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갈 만한 산 BEST 4] 설악산 서북능선(1,708m), 오대산(1,565m), 무장봉(624m), 북한산 숨은벽능선(835m)
설악산 서북능선(1,708m)
성격 급한 사람들은 10월이 되면 서북능선을 찾는다.
설악산에서 가장 높은 능선 말이다.
대승령~귀떼기청(1,576m)~끝청(1,609m)~중청(1,664m)~대청봉(1,708m)을 잇는 이 능선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고산능선답게 가장 먼저 단풍이 찾아온다.
기후 변화로 갈수록 여름이 길어지고 가을이 짧아지는 걸 감안하면, 10월 초의 단풍 1번지는 단연 서북능선이다.
10월 초 천불동계곡이나 흘림골, 백담사를 찾더라도 단풍은 없다.
1,000m 이상 능선으로 가야 한다.
과거 서북능선은 강자들의 전유물이었다.
장수대를 들머리로 서북릉을 종주하는 산행은 난이도가 높고 체력 소모가 커서 중상급자들만 완주할 수 있는 코스로 여겨졌다.
13km에 이르는 능선 상에 대피소가 없는 것도 난이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중청대피소는 10월 중순을 마지막으로 일반 등산객 숙박 기능이 없어진다.
장수대를 들머리로 서북능선을 주파해 대청봉을 거쳐 오색으로 하산하면 총 21km이며 13~16시간 정도 걸린다.
초보자는 한계령을 들머리로 서북능선에 올라 끝청을 거쳐 대청봉에 오를 수 있다.
오색으로 하산할 경우 14km이며 10시간 정도 걸린다.
한계령~귀떼기청봉~대승령~장수대를 이을 경우 14km이며 10시간 정도 걸린다.
오대산(1,565m)
능선에서 본 경치의 시원함으로 따지면 맨 뒤에 서게 될 산이다.
그만큼 경치가 트인 곳이 드문 전형적인 육산이다.
흙이 많은, 숲이 좋은 산인 것. 달리 보면 단풍 명산이다.
식생이 우수해 강원도 평창에서도 1,500m대 능선이라 다른 산에 비해 단풍 시기가 빠르다.
10월에 즐기는 단풍산행지로 안성맞춤인 것.
일주문에서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8km의 선재길은 10월 중순 이후에 단풍 터널로 변신한다.
넓고 완만한 길이라 가족을 대동한 여행지로도 손색없다.
상원사 주차장을 기점으로 비로봉과 상왕봉에 올랐다가 내려서는 원점회귀 산행은 12km이며 5시간 걸린다.
무장봉(624m)
영남알프스 억새를 여러 번 보았다면, 무장봉 억새를 볼 차례다.
무장봉은 경주국립공원의 억새 명산이다.
624m로 높지 않지만 주능선에 닿으면 펼쳐지는 너른 억새밭은 무장봉을 경주 대표 억새 명소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가을 무장봉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산행이 수월한 것도 한몫한다.
임도에 가까운 오르막길이라 초보자나 가족을 동반한 억새산행지로 영남권에서 인기 있다.
2009년 방영된 드라마 ‘선덕여왕’ 촬영지이기도 하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태종 무열왕 김춘추는 통일을 이룬 후 무기를 이 산에 숨겼다고 한다.
투구 무鍪, 감출 장藏 자를 쓰는 무장사鍪藏寺와 산 이름의 유래다.
정상 표지석에는 ‘동대봉산 무장봉’이라 새겨져 있다.
원래 무장산이라 불렸으나 동대봉산에 딸린 봉우리가 맞다는 의견이 대세가 되어 동대봉산 무장봉이 되었다.
산행은 경주시 암곡동에서 무장골을 따라 오르는 원점회귀 산행이 대부분이다.
정상까지 완만한 임도가 나있어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하산길은 위험하진 않지만 가파른 흙길이라 미끄러지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무장봉 원점회귀 산행은 10km, 4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다만 올해는 무장봉 산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경주국립공원 사무소는 "현재 태풍 피해 복구 공사로 출입이 통제되었으며 12월 말까지 공사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한산 숨은벽능선(835m)
10월의 북한산은 단풍을 논하기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상 북사면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숨은벽능선 말이다.
햇볕이 덜 닿는 북사면일수록 먼저 가을을 맞이한다.
북한산 등산 코스가 대부분 볕이 좋은 남쪽으로 나있는 것을 감안하면, 숨은벽능선은 남들보다 먼저 단풍을 즐기는 발 빠른 방법이다.
이름처럼 북한산 백운대와 인수봉 뒤에 숨어 있는 이 능선은, 다른 코스에 비해 등산객이 많지 않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효자동에 속하며, 서울 북서쪽 끄트머리인 구파발역에서 버스를 타고 7km를 더 들어가야 한다.
여기에 산행이 힘든 것도 한몫한다.
밤골 입구에서 숨은벽능선을 거쳐 백운대까지 4km로 멀지 않지만 가파르고, 스릴 넘치는 바윗길이 있어 초보자나 암릉산행이 서툰 이들은 되돌아서 산을 내려가는 경우도 흔하다.
달리 보면 암릉미가 빼어나고, 경치가 시원한 곳이 많다는 의미다.
숨은벽능선이 막바지에 이르면 리지등반 출발 코스가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150m 내려서면 밤골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난다.
지구력 있는 초보자이고, 믿을 만한 베테랑과 함께한다면 정상에 오를 수도 있다.
거리에 비해 시간과 체력 소모가 큰 편이므로, 시간을 여유 있게 잡아야 한다.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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