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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山과길의 글·시

눈산에서 / 김장호

by 맥가이버 Macgyver 2014. 12. 21.

 

 

 

 

 눈산에서 / 김장호 詩

 

 

 

 

 

눈이 내리고 있다

무주공산,

어둑한 하늘 아래.


시나브로 시나브로 내려 쌓이는 눈에

나무들도 무릎까지 빠져
움죽을 못한다.

 

이따금 가지 꺾어지는 소리뿐,

숲속은 적막,

지난날 아쉬움도
다가올 두려움도 없다.

 

발소리가 나는데 하고

돌아봐도 나는 없고,

거기

저승 같은 풍경 한 장.

 

이대로 멈추어 서기만 하면

나도 거기 한 그루 나무로 잦아들어

차분한
그림 한 점 완성될 것 같은데,

 

부지런히 부지런히

발을 빼어 옮길 때마다

찰각찰각

돌아가는 환등기의 화면 속에

내가 있다가

없다가…

 

꿈인가 생신가,

눈발에 가려

여기서는 이제

나무에서 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눈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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