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봄길걷기] 동피랑에서 벽화보고 중앙시장에서 도다리쑥국 맛보고… '통영의 봄'에 푹 빠지다
경남 통영의 역사와 예술혼을 간직한 ‘토영 이야~길’에 있는 남망산 조각공원 산책로.
통영항과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해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봄기운이 통영 바다를 건너 상륙작전을 감행 중이다. 계절 순환의 틈새마다 피어나는 여린 봄꽃들이 통영 앞바다 미륵산 기슭에 진지를 구축하고 봄을 뿜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통영 포구에 늘어선 식당에선 이 계절에만 낼 수 있는 도다리쑥국으로 봄을 조리해 사람들을 먹이느라 분주하다.
수많은 시인과 묵객들의 문필에서 낙원처럼 묘사된 통영. 케이블카로 연결된 미륵산 정상에서 한려수도를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통영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려면 실제로 걸어보아야 한다. 짠 내 섞인 삶을 버무려 살아가는 통영 사람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길을 이곳에선 '토영 이야~길'이라고 부른다. 길 이름에서'토영'은 통영이라는 연속되는 이응 발음이 쉽지 않았던 이 지역 사람들의 사투리이고, '이야~' 역시 누이를 부르는 이곳만의 정겨운 표현이니 길 이름부터 '통영스럽다'할 것이다. 통영의 역사와 예술혼을 간직한 수많은 유적지와 아름다운 명승지를 하나로 묶은 이 길은 12㎞ 정도이지만 최적의 동선으로 다시 엮었더니 딱 10㎞ 나온다. 3시간 정도면 걸을 수 있는 길이지만, 한려해상국립공원을 앞마당으로 둔 아름다운 풍광과 여러 예술가의 흔적을 쫓다 보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남망산 조각공원과 동피랑마을
- 통영 남망산 조각공원에 떨어진 동백꽃이 소담하다.
길의 시작은 통영에서도 가장 내밀한 곳에 자리한 포구인 강구안 문화마당이다. 문화마당에는 바람 앞 등불 같았던 나라를 구해낸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 세 척과 판옥선이 정박해 있다.
길은 강구안 동남쪽에 솟아 한려수도를 조망권에 둔 남망산 조각공원으로 이어진다. 봄바다를 배경으로 전시된 조각 작품들 사이를 걷다 보면 어느새 봄기운으로 온몸이 재충전된다. 송이째 낙화한 동백꽃 무덤도 남망산 조각공원의 이맘때 풍경 중 하나다.
남망산을 내려와 시인 김춘수 생가를 지나니 벽화마을로 꽃을 활짝 피워낸 동피랑마을이다. '동쪽 벼랑'이란 뜻의 동피랑마을은 삼도수군통제영의 동쪽 성곽 문루였던 동포루가 있던 곳이다. 당초 마을을 모두 헐어내고 옛 동포루를 복원해 공원으로 만들려는 계획이 있었으나 지역 시민단체들이 앞장서서 지켜낸 곳이다.
시민단체들이 2007년 개최한 '동피랑 색칠하기 전국벽화공모전'에 18개 팀이 참가해 담벼락을 캔버스 삼아 작품을 그렸는데, 이 일이 입소문을 타면서 통영의 대표적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무조건 재개발하는 게 지역 발전의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사례다. 동피랑마을에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의 벽화와 관광객들에게 호의적인 지역 주민 그리고 통영항과 한려수도를 굽어보는 빼어난 바다 풍광 등이 있어 마을을 지켜낼 수 있었다.
동피랑마을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은 전망대 옆에 있는 동피랑구판장이다. 동피랑 벽화 만들기에 앞장섰던 박부임 여사가 끓여내는 빼때기죽은 통영에서도 별미로 알려졌다. '빼때기'란 생고구마를 말린 것으로 걸쭉한 죽 속에서 씹히는 식감이 매우 독특하다.
- 통영 동피랑마을 전경. 벽화마을로 변신해 통영의 관광 명소가 됐다.
동피랑마을에서 벽화작업을 하던 화가들이 더운 몸을 식혔다는 ‘바람의 골목’을 지나 왼쪽으로 가면 시인 유치환 선생의 생가터를 거쳐 통영시 향토역사관과 세병관(洗兵館)에 닿는다.
삼도수군통제영 중심 건물인 세병관은 이곳이 임진왜란이 끝난 후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남쪽 중심기지가 되면서 1603년 지어졌다. ‘은하수 물을 길어다가 무기를 닦는다’는 뜻의 세병관은 임진왜란을 겪고 난 후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400년 넘는 세월을 견뎌온 이 우람한 건축물의 빛바랜 단청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있어 마음이 더 간다. 세병관을 나와 통제영 성안 아홉 우물 중 하나였다는 간창골우물과 옛 통영청년단회관을 지나 충렬사로 발걸음을 옮긴다.
◇동양 최초의 해저터널
충렬사는 1606년 선조의 명을 받은 통제사 이운룡이 지은 이순신 장군 사당으로 중국 명나라 신종이 이순신 장군에게 보내온 8종류의 물품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충렬사를 나와 충렬로를 쭉 걸어가다 보면 벼랑 위 길이라고 해 ‘벼락당’이라고 명명된 길을 만난다. 이 길에서 바라보는 명정동과 서호동 일대 산마을은 색색의 상자들을 포개놓은 것처럼 예쁘장하다.
박물관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마친 옛 통영군청과 윤이상기념공원을 지나면 일제강점기 당시 해산물 공출 기지였던 통영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은 해저터널에 닿는다. 1932년 건립되어 동양 최초의 해저터널이란 수식어가 붙어 있는데, 우리에게는 아픔이 더 많은 곳이다. 길이 483m, 폭 5m, 높이 3.5m규모다. 미륵도와 본토를 연결하는 해저터널은 다리를 놓을 경우 일본으로 가는 배가 지나다니기 어려워 바닷물 양쪽에 방파제를 설치해 터널 구조물을 만든 후 다시 방파제를 철거해 완성했다. 지금은 충무교와 통영대교가 놓여 해저터널은 사람만 지날 수 있게 됐다.
해저터널 옆에는 이순신 장군의 사당인 착량묘(鑿梁廟)가 있다. 충렬사가 임금의 명으로 지어진 것이라면, 착량묘는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순국하고 전란이 끝난 직후인 1599년 수군과 주민이 뜻을 모아 초당을 지어 봄·가을로 제를 올렸던 곳이다. 이 지방에서는 한산대첩 때 죽은 일본인 원귀들이 자주 나타나 사람들을 괴롭혀 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이순신 장군의 사당을 모셨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착량묘까지 둘러보았다면 통영의 명물 시장 투어를 빼놓을 수 없다. 출발지였던 강구안 문화마당까지 가는 도중에 통영 새터시장과 중앙시장이 있다. 새터시장은 봄철 남해 바다의 대표 음식인 도다리쑥국을 비롯한 복국이 유명하고, 중앙시장은 활어시장에서 싱싱한 횟감을 골라 봄 입맛을 되살릴 수 있다.
여행 수첩
● 걷는 거리 : 10㎞
● 걷는 시간 : 3~6시간 내외
● 걷는 순서 : 강구안 문화마당~남망산조각공원~김춘수생가~통새미~동피랑벽화마을~시인 유치환 생가터~통영시향토역사관~세병관~간창골우물(옛 통영청년단회관)~충렬사~명정~벼락당길~옛통영군청~윤이상기념공원~해저터널~착량묘~서호시장~중앙시장~문화마당
● 대중교통 : 통영종합버스터미널에서 중앙시장행 101, 301, 231, 700, 600번 버스를 타고 중앙시장정류장에 내려 200m 정도 걸으면 문화마당에 닿는다.
● 자가용 : 남망산조각공원의 통영시민문화회관 주차장을 이용한다. 포구 옆 주차장은 유료로 운영된다.
● 걷기 TIP : 토영 이야~길은 통영 오광대놀이의 말뚝이탈을 안내 표식으로 하고 있으며, 바닥에는 달팽이 모양의 화살표가 진행 방향을 알려준다.
● ‘발견이의 도보여행(MyWalking.co.kr)’에서 ‘토영 이야~길’ 팸플릿과 자세한 위성지도를 볼 수 있고, GPS트랙을 내려 받을 수 있다.
● 코스 문의 : 통영시청 관광과 (055)650-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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