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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두륜산] 한반도 땅끝에 걸린 마지막 가을을 만나다

by 맥가이버 Macgyver 2013. 11. 14.

 

[해남 두륜산] 한반도 땅끝에 걸린 마지막 가을을 만나다

  • 해남=박정원 월간 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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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11.14 04:00

     

    한반도 최남단 전남 해남 땅끝마을 두륜산(頭輪山·703m). 올해의 마지막 단풍이 못내 아쉬운 듯 울긋불긋 몸부림치고 있다. 이 단풍이 떨어지면 본격 겨울. 금강산, 설악산에서 내려온 남한의 단풍은 두륜산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매년 단풍도(圖)에 나오는 한반도 끝자락 두륜산에서 올해의 마지막 단풍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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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도에 나오는 한반도 최남단의 산

    마침 비가 내린다. 고려 명종 때 입만 열면 문장이 되고 시(詩)가 됐다는 김극기(金克己)가 마침 두륜산에서 읊은 시가 있다. '타향에서 가을 풍경을 만나니/ 쑥대 같은 귀밑머리에 먼저 놀라네/ 뚝뚝 갈댓잎에 비 떨어지고/ 솨솨 댓가지에 바람 부네/ ….' 꼭 지금 같은 상황을 적확하게 보여준다.

     

    두륜산 대흥사

     

    두륜산 초입 대흥사 일원은 사적 제508호로 지정된 유서 깊은 곳이다. 두륜산과 대흥사 일원은 명승 제66호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역사가 있고, 경관도 갖춘 곳. 거기에 제주도와 함께 천연기념물(제173호) 왕벚나무 자생지가 있다.
    더욱이 두륜산은 산 전체가 난대성 활엽수와 온대성 낙엽활엽수림이라 한국에서 첫손가락에 꼽을 단풍 명소다. 한국의 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소나무가 희귀할 정도다. 단풍나무, 서어나무, 참나무, 붉가시나무, 노각나무 등이 울긋불긋 산을 수놓고, 대흥사 입구엔 은행나무와 단풍나무가 노랗고 빨간 원색으로 방문객들의 감탄을 자아내며 눈길과 발길을 묶는다. 매표소에서 약 3㎞에 이르는 장춘동숲길 단풍 가로수를 지나 대흥사 경내에 들어서면 아마추어 출사객(出寫客)들이 만산홍엽을 렌즈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겨울 철새 출사객은 많이 봤지만 이렇게 많은 단풍 출사객은 처음이다.


    두륜산 대흥사에 단풍이 물든 모습.

     

    대흥사에서 본 두륜산 능선은 마치 병풍을 두른 듯 절을 에워싸고 있다. 정상 가련봉과 두륜봉, 노승봉은 마치 부처님이 누워있는 와불(臥佛) 같은 형세다.

    그 속으로 들어간다. 등산로를 오르니 정말 그 흔한 소나무가 없다. 소나무가 보여주는 상록수 자리는 동백나무가 대신한다. 등산 코스를 안내한 두륜산 도립공원 사무소의 이종관씨는 "이곳 동백은 늦겨울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일종의 춘백(春栢·봄에 피는 동백)"이라고 했다. 여름엔 녹음, 가을엔 단풍, 겨울엔 동백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가을이면 두륜봉과 가련봉 사이 만일재의 넓은 억새밭이 정취를 자아낸다.

     

    사적지·보물들, 경관과 어우러져

    어느덧 북미륵암에 도착했다. 마애여래좌상(국보 제308호)이 은은한 미소로 맞는다. 이 마애불은 암자 건물 벽 뒤에 수백여 년 감춰져 있다가 2005년 보수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한국의 여래좌상 중 비교적 규모가 크고 조각의 양감이 커, 매우 뛰어난 마애불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옆엔 삼층석탑(보물 제301호)도 있다. 두륜산과 대흥사 일원엔 국보·보물 등 국가지정 문화재가 총 13점 있다.

     

     

    (왼쪽부터) 마애여래좌상 / 천년수 느티나무

     

    북미륵암에서 두륜봉까지는 불과 1㎞ 정도밖에 안 된다. 중간 지점에 천년수 느티나무가 있다. 노승봉과 두륜산 최고봉 가련봉(703m)으로 가는 암벽 능선길이 있으나 천년수를 보기 위해 능선 중간 자락을 가로지르기로 했다. 두륜봉이 저만치 보인다. 능선 바로 아래 우회로는 단풍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어른 다섯 명 정도가 팔 벌려 에워싸야 할 아름드리나무가 눈앞에 떡하니 나타난다. 천년수다. 수령이 1200~1500년 정도 된다고 한다. 깊은 산중에 느티나무 한 그루가 우뚝 솟아 있는 것도 신기한데, 그것이 천년 세월을 훌쩍 넘겼다니 더욱 신기할 따름이다.

    가련봉과 두륜봉 중간 지점인 넓은 억새 군락지로 유명한 만일재에서 등산로는 다시 합쳐져 두륜봉으로 향한다. 마치 조각 작품 같은 천연 구름다리를 지난다. 아마 인간이 만들었다면 이렇게 빚을 수 없었으리라. 자연적으로 형성된 기암 다리 밑으로 등산객이 다닐 수 있도록 철계단을 조성해 놓았다. 곧 두륜봉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이 산에 오르면 제주 한라산과 서로 바라보인다'고 기록되어 있다. 아쉽지만 기상 상태가 안 좋아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서 제주도까지 직선거리로 115㎞쯤 된다. 정말 날씨만 좋으면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산길에는 남미륵암을 만난다.

     

     대흥사 경내 물든 올해의 마지막 단풍

    대흥사로 돌아왔다. 대흥사에는 임진왜란 때 승병을 조직해 큰 공을 세운 서산대사와 그의 제자 사명대사의 영정을 봉안한 표충사(表忠祠)가 있다. 백두산의 '두(頭)'자와 중국 곤륜산의 '륜(輪)'자를 딴 이름이라고 하는 두륜산. 사적지와 명승으로 에워싸인 족보 있는 산이다. 이 산에 한반도의 마지막 단풍이 물들고 있다.

     

    여행 수첩

    탐방가이드

     

    도립공원 사무소에서 안내한 등산 코스와 소요 시간은 다음과 같다.

    제1코스 : 매표소~장춘동숲길~대흥사~표충사~북미륵암~오심재~노승봉~가련봉~만일재~두륜봉~진불암~물텅거리골~표충사까지 5시간.

    제2코스 : 매표소~장춘동숲길~대흥사~표충사~북미륵암~천년수~만일재~두륜봉~진불암~물텅거리골~표충사까지 3시간 30분.

    제3코스 : 매표소~장춘동숲길~대흥사~표충사~일지암~천년수~만일재~두륜봉~진불암~표충사까지 3시간.

    제4코스 : 북일약수터(오심재)~노승봉~가련봉~만일재~두륜봉~진불암~물텅거리골~표충사까지 3시간.

     

    교통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서천~공주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로 나와 잠시 2번 국도를 탄 뒤 다시 남해고속도로 로 진입한다.
    강진 무위사 톨게이트에서 빠져나와 830번 지방도로를 따라 공룡대로로 가면 두륜산 도립공원에 도착한다.
    고속버스는 서울↔해남 하루 7회 왕복 운행하며, 5시간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