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西津)
정서진(正西津) / 정호승
벗이여 지지 않고 어찌 해가 떠오를 수 있겠는가 지지 않고 어찌 해가 눈부실 수 있겠는가 해가 지는 것은 해가 뜨는 것이다 낙엽이 지지 않으면 봄이 오지 않듯이 해는 지지 않으면 다시 떠오르지 않는다 벗이여 눈물을 그치고 정서진으로 오라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고 다정히 노을 지는 정서진의 붉은 수평선을 바라보라 해넘이가 없이 어찌 해돋이가 있을 수 있겠는가 해가 지지 않고 어찌 별들이 빛날 수 있겠는가 오늘 우리들 인생의 이 적멸의 순간 해는 지기 때문에 아름답고 찬란하다 해는 지기 때문에 영원하다
- 시집 『여행』(창비,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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