 있다. 시각과 후각 은 물론 청각 촉각 등 5감이 흡족한 숲길 기행을 담보해준다. 화려한 단풍나무 잎이 지고 상수리나무 신갈나무까지 샛노랗고 주황빛을 띠게 되면 가을이 제대로 무르익은 것이다. 낙엽냄새 폴폴 풍기는 숲길은 바스락 발끝으로 전해오는 계절의 촉각을 느끼기에 제격이다. 이 같은 운치와 편안함을 한꺼번에 누리기에는 만추의 산사가 으뜸이다. 가을의 끝자락 낙엽이 깔린 절집주변 오가는 길은 그야말로 복잡한 일상 속에 잠시 마음의 짐을 덜어 낼 호젓한 의지처가 된다.

계룡산은 호젓한 트레킹 코스로도 제격이다.

 

1.계룡산 동학사


운치 있는 가을 산을 떠올리자면 가을과 겨울이 섞인 이즈음이 제 때이다. 평범한 마을 뒷산마저도 아름답게 채색되고 보니 절로 발길이 숲으로 향한다. 요즘 산중의 수목들은 가을 색을 털어내기에 분주하다. 그런 숲길을 걷노라면 코끝으로는 청신한 숲내음이, 발끝으로는 기분 좋은 낙엽 밟는 소리가 전해온다.

만추에 자연이 준 호사를 제대로 누릴 만한 곳이 있다. 계룡산 동학사 찾는 길도 그 중하나다. 천년고찰 동학사는 행정구역상은 공주시(반포면 학봉리)이지만 대전 유성구의 지척으로 대전 시민들이 더 즐겨 찾는 나들이 명소다. 계룡산 동쪽 골짜기에 자리하고 있어 10~11월 내려앉는 단풍 숲길이 압권이다. 특히 맑은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사찰 진입로는 아름드리 숲길이 1.5km 가량 펼쳐져 상쾌한 절집기행에 그만이다. 흔히 소나무가 밀생하는 여느 사찰 길과는 달리 졸참나무, 때죽나무, 물푸레나무, 쥐똥나무 등 활엽수가 많아 만추에 화려한 단풍숲길이 펼쳐진다. 특히 비 내린 후 담아내는 늦가을의 운치가 압권이다. 봄이면 박정자삼거리에서 동학사에 이르는 약 3km의 벚꽃 터널이 이제는 수수한 낙엽 길로 변해 정취를 더한다.

계룡산 계곡
절집도 유명세와는 달리 그다지 크거나 화려하지 않다. 대웅전 앞마당에서 펼쳐지는 만추의 계룡산은 알록달록 채색된 기암절경이 일품이다. '동학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비구니 강원(승가대학)이다. 150여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수행과 포교에 필요한 교육을 받으며 정진하고 있다. 스님들의 경 읽는 소리가 맑은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와 어우러져 고즈넉한 산사에 청아함을 더한다. 특히 낙엽 깔린 산사 주변을 포행 하는 스님들의 모습에서는 한없는 편안함이 묻어난다.

동학사를 품고 있는 계룡산은 대전광역시, 공주시, 논산시에 걸쳐있는 충남 제일의 명산이다. 능선이 닭의 볏을 머리에 쓴 용의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계룡'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계룡산은 조선시대 예언서 정감록에서 새로운 도읍지로 점쳐진 곳이다. 특히 조선 말기, 이 땅에서 더 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었던 백성들이 개벽을 믿으며 이상향으로 여겼던 곳 또한 계룡산이다.

잘 차린 우리 한식에 남다른 자부감을 지니고 있는 '이시돌' 염대수 사장..
계룡산은 주봉인 천황봉 (845.1m)을 비롯해 삼불봉, 연천봉, 관음봉 등 열댓 개의 봉우리와 기암괴석, 서쪽으로 용문폭포, 동쪽에 은선폭포, 남쪽에 암용추, 숫용추폭포 등을 아우르고 있다. 동학사에서 갑사로 넘어가는 트레킹 코스는 명품 길로 늦가을 산행에도 적당하다. 특히 갑사와 용문폭포 주변, 남매탑, 삼불봉, 관음봉을 잇는 구간은 겨울 설경 이상으로 가을철 붉게 물든 단풍이 압권이다.

하지만 무리하지 않고 평범한 가을산행의 정취를 맛보고 싶다면 '동학사~남매탑' 코스도 무난하다. 계룡산 동학사 통제소 입구~천정골~큰배재~남매탑~동학사 삼거리~통제소 입구로 돌아오는 6.5km 구간이 쉬엄쉬엄 3~4시간이면 충분하다. 물론 KTX를 타고 아이들 유모차를 끌고 왔거나 노약자를 동반했다면 동학사 주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근사한 만추기행이 된다.

은해사 백흥암 가는 길.
◆여행메모

▶가는 길

◇동학사 =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정안 IC~23번국도~월송교차로~32번국도(대전방향)~박정자삼거리~동학사

◆오감(五感)의 완성, 산 아래서 만난 명품 미각 '이시돌'

산중에서는 모든 게 맛나다. 보온병에 담아간 커피 한 잔, 작은 간식거리 하나도 참으로 각별하다. 하지만 온전히 흡족할 순 없다. 그래서 하산길 맛집을 찾아 나선다.

여행 중 제대로 된 손맛을 담나아내는 밥집을 만난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계룡산 동학사 아래에 자리한 한정식 전문점 '이시돌'이 바로 그런 집이다.

남도의 밥상을 한상 가득 차려내는데 이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고향의 손맛 일색이다.

들깨를 갈아 넣어 끓인 시래깃국, 쑥부쟁이 들깨무침, 피마자잎볶음, 민들레-뽕잎순-다래순나물에 젠피-김-매실장아찌 등 여느 집에서는 구경조차 하기 힘든 귀한 것들이 상에 오른다. 멍게젓, 갈치속젓, 꼴뚜기 젓갈 등 다양한 젓갈에 홍어, 떡갈비, 오리고기훈제, 황태찜, 더덕철판구이 등도 맛깔스럽고 푸짐하다. 특히 매콤고소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 일품인 '홍어 애 부침'은 이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최고의 별미다.

이 집은 유명 정관계 인사는 물론 재벌 회장, 명사들의 이른바 '숨겨 놓은 맛집'으로 통하는 곳이다. 그중 철학자 도올 김용옥 선생도 이 집 밥맛에 감탄을 아끼지 않은 경우다. 지난 해 봄 저서의 여백에 난(蘭)을 친 다음 칠언절구(七言絶句)까지 써주었을 정도다.

백흥암
'鷄龍精氣涵山菜(계룡정기함산채) 君之精誠更發香(군지정성갱발향)'-'계룡의 정기가 길러낸 산채를 군자의 정성이 향기 나게 만들다'-

이처럼 명사들의 입맛을 제대로 사로잡고 있는 비결은 다름 아닌 주인 염대수씨(58)의 각별한 정성에 있다.

염씨는 "음식 맛은 '정성'에 달렸다"면서 "제대로 된 식재료는 기본이거니와 상차림의 격식과 맛의 깊이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세월 전남 구례 지리산자락, 나주, 목포 등지에서 음식 맛을 배우고 연구하며 익혔던 손맛과 나름의 철학이 주효했다고 설명한다.

염 씨는 젊은 시절 신문사에 몸담고, 중견 기업 임원에 88서울올림픽 때에는 패션 페스티벌에 참여하는가 하면 대학 강단에도 서는 등 다재다능한 이력의 소유자다. 특히 뉴욕 맨해튼 레스토랑에서는 직접 외식업도 배웠다. 이때 그는 '문화와 전통이 배어있는 한 나라의 음식은 국적 불명의 퓨전이란 명분으로 대신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 같은 염 씨의 다양한 이력이 맛깔스럽게 버무려져 오늘날 그만의 손맛과 서비스 마인드, 경영철학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염 씨의 경영철학 중 가장 큰 근간은 '자신 있게 차려낸 우리 한식에 대한 자부감'이다. 때문에 그는 "무작정 비굴한 듯 한 서비스로 음식 맛을 대신하고 있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손님에게 과도하게 친절을 베푸는 데 쓰는 열성을 차라리 맛난 밥상 차리는데에 쏟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주문한 음식을 남기면 손님은 돈이 아깝고 이시돌은 정성이 억울하니 이런 상차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손님은 다시 찾지 않아도 좋다"고 늘 강조한다고 했다. 때문에 이 집의 손님들은 웬만해서는 음식을 남기는 법이 없다. 그래서 한 명사로부터 "그 어떤 권력도 음식권력을 넘지 못한다"는 찬사까지 받게 됐다고 한다.

은해사 입구의 풍광.
염대수씨는 최근 베이비 부머세대들이 퇴직 후 다투어 요식업 체인점 사업에 나섰다가 실패하는 사례를 무척 안타까워했다. 그는 "고물가 시대 무작정 저렴한 메뉴로 수지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며 "이왕이면 객단가가 일정 수준 이상 되는 아이템으로 특색 있게, 자기만의 맛을 내면 승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차별화한 한정식 등도 이에 해당된다.

그는 음식점을 시작하려는 베이비부머 퇴직자 등 이 분야 초보자들에게 맛의 비결과 음식 철학 등을 나눠 줄 용의가 있다고 했다. 제대로 된 음식문화를 전파할 전도사들이 이 땅에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 때문이다. '이시돌'은 주로 예약 손님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남도한정식(3인 이상) 1인분 1만8000원, 떡갈비정식(2인 이상) 1인분 1만5000원을 받는다.(042)825-8285.

2. 팔공산 은해사

경북 영천 팔공산자락 은해사와 주변 암자를 다녀오는 숲길은 천년의 세월을 함께 해 온 자연과 절집의 절묘한 하모니를 맛볼 수가 있다. 특히 '은해사~백흥암~중암암'을 찾는 길은 최고의 산사 트레킹 코스로 꼽을 법하다. 오솔길을 굽이돌아 세월의 흔적 묻어나는 단청 없는 선방 '백흥암'과 벼랑 위에 걸려 있는 암자 '중암암(中巖庵)'은 오가는 숲길이며, 절집의 빼어난 기품에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영천시 청통면 팔공산 동쪽자락에 자리한 은해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 10교구 본사로, 신라 41대 헌덕왕 1년(809년) 혜철국사가 해안평에 창건한 '해안사'가 그 유래이다. '안개 낀 팔공산 자락이 구름으로 뒤덮일 때 절 마당에서 바라본 광경이 마치 은빛 바다가 물결치는 듯하다'고 해서 '은해사(銀海寺)'라는 이름을 얻었다. 하지만 은해사의 만추는 운무가 드리워진 날 이상이다.

우선 절 어귀 울창한 송림이 압권이다. 일주문에 들어서면 아름드리 솔숲 아래 작은 관목들이 알록달록 가을 색을 뽐내고 있어 선 굵은 소나무와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일주문에서 보화루에 이르는 수백 미터 숲길은 조선 숙종(1714년) 임금 때 조성된 300년 내력의 송림이다. 사찰 어귀에 세워진 돌비석 '대소인하마(大小人下馬)'가 눈에 띈다. 큰 절에 가면 일주문에 들어가기 전 만나는 것으로 '누구나 말에서 내리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 가을 그 말뜻을 찬찬히 살피자니 '짊어지고 다니는 번뇌와 망상, 편견조차도 함께 내려놓고 들어오라'는 의미로 여겨진다.

이즈음 은해사에서 가장 멋진 공간은 담장 밖 개울가 벤치다. 여름이면 폭포수도 쏟아지는 이곳에는 커다란 참나무가 반쯤 눕듯이 계곡을 향해 멋진 단풍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그 아래로 벤치가 있어 그야말로 그림엽서 속에서나 나올 법한 사색의 공간이 펼쳐진다.

팔공산은 소박한 듯 운치 있는 암자를 곳곳에 품고 있다. 암자란 무릇 종교는 달라도 산길에서 만나면 기웃거리고, 쉬어 가고 싶은 느낌을 갖게 하는 그런 산중의 쉼터와도 같은 곳이다.

은해사의 암자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백흥암이다. 신라 경문왕 9년(869년) 창건한 고찰로, 은해사 북서쪽으로 숲길을 따라 2.5km 쯤 올라간 볕이 잘 드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영천사람들은 '은해사~백흥암~중암암'으로 이어지는 5km 남짓 숲길을 최고의 트레킹코스로 꼽는다.

은해사를 뒤로 하고 농업용수를 대는 '신일지'를 지나 왼쪽 숲길로 들어서면 백흥암 가는 길이다. 백흥암 가는 길은 편도로 차가 다닐 수 있을 만큼 길이 넉넉하다. 주변 숲은 소나무, 굴참나무, 단풍나무, 고로쇠나무, 자작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밀생지다. 이들이 털어내는 낙엽이 굽이굽이 길섶에 쌓여 운치 있는 산사트레킹코스를 이룬다. 은해사에서 쉬엄쉬엄 1시간 남짓 걸린다.

비구니 선원 백흥암은 얼핏 보기에 사찰이라기보다는 서원과도 같은 느낌이 든다. 단청을 하지 않은 절집의 자태가 고색창연한 한옥의 기품을 한껏 풍긴다.

백흥암이 유독 단아하고도 예스러운 기품을 유지할 수 있기에는 스님들이 수행하는 선방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늦가을 불타는 팔공산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중암암(中巖庵)이다. 말 그대로 바위위에 세워진 암자. 은해사의 여러 암자 중 자연미가 물씬 풍기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해발 고도 780m의 높은 산정에 위치하고 있지만 가는 길만큼은 수월하다. 백흥암에서 산길을 따라 2.3km, 한 시간 정도를 오르면 된다. 중암암을 찾는 숲길 또한 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잘 닦여 있다. 하지만 기암괴석과 아름드리 숲이 빽빽이 들어차 산중 숲속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중암암은 '돌구멍 절'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작은 돌 틈을 지나고서야 벼랑 위에 앉은 작은 암자를 만날 수 있다. 스님들의 선방인 소운당을 지나면 바위 두 개가 서로 기댄 돌구멍이 나타나는데 사람 하나 드나들기에 딱 좋은 크기의 석문이다. 돌구멍을 지나면 곧 법당 앞마당이다. 마당이라고 해봐야 손바닥만도 못하지만 벼랑위에서 바라본 풍광은 예사롭지가 않다. 가을 햇살이 쏟아지는 암자 마루는 더 할 수 없이 여유로운 공간이다. 한 소끔씩 불어오는 산바람에 울리는 풍경소리가 고요한 산중의 적막을 가를 뿐, 산사의 고적미를 느끼기에 최고다.

◆여행메모

▶가는 길=경부고속도로 영천IC~영천시내~청통면 은해사

▶먹을거리=영천은 경북 제 2의 한우산지다. 특히 포도 주산지로 포도를 먹인 한우가 유명하다. 곳곳에 한우 전문 식당이 자리하고 있어, 뭉티기, 소금구이, 육회, 소고기찌개 등을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