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음이 가득하던 4월의 어느 날, 봄비가 쏟아지는가 싶더니만, 이내 새하얀 눈발이 날린다. 날씨가 참으로 요상하다. 간간히 구름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과 햇살이 반갑기 그지없던 날이었다. 때 아닌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찾아간 개야리! 잘 닦여진 길을 따라가다 보니 하나의 터널이 나왔다. 그 터널을 빠져나오는 순간, 변덕스럽기만 하던 날씨가 무색하게 아담하고 포근한 마을이 눈에 펼쳐진다.
산과 들이 열려있다는 개야리! 개야리는 홍천군민의 삶과 애환이 함께 흐르는 홍천강의 굽이와 사시사철 풍요로운 종자산이 어우러져 아담한 복주머니 형상을 띠고 있었다. 개야리의 전경 사진을 보여주시던 이장님 말씀이 몇 해 전 개통되어 개야리를 지나고 있는 길은 복주머니의 열고 닫음을 관장하는 끈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신다.
길이 나기 전에는 면사무소라도 갈라치면 호랑이라도 나올 법한 험한 산길을 이용하거나, 혹은 저~멀리 모곡, 중방대리, 대곡리, 두미리를 지나야만 도달할 수 있는 긴 여정을 거쳐야 했다. 얼마나 불편했을까? 그러했던 개야리에 부족했던 복주머니의 끈이 드디어 매어졌으니, 은근히 개야리의 앞날이 기대가 되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서면 개야리, 종자산 복주머니 마을에는 100여 세대, 217명의 주민이 오순도순 서로 정겹게 살고 있다. 주로 가지와 단호박, 찰옥수수를 정성스레 재배하고 있으며, 농사일이 끝난 겨울에는 고집스레 전통방식을 고수하여 만든 전통음식인 한과와 메주 등의 특산품을 판매하여 마을 소득 창출에 힘쓰고 있다.
또한 아름다운 마을풍경을 만들기 위해 봄맞이 대청소, 주변 경관을 위한 나무심기, 화단 가꾸기 등 마을 주민들의 단결력이 대단하다. 특히 올해에는 장수마을과 새농어촌건설운동을 위한 발대식을 시작으로 활력화 결의대회에 참석하는 등 다방면으로 뛰고 있다 하니, 개야리 주민들의 마을 발전을 위한 노력은 어디까지일까?
매년 대보름날이면 마을사람이 모두 모여 달집태우기와 윷놀이 등을 하며 한해 풍년을 기원하고, 근래에는 청장년이 합심하여 언젠가부터 사라졌던 장승배기 마을의 장승을 직접 만들어 세워, 마을의 안녕과 화합 단결을 위한 장승제를 복원하는 등 옛 전통의 부흥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개야리의 재밌는 전통행사 중 하나를 더 소개하자면, 매년 초겨울, 얼음이 2~3cm정도 얼기 시작했을 때 벌어지는 ‘누치잡이’이다. 이장님께서 해마다 방송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행사라 하시며 뿌듯해 하시는 누치잡이는 어느 정도 살얼음이 얼었을 때에는 아직 얼음이 맑기 때문에 물고기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떡메를 이용하여 얼음을 ‘쿵쿵’ 쳐서 물고기를 몰다보면 어느 순간 물고기가 지쳐 움직이지 않게 되고, 바로 이때 떡메를 이용하여 얼음을 깬 후 작살 등을 이용하여 누치를 잡는다.
일 년에 며칠간만 주어지는 누치를 잡는 이 시기에는 마을 주민들의 또 다른 화합의 장이 펼쳐진다. 이처럼 마을 일에는 너나할 것 없이 내 일처럼 두 팔 걷고 나서는 개야리 주민들의 모습을 그려보니, 점점 각박해져만 가는 우리네 모습이 부끄럽기만 하다.
개야리 강과 산을 따라 펼쳐진 경치를 감상하며 둘러보는 길! 특이한 마을이름에 두 눈을 고정시킨다. 유진이? 물그니? 어떻게 생겨난 이름들일까? 개야리에는 자연 부락인 유진이, 물그니를 비롯하여, 에벼올, 뒷여울, 밭말, 아랫말, 심방골, 빼일, 장승배기 등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름 투성이다. 이장님에게 여쭤 그 내용을 들어보니 ‘유진이’라는 이름은 6.25 전쟁당시 아군진지가 있었다하여 붙여졌다 하며, 샘터 등 물이 많아 개야리 주민들의 대부분이 물을 길러 먹던 곳이라 던 ‘물그니’, 마을 입구에 장승이 서 있었다던 ‘장승배기’ 등 그제야 조금 이해가 된다.
또한 마을의 든든한 버팀목인 종자산에도 그 이름의 유래가 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었으니, 옛날 옛적 자손이 없어 걱정하던 한 아낙이 산을 오가며 자신의 처지를 기도한 끝에 자식을 얻었고, 그 자식이 높은 관직에 올랐다는 이야기 등 개야리에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었다. 이러한 재밌는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모여 아름다운 개야리를 에우고 있었으니.. (※ 에우다 - ‘사방을 빙 두르다’라는 순우리말)
안전행정부(구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전국의 친환경 걷기길 중 하나인 ‘개야리 에움 녹색길’은 마을의 아름다운 강과 산을 따라 사방을 빙 두르고 있다. 에움길은 반듯하지 않은 굽어 있는 길로써 임도인 개야 옛길을 시작으로 마을을 지나 홍천강변을 따라 한 바퀴 도는 총 9개의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50년 이상 된 나무가 우거진 밤나무길, 미루나무길, 굽이치는 홍천강의 강물소리길, 하천변의 갈대숲길, 숲속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숲속길, 오랜 유래와 농촌의 풍경을 간직한 종자산길, 유진이길, 봄이 되면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 노오란 물결이 사방에서 출렁이는 개나리꽃길과 함께, 개암나무, 싸리나무, 정미소, 가죽나무, 이름 모를 야생화 등 자연 속에서의 아름다운 볼거리와 그 속에 전해지는 곱사등이 아비와 그의 딸에 관한 이야기가 애잔하다.
개야리 강야분교를 출발하여 마을 전체를 에우는 코스로서 강변구간(4km)과, 마을골짜기길 구간(2km), 산속길(2km)구간 등 총8km, 약2시간 30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폐교된 강야분교를 녹색길 여행자센터로 리모델링하여 여행자숙소, 직거래장터, 농촌체험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 에움길을 찾는 여행객들에 편의를 제공하며 그와 더불어 마을소득 창출에도 한몫하고 있다. 특히, 올해 5월31일(예정)에는 에움녹색길 걷기대회를 처음으로 개최할 계획으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개야리에 더욱 많은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해본다.
마을의 앞에는 깨끗한 강과 넓은 백사장이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고, 마을의 뒤로는 종자산의 기운이 넘쳐나는 곳! 예로부터 배산임수의 땅은 경치도 좋고 살기에도 편리한 곳이라 일컬어져 왔으니, 개야리가 바로 그 곳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해마다 여름철에는, 최소한 한달전에 예약을 해야지만 개야리의 펜션이나 민박집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물의 깊이와 흐름이 적당하여 물놀이하기 좋고, 쏘가리, 메기 등의 다양한 민물고기가 서식하고 있어 견지낚시와 루어낚시 등을 즐길 수 있고, 카누 및 래프팅 등 짜릿한 수상스포츠도 체험할 수 있는 곳, 바로 개야리 종자산 복주머니 마을이다. 수많은 방갈로와 민박, 펜션 외에도 오토캠핑장 등 다양한 시설이 즐비하고, 관광객의 편의를 위한 수도시설과 화장실 등의 부대시설 또한 잘 갖추어져 있어 보다 편안한 여가를 즐길 수 있다. 여름철 가족단위 야영장소로 이만한 곳이 없을 것이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된 개야리, 지금 개야리에는 푸른 봄바람이 휘날리고 있다.
※ 여행자센터(구 강야분교) 주소 : 강원도 홍천군 서면 개야리 103번지
※ 에움녹색길 홈페이지 주소 : http://aeumm.com
[문의] 서면 개야리 종자산 복주머니 마을 이장 ☎ 010-8969-8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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