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따라 걷기 | 빙어축제와 소양강둘레길] 山과 江이 함께하는 최고 청정지역서 빙어낚시하며 걸어 볼까!
- 글·박정원 부장대우
- 사진·이신영 기자
- 1월 18~26일 인제대교 일원서 열려…
소양강 최상류에 걷기 길 17km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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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혀 사람발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 숲속으로 난 소양강둘레길을 운치 있게 걷고 있다. 주변 풍광을 보느라 정신없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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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麟蹄) 하면 처음 떠오르는 이미지는 설악산과 백담사다. 백담사도 설악산권으로 보면 결국 인제는 설악산으로 대표된다. 실제로 설악산 면적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내설악의 거의 모든 지역이 인제라고 보면 된다.
첩첩산중으로 둘러싸인 인제는 설악산을 비롯해 향로봉, 응봉산, 점봉산, 대암산, 방태산, 소뿔산, 주억봉, 구룡덕봉, 가칠봉, 한석산, 매봉, 안산, 가리봉, 가마봉 등 해발 1,000m가 넘는 산만 해도 수두룩하다. <강원총람>에 따르면 인제에는 해발 1,000m가 넘는 산이 무려 96개, 800m가 넘는 봉우리는 강원도 전체의 5분의 1쯤 되는 200여 개에 달한다. 가파른 봉우리와 산군들은 모두 백두대간에 속해 있거나 그 주변 봉우리들이다.
환경부에서 2011년 국토 환경성 평가를 실시했다. 멸종위기종 출현 여부, 산림식생의 우수성, 생태축 등 환경생태 지표를 조사했다. 강원도가 전국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고, 그중에서도 인제가 최우수로 평가됐다. 한마디로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이다. 이는 국립공원이 가장 넓고 자연환경의 보고인 백두대간이 관통하는 지역으로, 산지가 행정구역 면적의 80.47%로 녹지율 또한 전국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사실 인제군은 남한에서 유일하게 삼재령에서 갈전곡봉까지 87.3km의 백두대간과 12.7km의 DMZ를 모두 포함하는 지역이다. 백두대간은 한반도의 주요 생태통로이고, DMZ는 정전 후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은 생태계의 보고다. 이 두 지역을 모두 안고 있으니 청정지역이 온전히 보전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강원도는 산지 면적이 전체의 81%가량 된다. 인제는 그보다 더 많은 85% 가량이다. 산지가 숲으로 덮여 있다면 산소발생량이 많아 산소의 보고가 된다. 강원도의 산소발생량은 전국의 21%가량 차지한다. 남한 전체 산소발생량의 5분의 1이상을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인제는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인제는 산뿐만 아니라 강도 있다. 소양강은 인제군 서화면 무산(巫山)에서 발원해서 양구와 춘천을 가로지른 후 북한강과 합류한다. 소양강 하면 대개 춘천을 떠올리지만 인제가 소양강의 최상류인 것이다. 소양강은 겨울철 100만 명이 넘게 다녀가는 국내 최고의 빙어낚시터다. 오염되지 않은 산과 거기서 발원한 물이 흐르는 강, 청정지역이고 생태계의 보고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적 조건이다. 몇 년 전 서울대에서 우리나라 장수 지역을 조사 발표했는데, 남성 최장수 지역으로 단연 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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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양강 가에 조성된 데크 길을 가다가 강 건너 소양강둘레길 제3코스가 조성된다며 인제군청 문화관광과 조찬호씨가 설명하고 있다. 절경의 소양강과 둘레길이다.
- 매년 70여만 명이 찾아 빙어낚시 등 즐겨
그 인제에서 소양강을 이용한 겨울축제를 시작했다. 1998년이다. 소양강에는 강태공뿐만 아니라 겨울만 되면 얼어붙는 넓은 얼음장을 활용할 방도를 찾았다. 관광 비수기에 지역주민 소득증대 사업과 관련해서 겨울에 즐길 만한 빙어낚시를 성대하게 개최하는 게 최적으로 판단됐다. 겨울철만 되면 삼삼오오 모여드는 빙어 낚시꾼들에게 여럿이 같이 놀 수 있는 놀이를 접목시킨 빙어축제를 열기로 했다. 화천 산천어축제보다 5년이나 빨랐고, 화천군은 인제 빙어축제를 벤치마킹해서 개최했다. 산천어축제는 그 짧은 시간에 세계 5대 불가사의 겨울축제로 발전시키는 쾌거를 이뤘다.
인제군의 판단은 적중했다. 홍보를 거의 하지 않은 첫해 방문객은 1만여 명에 불과했지만 3회(2000년) 때 15만여 명, 6회 때는 50만 명(50만1,000명)을 넘기더니 10회 때부터 100만 명 인파가 모여들었다. 한동안 축제 방문객수 거품 논란이 일고 난 뒤 2012년부터 매년 70여만 명이 안정적으로 찾고 있는 지역의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도 인제군 남면 인제대교 일원에서 1월 18~26일 8박9일 동안 열린다. 대표적 한류어종인 빙어가 겨울의 인제를 살리고 있는 것이다.
2003년 행정자치부에서 전국 3대 우수축제로 선정했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정하는 문화관광축제에 2004년부터 2010년까지 7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매년 70여만 명이 찾는 축제는 지역경제에 100억 원 이상의 직간접 경제효과를 창출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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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소양강둘레길에는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다. 그중에 하나인 돌탑코스를 걷고 있다. 2 소양강둘레길 이정표 옆으로 지나고 있다.
- 빙어는 원래 바닷물고기로 산란기인 2월에 내륙의 하천으로 회유하는 대표적인 냉대성 어종이다. 소양강댐 건설로 바다와 하천이 단절된 소양강에는 지난 1970년대 증식계획의 일환으로 빙어를 인공 방류해서 키웠다. 당시 대일(對日) 수출상품으로 훈제 빙어가 인기 품목이었다. 일본인들은 빙어(와카사키) 훈제 요리를 겨울철 별미로 즐겨 먹었다.
한국의 빙어 원산지는 함흥 용흥강이다. 일제 강점기 때 제천 의림지에 인공으로 방류했고, 이후 소양강, 1980년대는 전국의 저수지와 하천으로 빙어방류가 본격화됐다. 그러면서 바다와 강·하천을 왔다 갔다 하는 회유성 어종에서 담수어종으로 바뀐 것이다.
빙어는 ‘바다의 요정’, ‘호수의 요정’이란 별명처럼 귀여운 생김새와 맛이 일품이다. 이름 또한 지역에 따라 백어(白魚), 공어(公魚), 메르치, 멸치, 방아, 뱅어, 보리붕어, 병어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고서(古書)에는 과어(瓜魚)라고 한다. 빙어의 몸에서 오이맛이 난다고 해서 오이 과(瓜)자를 써서 부른 것이다.
원래 물 속 깊이 살지만 겨울철 산란을 위해 얼음 아래까지 올라와 지낸다. 두껍게 언 강에 구멍을 파고 낚싯대를 넣으면 수시로 입질하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갓 잡은 빙어를 초장에 찍어 먹으면 입 안 가득 싱싱한 맛이 퍼진다.
빙어는 등 푸른 생선의 한 종류로,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칼슘 함량이 높아 골다공증이나 뼈의 변형을 일으키는 구루병 예방에 좋다. 소화액의 분비를 왕성케 해 소화불량을 완화시키고 이뇨를 촉진한다.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으로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또 빙어에 들어 있는 철분은 젊은 여성들의 빈혈은 물론 쉽게 피곤해지거나 건망증, 어지러움, 숨이 차고 귀가 울리는 현상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빙어에 함유된 미량 영양소 셀레늄(Se)은 비타민E와 마찬가지로 항산화 작용이 있어 노화를 예방하고 면역기능을 증가시켜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갑상선 기능 강화 및 중금속 배출에도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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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어린이들도 얼음을 깨고 빙어낚시에 재미를 붙인 듯 빙어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2 외국인도 빙어축제장에 참가, 빙어낚시를 즐기고 있다. 사진 인제군청 제공
- 빙어는 양식 못 하는 완전 자연산
인제군청 관계자는 “빙어는 양식을 할 수 없어 산천어축제같이 장시간 공급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며 “또 아직 고정되지 않은 축제장소도 방문객들에게 불편을 주는 요소”라고 평가했다. 빙어 양식문제는 어류연구소에 의뢰해서 연구 중이고, 장소는 2~3년 내 축제장 시설이 완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여론조사기관인 미디어리서치에서 전국의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강원도에서 개최하는 축제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축제는 의외로 인제 빙어축제(13%)였다. 미국 CNN방송에서 불가사의한 겨울 축제로 소개한 화천 산천어축제는 불과 8.4%였다. 인제는 상당히 고무적이었지만 화천은 전혀 의외의 결과에 반신반의했다. 어쨌든 여론조사로 나온 결과다.
인제 빙어축제 기간 중에 소양강 빙어길 걷기 행사가 있다. 소양강둘레길 2코스 약 6km를 걷는다. 이 코스는 행사장 빙판 위로 걷다가 2코스로 합류해서 걷는 길이다. 얼음이 녹으면 걸을 수 없다. 얼음판 위가 아닌 소양강둘레길을 제대로 걷기 위해서 1코스를 한 번 걸어보기로 한다. 겨울 눈 쌓인 소양강 풍광을 만끽하면서. 인제군 문화관광과 조찬호씨의 안내로 1코스 5.9km, 2코스 8.5km를 걸었다. 2코스 일부가 빙어축제 기간 중 걷는 길이며, 소양강 옆 임도로 가는 길이다. 별로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어 소개에서 제외하고, 풍광 좋고 운치 있는 1코스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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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소양강 빙어축제장 위에 바람막이를 치고 빙어낚시를 즐기고 있는 강태공들이 빽빽이 밀집해 있다. 사진 인제군청 제공 2 빙어축제장을 알리는 빙어등에 불이 들어와 마치 빙어가 유영하는 듯하다.
- 소양강은 인제군 서화면 무산에서 발원한 첫 지류가 인북천(麟北川)을 따라 흐르다 홍천군 내면의 내(內)자와 인제군 기린면의 린(麟)자를 따서 부른 내린천(內麟川)과 합류하는 합강정(合江亭·인제 8경 중의 하나)에서 강의 모습을 제대로 갖춘다. 합강정은 한강에 비유하면 두물머리에 해당하는 곳이다. 두물머리가 어떤 곳인가? 천혜의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 곳이 아닌가. 인제의 합강정도 그에 못지않다. 소양강 최상류인 인제는 두물머리와 마찬가지로 아직 전인미답의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소양강둘레길은 전국 최고의 청정지역에 있는 원시림 사이 강변길로 걷는 길을 조성한 것이다. 어찌 풍광이 있고, 운치가 있지 않겠나.
사구미대교를 지나 살구미마을~금바리마을~쉼터에서 하늘길과 내린길로 나눠져 전망대에서 합쳐진 뒤 소류정에서 끝나는 8.5km 내외의 제1코스는 2012년 개통했고, 소류정에서 출발, 소양강변 임도를 따라 가다 38대교에 이르는 9km 구간은 제2코스다. 제3코스는 소양강을 건너 제1코스 맞은 편, 즉 강을 사이에 놓고 원시림의 비경과 강의 운치를 모두 만끽할 수 있는 길로 2015년까지 조성할 예정이다. 군립공원인 아미산 아래, 소양강과 맞닿는 지점에 길게 나무데크로 길을 조성할 예정이어서 힘든 공사가 예상된다. 하지만 완성된다면 전국 최고의 걷기 길로 손색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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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양강 빙어축제장 위를 가득 채운 참가자들. 한편으로는 눈조각이 있어, 방문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 전인미답의 비경 그대로 간직한
소양강둘레길
소양강둘레길 제1코스인 사구미대교를 지나 살구미마을로 갔다. 마침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쌓인다. 사구미는 마을 앞으로 굽이굽이 흐르는 강과, 강 옆으로 약간 경사진 모래가 언덕을 이뤄, 사구미(砂丘尾)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이 사구미가 살구미와 혼용돼 사용한다고 한다. 눈 쌓인 살구미마을은 호젓하다 못해 신선이 된 기분마저 들게 한다. 절경에 흠뻑 취해 걷는다.
강변을 끼고 걷는 숲속 길은 겨울은 겨울 대로 좋고, 여름에도 더없이 시원하며 풍광이 뛰어날 것 같다. 사람의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몇 십 년 전 소양댐이 조성되기 전 살았던 흔적은 얼핏 볼 수 있지만 아주 오래된 기억 속에 있는 듯하다.
곧 이어 금바리마을이다. 옛날에 사금을 바리로 실어냈다고 해서 금바리라고 부른다. 강모래에서 사금을 많이 채취한 것도 오래 전 기억이다. 지명에만 남아 있을 뿐이다. 조찬호씨는 강 맞은편을 가리키며 “소양강을 마주보며 걷는 저기 아미산군립공원에 소양강둘레길 제3코스를 조성할 예정”이라며 “산이 높지는 않지만 너무 가파르고 위험해서 나무데크 조성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소양강 최상류 원시림에서 강을 마주보며 걷는 둘레길은 정말 걸을 만하고 감탄이 절로 나올 것만 같다.
길은 산 끝자락에서 강을 보며 걷도록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조성돼 있다. 군데군데 쉴 장소도 마련돼 있고, 전망대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조금 평지가 나오더니 그네가 있고 춘향터라는 이정표가 붙어 있다.
‘눈을 내리면 푸른 소양강이 굽이쳐 흐르고, 눈을 들면 멀리 인제읍이 훤히 보이는 명당입니다. 햇살 따스한 오월 단오절에는 마을 처녀들이 창포로 머리를 감아 곱게 땋고 이 자리에 모여 춘향이나 된 듯이 오락가락 그네를 뛰며 잠시나마 바깥 구경을 했답니다’고 안내하고 있다.
아들바위와 돌탑군락이 연이어 나온다. 누가 쌓았는지 모르지만 수십 기의 돌탑이 길 옆에 눈길을 끈다. 나름대로 스토리텔링에 신경을 쓴 흔적도 보인다. 인제문인협회 ‘詩仙房(시선방)’도 있다. 주변엔 유명 시인들의 시들이 패널에 적혀 전시돼 있다. 이것도 나름 운치다. 마을과 마을 사이에 성황당도 보인다. 인적은 사라졌지만 그 흔적은 그대로 남아 있다.
1코스에는 하늘길과 내린길이 있다. 하늘길은 산 쪽으로 방향을 틀어 조금 올라가고, 내린길은 강변으로 소류정까지 계속 향한다. 겨울에 하늘길은 눈이 쌓이고 얼음이 얼어 사고 예방을 위해 통제하고 있다. 내린길로 방향을 정한다.
전망대 쉼터에서 강변으로 다시 내려간다. 태풍으로 강변이 깊게 패인 곳은 어김없이 데크를 깔아 사람이 다니도록 만들었다. 가끔은 산으로 살짝 올라갔다가 또 내려와 강변으로 걷는 길이 계속된다. 그 운치는 다른 어떤 길 못지않다. 접근성만 개선된다면 최고의 길로 손색없을 것 같다. 더욱이 2015년쯤 완공될 제3코스가 더해지고, 소양강을 쉽게 건널 수만 있다면 가장 인기 있는 길로 자리매김 하리라 장담한다.
길은 다시 하늘길과 합류한다. 보트장 쉼터라는 이정표가 눈에 띈다. 미군정 시절 미군들이 소양강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며 보트를 타고 즐겼던 장소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어 1코스 마지막 지점인 소류정이다. 뭔가 운치 있는 정자가 있는 장소인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마침 소류정 주인이 걸어 나온다.
“저기, 소류정 뜻이 뭡니까? 무슨 정자가 있다고 해서 소류정 아닙니까?
“아, 나도 도시에 살다가 몇 십 년 전 귀향해서 살려고 이 음식점을 지었습니다. 군청에 신고하러 갔더니 상호가 뭐냐고 묻더라고요. 상호가 있었겠어요, 없었죠. 그래서 순간 생각한 것이 당시 이 주변에 버드나무가 많았어요. 지금은 몇 그루밖에 남지 않았지만. 소양강의 ‘소’자에 버드나무의 ‘류’자를 합해 강 옆에 있는 집이라고 해서 ‘소류정’이라고 지어 신고했죠. 소류정이라 짓고 나니, 누군가는 거꾸로 하니 정류소라고 하더군요.”
실제로 하루에 몇 차례 지나가는 버스 정류소가 있는 곳이다.
전혀 기대 밖의 답이었다. 하지만 위치만큼은 소류정이라는 단어에 버금갈 만큼 운치가 있다. 소류정 바로 옆에 ‘여기가 1코스 마지막 지점입니다’란 커다란 이정표가 붙어 있다. 또 그곳에서 소양강의 얼음이 얼면 빙어축제가 열린다. 지금은 을씨년스럽고 초라하기 짝이 없지만 불과 며칠 만에 상전벽해가 일어난다. 신명나는 한바탕 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 인제 지명의 유래
기린 발굽·돼지 발자국 뜻하지만 상상 속의 성스러운 땅이란 의미도 있어
인제란 지명이 어디서 유래했을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옛날 임금이 국난을 피하기 위해 인제로 내려왔다고 한다. 왕은 나라의 정세를 알아보기 위해 한양으로 신하를 보냈으나 떠난 신하들은 한결같이 함흥차사였다. 이에 왕은 마지막으로 심복신하를 보내면서 “너도 인제 가면 언제 돌아올꼬. 원통하구나”라고 했다고 해서 인제와 원통이란 지명이 유래했다고 전한다. 이는 정말 우스갯소리다.
인제(麟蹄)는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기린의 발자국’이다. <삼국사기>에 ‘양구현에는 희제현·치도현·삼령현이라는 세 개의 영현이 있다. 희제현은 고구려 때 저족현(猪足縣)이었고, 치도현은 옥기현이었는데, 신라 경덕왕이 저족현을 인제현으로 하고, 치도현은 지금 서화현으로 바꿨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로 연상해 보면 인제의 지형은 ‘기린의 발굽’이나 ‘돼지 발자국’과 닮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기린 발굽이나 돼지 발자국은 형상에 있어 별 차이가 없다. 인제군 중에서 기린(麒麟)면은 기린 ‘麒’자에 기린 ‘麟’자를 쓴다. 전부 기린인 것이다.
일부에서는 기린을 실존하는 동물이 아니라 용, 거북, 봉황과 함께 4령이라고 하는 귀하고 성스럽고 상서로운 상상의 동물이라고 말한다. 동양에서 기린은 사슴의 몸매에 소의 꼬리, 이리의 이마, 발굽을 가지며 머리에는 살로 된 뿔이 하나 나 있고, 털은 5색이고 배의 털은 누런빛을 가진 상상의 동물이라는 것이다. 인제는 그런 기린이 남긴 발자국의 신비롭고 깨끗하고 성스러운 곳이라고 한다. 아직까지 정설은 없다.
인제 빙어축제, 올해는 어떤 행사 열리나?
빙어낚시·새해소망어죽나눔·얼음축구 등 풍성하게 열려
성공적인 겨울 축제로 자리 잡은 인제 빙어축제는 1월 18일 오후 3시 빙어등점등식을 시작으로 일제히 막이 오른다. 대형 눈조각과 얼음터널, 비상하는 빙어 조형물, 얼음숲 공원과 함께 7,000여 개의 빙어등이 축제행사장 일대를 환하게 수놓는다. 이색 겨울풍경으로 방문객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한다. 소원성취바람개비동산에서나, 빙어마을 솟대공원 등에서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빙어축제의 볼거리는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행사 한마당만큼이나 풍성하다.
평화·생명을 주제로 한 즐길거리는 빙어마을 힐링캠핑장, 소양강둘레길트레킹대회, 빙벽타기, 산촌문화체험, 아이스모빌투어, 빙벽타기, 전국얼음축구대회, 전국빙어노래자랑 등이 열린다. 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인 빙어낚시는 갓 잡은 빙어를 즉석에서 초장에 찍어 맛볼 수 있으며, 또 현장에서 튀김과 비빔 등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빙어낚시터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리며, 방문객과 주민이 함께 대형 그물로 민물고기를 잡는 소양호 여들털기는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매일 한 차례 실시된다.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은 눈썰매, 얼음썰매타기, 열려라 빙어세상, 빙어마을 평생학습체험마당 등이 있다. 그 외 문화행사로는 전국아마추어 디카촬영대회, 빙어마을 한마음가족 백일장, 빙어전국노래자랑 등이 있다.
그린웰빙 산촌 먹거리는 인제 주민이 인제군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운영한다. 빙어먹거리촌, 산촌먹거리촌, 추억의 먹거리촌 등에서 싱싱한 빙어음식과 산촌의 전통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소양호 여들털기에서 함께 잡은 물고기를 대형 가마솥에 끓여 나누어 먹는 새해 소망 어죽나눔행사, 빙어양푼이 비빔나눔행사를 비롯, 드넓은 얼음벌판에서 얼음썰매를 즐기는 40여 가지의 다양한 놀이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내설악웰빙특산물 장터에서 파는 농산물은 인제의 산야초, 산나물, 황태·곰취·풋고추·콩·오미자 등 인제군 5대 명품 특산물을 운영하며, 다양한 산촌마켓 운영으로 농산물을 제공한다.
총 상금 3,500만 원이 걸린 전국얼음축구대회도 축제기간 동안 개최된다. 얼음축구는 빙판 위에서 박달나무로 만든 퍽으로 골을 넣는 경기다. 강원·충청 일대에서 겨울철 즐기던 돌축구를 레포츠화한 놀이다.
빙어축제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아 매년 5,000~7,000여 명의 동남아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여행코스다. 해외 관광객을 위한 외국인 상설체험 행사는 1월 12일~2월 11일 축제장에서 진행된다. 인바운드 여행사를 대상으로 빙어낚시 + 얼음썰매체험 + 아이스모빌투어를 패키지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2012년 미국 CNN에서 ‘한국 여행 시 꼭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곳’ 중에 인제 빙어축제를 순위에 올려 소개하기도 했다.
축제 기간 중 정겨운 산촌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농촌체험 1박2일 행사도 진행된다. 인제로컬사업단(033-463-8680)에서 진행하는 행사는 빙어축제도 즐기고 농촌에서 숙박과 마을마다 특색 있는 농촌체험 행사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인제모험레포츠연수원(033-461-3377)은 자작나무 힐링캠프를, 내설악 미리내캠프(1566-3131)에서는 겨울가족 캠프를 각각 진행할 예정이다. 또 백담사 템플스테이도 한다.
주변 명소 원대리·수산리 자작나무숲
한국에서 유일한 자작나무숲 군락지 두 군데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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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이 펄펄 내리는 가운데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에 있는 그네를 타고 있다.
- 인제엔 여러 명소들이 있지만 한국에서 유일한 숲이 하나 있다. 바로 자작나무숲이다. 자작나무는 원래 추운 지방에서 잘 자라는 수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백두산이나 개마고원 일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남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다. 한국에서는 금강산 이북이나 중부지방, 고산지역에서 간혹 볼 수 있다. 지리산에서도 높은 지역에서 드물게 보인다. 중심 분포지는 해발 800m 이상이다.
이 자작나무를 숲으로 처음 조성한 곳이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이다. 수피가 하얗다 못해 은빛을 낼 정도로 살결 뽀얀 나무다. 그래서 ‘숲속의 귀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름기가 많아 탈 때 ‘자작자작’ 소리를 낸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자작나무는 예로부터 우리 생활공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나무껍질이 아름다워 정원수·조림수로도 심는다. 목재는 가구를 만드는 데 쓰며, 한방에서는 껍질은 백화피라고 하여 이뇨·진통·해열에 쓴다. 천마총에서 출토된 그림의 재료가 자작나무껍질이며, 팔만대장경도 이 나무로 만들어졌다.
최근에 들어선 새하얀 껍질에 사랑을 고백하는 글을 써 편지를 보내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속설이 있을 만큼 특별한 향기를 내는 나무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산림청에서 조성했다. 규모는 수산리보다는 못하지만 한 곳에 집중적으로 빽빽하게 조성했다. 걸으면서 자작나무숲의 정취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오붓한 산책코스도 만들었다. 1코스 0.9km, 2코스 1.5km, 3코스 1.1km로 구성돼 있다. 자작나무숲에서 느린 걸음으로 걷다 보면 시베리아나 북유럽에서 본 이국적인 경치가 자연스럽게 떠올려진다. 그래서 자작나무숲은 찬바람 부는 겨울과 더더욱 어울린다.
수산리 자작나무숲은 사유지여서 원대리만큼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규모면에서 훨씬 넓고 나무도 100만여 그루나 된다. 한 제지회사가 펄프를 만들기 위해 벌목한 자리를 대신해서 10년 동안 600ha에 180여만 그루를 심은 게 모태가 됐다.
인제군에서 제지회사를 설득해서 트레킹 코스를 만들 계획이다. 수산리에서 어론리에 이르는 19km의 임도코스를 자작나무숲으로 걸을 수 있다. 임도는 해발 450~580m에 걸쳐 있어 평탄하면서 쾌적한 트레킹을 할 수 있다.
탐방가이드
소양강둘레길 제1코스는 전인미답의 원시림과 소양강변을 끼고 돌아 다른 어느 길보다 풍광과 운치가 뛰어나지만 접근성과 회귀성에서 다소 불편하다. 방법은 있다. 소류정에서 출발해서 하늘길과 내린길을 돌아 다시 원점회귀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면 중복되지 않고 원위치할 수 있다. 이는 6.6km에 3시간가량 소요된다. 강길과 산길을 모두 걸으며 기분을 낼 수 있어 누구나 만족할 만하다.
제2코스는 인제대교에서 38대교까지 약 9km다. 강변 임도를 따라 걷기 때문에 다소 지겨울 수 있다. 걷기 길보다는 바이커족에게 더 어울릴 것 같은 길이다. 원점회귀하기도 쉽지 않다. 제3코스는 제1코스와 마주보고 걷기 때문에 조성만 된다면 모두가 가볼 만한 길로 꼽힐 것 같은 길이다.
문의 033-460-2170 (관광정보센터). 인제 군부대 통제관련은 033-460-2025.
교통 서울출발 기준 서울춘천고속도로로 동홍천까지 가서 44번국도를 타고 가면 인제가 나온다. 내비게이션에서 인제빙어축제 또는 인제대교로 검색하면 된다. 주소검색 ‘강원 인제군 남면 남전리 677-1’.
고속도로는 동서울터미널에서 약 1시간 30분 소요된다. 문의 동서울터미널 1688-5979. 인제 버스터미널 033-463-2847. 인제 택시 문의 033-461-2593. 033-461-6009.
숙식(지역번호 033) 인제의 별미는 황태다. 특히 북면 용대리는 황태축제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곳에서 황태양념구이와 황태해장국을 전문으로 하는 황태촌식당(462-3109)을 현지인들은 꼽는다. 인제 내린천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끓인 매운탕을 전문으로 하는 감자네식당(462-5766)도 많이 찾는다. 민박이나 펜션 문의는 인제관광정보센터(460-2170 또는 1588-6226), 인제민박협의회(463-5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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