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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고요 봉화 금강소나무숲길 - 이 숲에선 내 숨소리마저…

by 맥가이버 Macgyver 2014. 7. 24.

봉화 금강소나무숲길

 

 이 숲에선 내 숨소리마저…

  • 봉화=김성윤 기자 
  • 입력 : 2014.07.24 04:00

숲속 고요 봉화 금강소나무숲길

이래서 우리나라가 사랑스러운 거다. 하늘을 뒤덮을 듯한 푸름을 뽐내는 소나무가 병풍처럼 늘어진 숲길을 걷노라면 신선함에 도취돼 마치 꿈길을 걷는 듯하다.

늘씬한 남녀처럼 ‘소나무 몸통’을 뽐내는 모습이 더 인간적이다. /봉화=유창우 영상미디어 기자

 
이것은 완벽한 고요였다.

인간이라곤 오직 나뿐, 소음이라곤 내 숨소리뿐이었다.

오후 4시 30분 경북 봉화 춘양면 서벽리 문수산 중턱 금강소나무숲. 국내 최대 금강소나무 군락지 중 하나다.

'서벽리 춘양목군락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제강점기부터 이곳 금강소나무가 기차역이 있는 춘양을 통해 팔려나가면서 춘양목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숲길은 적막할 뿐 아니라 서늘했다.

소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와 계곡이 뿜어내는 음이온이 섞인 공기는 상쾌했다.

봉화숲해설가협회 서현수 회장은

"높이 있는 데다 숲이 해를 가려 지표가 더워지지 않기 때문에 산 아래 마을보다 섭씨 5도는 낮을 것"이라고 했다.

숲은 적막하고 서늘할 뿐 아니라 단정했다.

잡목이 우거진 일반 숲과 달리 소나무만으로 빽빽했다.

문화재청이 문화재 복원용 소나무를 기르기 위해 관리하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튼실한 소나무만 남겨두고 잡목을 모두 솎아낸다"고 설명했다. 잘 정돈된 소나무 정원 같았다.

하나같이 잘생겼지만, 유난히 쪽 뻗고 굵은 금강소나무는 어김없이 밑동에 노란색 페인트로 띠를 두르고 번호가 표시돼 있었다.

문화재청에서 특별 관리하는 금강송이다. '482'번이라고 적힌 금강송을 눈여겨보라고 서 회장이 말했다.

"이 숲에서 가장 예쁜 소나무입니다. 숲해설사들끼리는 '미인송(美人松)'이라고 부르죠."

숲해설사들이 주최한 '미스 금강송 콘테스트'에서 1등을 한 '미스 금강소나무'란 말이었다.

그러고 보니 몸통이 삐져나온 옹이나 가지가 없이 매끈하면서 발그스름한 붉은빛을 띤 것이 단아하면서도 여성스러운 자태였다.

서 회장은 미인송 맞은편에 있는 또 다른 금강송 한 그루를 가리키며 "저건 미남송(美男松)"이라고 했다.

"미인송처럼 몸통이 매끈하지만 거무튀튀한 게 딱 사내야." 숫자는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지만 서 회장은 "167번일 것"이라고 했다.

금강소나무는 줄기 중간에는 가지가 거의 없고 맨 꼭대기에만 풍성한 머리채처럼 푸른 솔잎이 우거져 있다.

서 회장은 "금강소나무는 스스로 가지를 부러뜨린다"고 했다.

"가지가 많이 뻗어있으면 눈이 내렸을 때 가지와 함께 몸통이 꺾여 나무가 죽어요. 살기 위해서 스스로 가지를 깔끔하게 정리합니다."

금강소나무숲에서 인생이란 내려놓고 살아야 한다는 교훈도 얻는다.

서늘한 바람이 적막한 숲을 관통하며 지나간다.


	금강소나무숲길(서벽리 춘양목군락지·약 5㎞)은 크게 봐서 ‘외씨버선길’의 한 구간이다.
금강소나무숲길(서벽리 춘양목군락지·약 5㎞)은 크게 봐서 ‘외씨버선길’의 한 구간이다.
경북 청송·영양·봉화군과 강원 영월군은 옛길·산길·마을길을 이어 총길이 170㎞·13개 구간으로 이뤄진 걷기코스를 만들었다.
이것이 외씨버선길이다.
‘춘양목솔향기길’(17.6㎞)은 봉화를 가로지르는 3개 구간 중 하나로 춘양면사무소에서 출발해 두내약수탕에서 끝난다.
금강소나무숲길은 춘양목솔향기길의 끝 부분에 들어간다.

금강소나무숲 가려면

춘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도심3리(황터)’ 정거장에서 내린다. GPS를 찍으면 정거장 주소가 ‘서벽리 18-2’라고 나온다.

여기서부터 마을을 통과하는 길을 3㎞쯤 걸어 올라간다.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와 보라색·흰색 도라지꽃 군락을 몇 차례 지나면 금강소나무숲길이 나타난다.

숲길이 시작하는 지점은 ‘서벽리 209-2’이다.

자동차로 여기까지 갈 수도 있으나 길이 꽤 가파르고 험하고 좁다.

여기서 500m쯤 숲길을 걸으면 이 숲의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 나타난다.

잘생긴 금강송들이 여기서부터 1㎞쯤 되는 구간에 몰려있다. ‘미인송’ ‘미남송’도 여기 있다.

‘외씨버선길’〈지도 설명 참조〉을 걸으면서 이 길의 한 부분인 금강소나무숲을 걷는 이들도 꽤 된다.

 

이걸 드세요

소나무숲에서 고요를 만끽했다면 이제 솔향을 입안에서 즐길 차례다.

봉화는 국내에서 첫손 꼽히는 송이버섯 산지. ‘용두식당’(054-673-3144)은 송이요리를 잘하는 식당이다.

송이의 싱그러운 향을 만끽하기엔 송이돌솥밥(2만원)이 가장 좋다.

능이는 우리 조상들이 “능이 1품(品), 송이 2품”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맛과 영양에서 높게 쳐주던 버섯이나,

이번에 능이돌솥밥(1만5000원)을 시식해본 결과로는 송이만 못했다.

식당은 숲에서 약 30㎞ 떨어진 봉성면 동양리에 있고 자동차로 45분쯤 걸린다.

너무 멀다면 ‘애당식당’(054-672-8213)으로 간다.

도심3리 바로 옆 애당리에 있는 이 식당은 메밀묵밥·조밥(6000원)·손칼국수(4000원)·태평초(2만·3만원) 따위 경북 지역 토속음식을 잘한다.

 

여기 주무세요

춘양목으로 잘 지은 고택(古宅)이 유난히 많은 곳이 춘양이다.

‘만산고택’(晩山古宅·054-672-3206)은 130여년 전인 1878년 문신인 만산 강용이 지었다.

툇마루 밑에 엇갈리게 쌓은 기와와 온갖 화초로 아기자기하게 꾸민 집 안팎에서 주인 부부의 정성과 눈썰미가 드러난다.

2인이 묵을 만한 방이 1박 5만원, 4인용 6만·8만원, 서실(書室) 10만원, 별채 20만원을 받는다.

‘권진사댁’(054-672-6118)은 만산고택보다 수수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품은 한옥이다.

2인실 5만·7만원, 4인실 10만·12만원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