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도보여행정보☞/♡ 산행·여행 지도 & 정보

[전라도의 숨은 명산 위도 망월봉] 홍길동 율도국 모델…전북에서 가장 큰 섬

by 맥가이버 Macgyver 2023. 1. 29.

[전라도의 숨은 명산 위도 망월봉] 홍길동 율도국 모델…전북에서 가장 큰 섬

 
 

장보고의 해상무역로이자 한국 3대 조기 어장

지형이 구불구불해 봉우리마다 보이는 경치가 다르다.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蝟島는 변산반도 서쪽 끝 격포항에서 여객선으로 50분 거리에 있다. <심청전>에 나오는 인당수의 무대이며, 〈홍길동전〉의 율도국이 위도를 모델로 했다는 말이 전해진다. 전라북도에서 가장 큰 섬으로 북동에서 남서 방향으로 길게 뻗어 있고, 6개의 유인도와 24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다. 여의도의 다섯 배 크기다.

위도를 쫓기듯 등산만 한다면 절반만 본 것이다. 22km 해안 일주도로를 따라가는 ‘고슴도치길’에는 위도관아, 딴정금 육계사주, 치도리 날마통, 정금도, 용머리해안 등 독특하고 맛깔 나는 이야기보따리가 넘쳐난다.

위도에 딱히 대표주자라고 할 만한 곳은 없다. 어쩌면 천의 얼굴처럼 발길 닿는 곳마다 도드라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왕등 낙조전망대, 위도해수욕장, 용머리 몽돌해변과 악어바위, 거북바위, 사자바위, 물개바위 등 구석구석 기암괴석과 비경이 숨어 있다.

위도 서쪽 해안에서는 해넘이를, 동쪽 해안에서는 해맞이를 볼 수 있다. 섬의 맨 아래쪽에 있는 살막금 전망대에서는 해넘이와 해맞이를 모두 볼 수 있다. 특히 전 세계에서 오직 위도에만 군락하는 하얀색 ‘위도 상사화’는 해넘이전망대 주변과 위도해수욕장 뒤편 언덕에서 8~9월이면 만개한다.

위도항에 있는 고슴도치 모자상.

고슴도치 닮아 붙여진 이름

위도는 예부터 고려와 중국을 잇는 해상교류의 중요한 경유지였으며 장보고의 해상무역로이기도 했다. 고슴도치 ‘위蝟’를 쓰는 위도라는 지명은 고려 중기 인종1년(1123년)에 송나라 사절 서긍이 지은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 高麗圖經>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서긍은 고려에 와서 고려의 여러 가지 실정을 그림과 글로 기록했다.

‘죽도와 보살섬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고섬섬(고슴도치털섬)이 있다. 이 산의 나무들은 무성하나 크지 않아 고슴도치 털 같기에 그렇게 명명한 것이다.’

여기서 죽도는 지금의 안마도, 보살섬은 송이도, 고섬섬은 위도를 말한다. 실제로 등산로 주변에는 세찬 바닷바람으로 인해 큰 나무보다는 관목 수준의 소사나무가 많이 자란다.

위도는 50여 년 전까지 흑산도, 연평도와 함께 3대 어장으로 이름을 날리던 곳이다. 조기 산란기인 4~5월이면 섬과 섬을 배로 건너다닐 정도로 많은 배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위도는 지형이 들쑥날쑥해서 배를 정박하기에 좋은 천혜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위도에는 12곳의 항구가 있는데 항구 이름에 ‘금’자가 들어간다. 파장금, 정금, 딴정금, 용담금, 도장금, 벌금, 깊은금, 미영금, 논금, 석금, 살막금, 대장금. 여기서 ‘금’은 우리말로 내만 깊숙이 들어온 곳에 바닷물이 차 있고 배를 안전하게 피할 수 있는 항구를 말한다.

주민 최주용씨의 말에 의하면 “파장금波長金은 파도가 오랫동안 치면 많은 배들이 위도에 정박하고, 머무르는 만큼 돈이 들어온다”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위도의 주능선은 올라 온 만큼 내려가야 한다.
 

가파른 구간 많지만 다양한 코스 있어

위도의 주봉인 망월봉(254m), 도제봉, 망금봉은 모두 경사가 급하다. 지표면에서 시작해서 다시 바닥까지 내려가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체력 안배를 잘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4개의 코스 곳곳에 여러 갈래로 탈출로가 있다. 시름교, 개들넘교, 치도교 3개의 다리를 통해 빠져나갈 수 있다.

산행 들머리는 두 곳이다. 파장금 방파제에서 출발해서 전막리까지 가는 방법과 위도항에서 공영버스를 타고 전막리까지 간 다음 파장봉으로 거슬러 가는 방법이 있다. 또는 내원암 입구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망금봉이나 파장봉으로 내려오는 코스도 있다.

위도항에서 처음 만나는 것은 고슴도치 모양 조형물이다. 위도방파제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들머리 능선에만 올라서면 망망대해의 경이로움에 감동이다. 식도를 비롯해 북쪽으로 고군산열도, 동쪽으로 변산, 그리고 고창 선운산까지 사방으로 조망된다, 내리막길은 규암 성분의 잡석이 많아서 미끄러움에 주의가 필요하다.

최고봉인 망월봉에는 일등 삼각점과 팔각정이 있다. 산 아래쪽 멀리 서해훼리호 위령탑이 보인다. 1993년 10월 10일, 221명이 정원인 서해훼리호는 362명을 싣고 파장금항을 떠나 격포항으로 가던 중 임수도 근처에서 돌풍을 만나 침몰했다. 이 사고로 292명이 사망해 최악의 해양사고로 기록됐다.

경치 좋은 곳에는 쉬어가기 좋게 나무벤치가 곳곳에 있다. 굴곡진 해안도로 풍경도 일품이다. 치도교를 지난 농로에서 잠시 방향이 혼동되지만 묘지 쪽으로 직진하면 된다. 도제봉은 멀리 하왕등도 봉화봉(166m)을 마주보고 있어서인지 봉수대 터가 있던 곳으로 추정된다. 주요 지점마다 위도 초등학교 학생과 교사들이 만든 안내도가 길 안내를 돕고 있다.

망금봉에서는 일명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는 큰딴치도와 작은딴치도가 한눈에 보인다. 물때에 따라 두 개의 섬 사이로 두 개의 길이 열린다. 두 섬은 생태계와 자연경관이 매우 뛰어나 특정도서로 보호받고 있다.

망월봉 정상에는 1급 삼각점이 있다.

300년 동안 사찰 지킨 배롱나무

망금봉은 오목한 해안선이 아름다운 깊은금 경치와 서해 낙조를 감상하기 좋은 조망 터다. 이곳에서 10여 분 내려가면 내원암 갈림길이다. 20분 거리에 있는 내원암은 조계종 선운사의 말사로서 400년 역사를 가진 비구니 사찰이었으나 2021년부터 현적 스님이 기거하고 있다. 스님에게 차담을 요청하니 흔쾌하게 찻물을 우려 준다.

세존전 앞에서 300년 세월을 지킨 배롱나무가 압권이다. 화순 만연사 대웅전 앞 배롱나무와 버금갈 정도로 기품이 있는 보호수다. 배롱나무는 해마다 껍질을 벗으며 단단해진다. 그러한 까닭에 “수행자들은 마음의 욕망을 떨쳐버리라”는 의미로 절집에 배롱나무를 심는다.

내원암 갈림길에서 3.7km 더 가면 섬의 끝인 석금(전막)이다. 이곳에는 ‘위도 띠뱃놀이 전수관’이 있다. 해마다 정월초나흘이면 특별한 행사가 시작된다. ‘띠뱃놀이’는 동해안, 서해안, 남해안 별신굿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풍어제의 하나로 명성이 높다. 온 마을 사람들이 참가하는 용왕제를 끝으로 띠배를 바다에 띄워 고깃배의 안전과 만선을 기원한다. 1978년 전국민속 예술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고, 1985년 중요무형문화재 제82호로 지정되었다.

위도는 바다에 있는 지질공원이다. 한때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후보지로 거론될 만큼 암질이 단단하다. 위도해수욕장 옆 벌금리는 거대한 바위가 둥글게 휘감긴 모양이 달 같다 하여 ‘대월습곡’이란 명칭을 얻었다. 습곡지형은 지층이 수평으로 퇴적된 후 강한 압력을 받아 물결 모양으로 휜 상태를 말하는데 바위들이 겹겹이 쌓인 장미꽃 형상을 하고 있다. 이곳 근처는 8,500만 년 전 후기 백악기 육식공룡알 화석이 무더기로 발견되어 지질공원으로 조성되었다. 

내원암 배롱나무를 닮은 현적 주지스님.

산행길잡이

위도항-위도방파제-파장봉-시름교-망월봉-개들넘교-도제봉-치도교-망금봉-내원암 갈림길-석금(전막리) (14km 6시간 10분)

위도항-버스 이동-내원암 입구-망금봉-치도교-도제봉-개들넘교-망월봉-시름교- 파장봉-위도항 (11km 5시간)

동아지도 제공

교통(지역번호 063)

부안 격포항에서 위도까지 배편이 1일(07:55~16:35) 6회 운행한다. 요금은 8,300원이며 약 50분 소요된다. 위도항에서 나오는 배는 1일(07:45~16:45) 6회 운행한다. 문의 대원카훼리호 581-1997, 파장금 카훼리호 581-0023, 부안여객터미널 581-1997. 위도항에는 배 시간에 맞추어 공영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요금 2,000원이며 막금까지 운행한다. 버스 기사의 위도 관광지 해설까지 덤으로 들을 수 있다.

 

숙식

바닷가에 펜션이 많지만 숙박비와 식사 가격이 다양하다. 깊은금해수욕장 옆에 있는 핀란드펜션(010-2014-9993)이 가격에 있어 정직하고 친절하다. 1박 10만 원이다. 펜션 옆에 횟집이 두 곳 있어서 참소라, 광어회, 장어 등으로 술과 식사 모두 가능하다.

 

사진제공 : 김희순 광주샛별산악회 산행 고문

 

월간산 1월호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월간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