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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읽는 동시] 솟대 - 박예분
by 맥가이버 Macgyver
2013.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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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
나는 나무오리예요
다른 친구들처럼 물 속을 헤엄치지도 못하고 꽥꽥 소리내지도 못하지만
하늘 닿는 긴 장대 끝에 앉아
바람을 만나면 뱃사람들 이야기 들려주며 너무 세게 불지 말라 부탁하고
비를 만나면 농사짓는 사람들 이야기 들려주며 너무 많이 내리지 말라 부탁하고
별을 만나면 아이들 가슴에 반짝반짝 따뜻한 별 하나씩 품게 해 달라 꼭꼭 부탁해요
―박예분(1964~ )
마을 입구에 서 있던 솟대의 나무오리는 마을을 지켜주는 지킴이었다.
정월 대보름날이면 마을 사람들은 솟대를 세우고 흥겹게 농악을 하며 한 해의 풍년과 마을 사람들의 안녕을 빌었다.
솟대의 나무오리를 보고 있으면 정월 대보름에 오곡밥을 먹던 일이며 농악 소리며 휘영청 밝은 달밤에 달집을 태우고 쥐불놀이하던 일들이 떠오른다.
긴 장대 끝에 나무로 깎아 올려놓은 나무오리가 바람과 비와 별을 만나 소원을 비는 모습이 참 예쁘다.
금방 하늘로 날아오를 것처럼 앉아 있는 나무오리는 희망의 새일 것이다.
하늘 닿는 긴 장대 끝에 나무오리가 앉아 있어 올해도 풍요로운 한 해가 될 것만 같다.
-이준관 아동문학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