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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고양~의정부 교외선 재개통 맞아 기차 여행 - 시속 50㎞로 MT의 추억 속으로… 그때 그 시절 '청춘 열차'가 돌아왔다

by 맥가이버 Macgyver 2025. 1. 23.

시속 50㎞로 MT의 추억 속으로… 그때 그 시절 '청춘 열차'가 돌아왔다
[아무튼, 주말] 고양~의정부 교외선 재개통 맞아 기차 여행

1980~90년대 대학생들이 일영, 장흥, 송추 등으로 MT 갈 때 이용하던 교외선이 21년 만에 운행을 재개했다. 같은 노선, 달라진 역사로 여행객을 맞이하고 있다. 교외선 역 중 기대주로 떠오른 일영역<사진>은 아날로그 풍경을 최대한 살려 새 단장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뜨거운 관심이 쏠린 동해선에 이어 고양 대곡역과 의정부역을 잇는 교외선이 지난 11일 재개통했다. (2025 ·1· 11)

교외선은 1961년 7월에 ‘능의선’이라는 이름으로 개통한 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수도권 제1 순환 고속도로) 등에 따른 이용객 급감으로 2004년 여객 운행을 중단하기까지 경기 북부인 고양시와 의정부시를 왕복하는 유일한 철도 노선이었다.

1980~90년대 대학생들이 서울 근교 MT 명소 일영, 송추와 장흥을 오가기 위해 즐겨 이용한 노선이어서 ‘청춘 열차’라 불리기도 했다. 

열차 개통 소식이 릴레이처럼 이어지는 가운데 21년 만에 재개통한 교외선을 타고 당일치기 근교 기차 여행을 떠났다. 이름하여 ‘응답하라! 교외선’.

◇느릿느릿 무궁화 열차는 추억을 싣고
고속철도에 익숙해져 시속 50㎞로 느리게 달리는 열차의 매력을 잊고 산 지 오래. 증기기관차가 아니기에 ‘칙칙폭폭’ 소리를 내지는 않지만, 철로의 이음매를 지날 때마다 ‘드드등 특, 드드등 특’ 거리며 열차는 백색소음을 들려준다. 덕분에 지난 12일 오전 7시 22분에 대곡역에서 출발해 의정부로 향하는 교외선 2603호 열차 탑승객들은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교외선에 얽힌 추억담을 나누며 창밖 풍경을 감상한다. 

레트로풍으로 장식한 무궁화호 열차를 배경으로 인증 샷은 기본. 2량짜리 열차 안은 만석을 이뤘다.

80학번이라는 남성은 “60대가 돼 젊은 날 탔던 열차에 다시 오르니 감회가 새롭다”며 “그때는 같은 과 친구들과 단합 대회를 하기 위해 탔는데, 오늘은 같은 철로를 달려 등산하려고 탑승했다”고 말했다. 

방학을 맞아 자녀와 함께 기차 여행에 나선 가족도 여럿 보였다. 김진호씨는 아들 태훈군과 대곡역을 출발해 의정부역에 닿을 때까지 바깥 풍경을 보며 일대 변천사를 아들에게 들려주었다. 

기차에 관심이 많은 아들은 “의정부역에서 내려 경전철도 타보고 싶다”고 했다. 중장년층 사이에선 자연스레 “나 때는~” 이야기가 흐르고, 젊은 층은 인스타그램, 유튜브에 올릴 영상이나 기념사진을 찍으며 교외선 여행을 즐겼다. 개통 후 첫 주말을 맞은 교외선은 애매한 운행 시간대임에도 티켓이 완판됐다.

◇‘1000원’짜리 차표 한 장 손에 들고
교외선은 대곡역~원릉역~일영역~장흥역~송추역~의정부역 총 6역 30.5㎞ 구간을 오간다. 

대곡·일영·의정부역을 제외한 원릉·장흥·송추역은 무인 역사(驛舍)다. 대곡에서 의정부까지는 50분 걸린다. 

하루 8회(대곡역 4회, 의정부역 4회) 운행하는데 의정부역 기준으로 첫차는 오전 6시, 막차는 오후 7시 29분이다. 대곡역 기준으로 첫차는 오전 6시 6분, 막차는 오후 7시 35분. 아쉽게도 1월 낮 시간대엔 운행 편이 없다.

옛 감성을 살려 새로 단장한 교외선 무궁화호 열차가 복선 구간인 일영역을 지나고 있다. 

일영역은 운행 시간에 따라 교외선 상행과 하행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열차 안 탑승객들이 서로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풍경도 추억의 한 장면 같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출퇴근 시간에 집중 편성돼 있기에 당장 여행을 위해 이용하기에는 애매하지만, 내달부터 운행 시간표가 조정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철도운영과에 따르면 “교외선 철로 주변에는 민가와 철도 건널목이 많아 개통 후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적응 기간을 두고 출퇴근 시간에 한해 운행하고 있다. 

열차 운행에 변수가 많은 설 연휴 특송 기간이 지나면 지자체와 협의해 주말이나 낮 시간대에 단계적으로 교외선 운행 계획을 조정할 예정”이다. 그러기 전까지 당분간 교외선 탑승 체험만을 위한다면 편도로 이용하거나 왕복의 경우 출발역에서 첫차에 올라 종착역에서 곧바로 되돌아오는 다음 열차를 이용하는 게 좋다.

운임은 전 구간 2600원. 하지만 코레일은 1월 31일까지는 교외선 운행 재개를 기념해 1000원에 이용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1000원짜리 차표 한 장 손에 들고 교외선 여행을 떠날 기회다. 온종일 교외선을 이용할 수 있는 전용 패스 ‘교외 하루’도 판매할 예정(코레일 톡, 레츠 코레일 통해 별도 공지)이다.

그래픽=송윤혜


◇접근성 좋은 ‘대곡역’, BTS 뮤비 속 ‘일영역’
대곡역은 지하철 3호선을 비롯해 경의중앙선, GTX-A 역이기도 해서 교외선 역 중 철도 접근성이 좋다. 출발역으로 삼을 만하다. 

일출 전에 대곡역에서 열차에 오르면 창밖으로 멀리 여명과 함께 해가 뜨는 특별한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재개통 전 기존 교외선 역이었던 대정·삼릉·벽제·온릉역 등은 무정차 통과한다.

일영역에 가까워질수록 젊은 층과 어린 학생들이 술렁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옛 기차역의 감성을 간직해 방탄소년단(BTS) 뮤직비디오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일영역은 아날로그 감성을 최대한 살려 리모델링했다. 

옛날 굴뚝과 투박한 글씨체를 살린 역 간판이 시간의 대비를 이룬다. 

일영역은 단선으로 달리던 열차가 복선으로 바뀌며 상행과 하행이 교차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상행선 탑승객들이 하행선의 탑승객들과 마치 아는 사람 만난 듯 반갑게 손을 흔든다.

교외선의 운행이 재개되기 전까지 사진동호인들의 출사지로 유명했던 일영역. 오래된 역사의 낡은 굴뚝과 새로 단 간판이 교외선의 역사를 알려주는 듯하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일영역 부근부터는 공릉천과 가까워지거나 공릉천을 건너기도, 멀어지기도 했다가 송추 부근부터는 겨울 숲 사이를 달리기도 한다. 

눈이 쌓인 천변 풍경과 멀리 북한산의 오봉 실루엣도 보인다. ‘드디어 기차 여행을 한다’는 기분이 드는 지점이다. 

코스가 길지 않아 아쉽지만, 터널이 별로 없어 반갑다. 구간도 짧다. 등산복 차림의 탑승객들은 주로 송추역, 장흥역에서 많이 하차한다. 북한산 둘레길이나 도봉산으로 향하는 발걸음이다.

교외선 구간은 그린벨트, 군사보호구역 등 개발에서 밀려나 있어 60년 동안 거의 그대로 유지됐다. 

기차가 달리는 동안 교외선 개통을 환영하는 현수막과 그린벨트 해제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목격된다.

◇‘송추’ ‘장흥’선 식도락에 문화 체험을
교외선이 정차하는 역사 중 여행지로 기대를 모으는 곳은 ‘그때 그 시절’ MT 명소 송추와 장흥이다. MT 장소로는 시들해졌지만, 수도권 고속도로 개통 후 차로 접근이 쉬워지면서 근교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해졌다.

살얼음이 낀 송추계곡, 공릉천 변도 겨울 운치를 만끽하며 걸어볼 만하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방학 맞은 아이들과 체험 학습 할 곳, 겨울철 실내 데이트 명소를 찾는다면 장흥역에서 하차해 볼 일이다. 

‘장흥 문화 예술 체험 특구’로 가기 수월하다. 장흥역에서 나와 마을버스를 타면 복고풍 여행지인 놀이동산 ‘두리 랜드’를 비롯해 ‘가나 아트 파크’ ‘양주 시립 장욱진 미술관’ ‘양주 시립 민복진 미술관’ 등을 차례로 거친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장욱진 미술관과 민복진 미술관은 통합권(5000원)으로 관람할 수 있다. 평일에는 전시가 중심이고, 주말엔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장흥 문화 예술 체험 특구에 있는 '양주 시립 장욱진 미술관'. 장욱진의 그림 속 집을 닮은 미술관은 겨울에도 운치 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양주 시립 장욱진 미술관에선 개관 10주년 기념 '고요한 울림'전이 열리고 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양주 시립 장욱진 미술관' 맞은 편엔 '양주 시립 민복진 미술관'이 자리한다. 2층 개방형 수장고에 전시된 조각품 사이로 따스한 겨울 햇살이 스며들고 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케이블카를 타고 ‘송암 천문대’로 올라가 천체관측 체험을 할 수 있는 ‘송암 스페이스 센터’는 장욱진 미술관 옆에 있다. 

일반 관람(유료)은 휴관일인 일·월요일을 제외한 평일엔 예약 후 이용 가능하며, 토요일엔 현장 발권으로도 가능하다. 비수기를 지나고 있는 ‘장흥 관광지’ 내 일부 업소와 시설은 휴관하기도 하니 문의 후 방문할 것.

장흥 문화 예술 체험 특구 내 '송암 스페이스 센터'. 케이블카를 타고 송암천문대로 올라가 관측 체험을 할 수 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레저’라는 간판이 흔했던 송추는 교외선이 멈춘 사이 식당과 카페가 속속 들어섰다. 차창 밖으로 갈비집 간판이 눈에 띄면 송추역에 가까워졌다는 뜻. 

송추역은 교외선 맛집, 카페 탐방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유명한 ‘송추 가마골 본점’을 비롯해 레스토랑 ‘헤세의 정원’, 바비큐 부문 조리 명인이 운영하는 ‘데니스 스모크 하우스’ 등 식당들이 이 구역에 모여 있다. 

여름엔 계곡 맛집도 교외선 타고 도전해 볼 만하다. 다만 송추역이 다소 외진 곳에 자리하기에 역에서 식당가까지 가려면 도보 10~30분은 감수해야 한다.

◇의정부역에서 내려 무료 LP 감상하러
무정차 통과하는 가능역부턴 도심 철도의 흔한 풍경이 이어진다. 의정부역에서 가볼 만한 곳은 ‘의정부 음악 도서관’이다. 역에선 걸어서 30분, 택시를 이용하면 5분 거리에 있다. 코스로 묶이는 ‘의정부 미술 도서관’은 택시로 20분 떨어져 있다.

의정부역에서 내려 가볼 만한 '의정부음악도서관' 내 LP 감상실. 음반을 골라 턴테이블을 작동시켜 바로듣기가 가능하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다양한 음반과 청음 시설을 갖춘 '의정부음악도서관'의 뮤직스테이션.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음악 애호가들의 아지트인 의정부 음악 도서관은 오랫동안 미군 부대가 주둔했던 지역 특성을 살려 재즈, 블루스, 힙합 등을 특화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인사한다. 귀 호강이 따로 없다. 

5000여 권의 도서를 갖춘 북스테이지에선 마음껏 책을 읽고, 3층 뮤직 스테이션에선 취향에 맞는 음악을 골라 혼자 오롯이 감상할 수 있다. 

이왕 교외선 타고 추억 여행에 나섰다면 ‘LP 감상실’에 들어선다. 원하는 음반을 골라 편안한 소파에 몸을 기대 LP 감성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숨은 공간 발굴하는 재미도
교외선 근처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공간을 발굴하는 재미는 덤이다. 

장흥역 부근 ‘장흥 정미소 방앗간’은 80여 년 된 붉은 벽돌 건물부터 눈에 띈다. 아버지 김윤대씨에 이어 아들 김상근씨가 쌀을 도정해 준다. 오래된 기계들이 시대극 세트장 같다.

일영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한옥 카페 ‘교외선’도 대를 잇는 공간이다. 동명의 한식당을 운영하던 부모에 이어 아들이 그 이름 그대로 카페로 용도 변경해 운영하고 있다. 

소담스러운 한옥에서 피자와 음료를 판매한다. 컹컹 짖는 개가 마당에 산다. 시골 감성도 느낄 수 있다.

일영역에 내려 가볼 만한 한옥 카페 '교외선'. 장독대와 시골 개가 있는 마당 풍경이 정겹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천주교 성지 순례 코스 중 하나인 '황사영 순교 순례지'.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천주교 성지 중 하나인 ‘황사영 순교 순례지’(황사영 알렉시오 묘)는 송추역에서, ‘양주 눈꽃 축제’(~2월 9일)가 열리는 ‘장흥 자연 휴양림’은 장흥역과 송추역에서 택시로 모두 10분 거리다.

‘기안84′가 다녀가 유명해진 ‘장흥 참숯가마’도 장흥역에서 마을버스로 닿을 수 있으니, 멀리 갈 필요 없겠다. 자, 떠나자. 교외선 첫차로!

[ 반세기 전통의 할머니 추어탕, ‘엄마 손맛’ 칼만둣국 ]

교외선 재개통 후 무정차 통과역이 된 대정역의 숨은 맛집 '교외선 우리집'의 '칼만둣국'. 주인이 홍두깨로 밀어 만든 면, 손으로 빚어 만든 만두가 엄마 손 맛을 떠올리게 한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교외선 가까이 있는 겨울 맛집

장흥역을 빠져나오면 ‘장흥 할머니 추어탕집’(할머니장흥추어탕) 간판부터 만난다. 반세기 전통을 자랑하는 이 구역 노포다. 1대 ‘장흥 할머니’는 작고하고 지금은 아들과 며느리가 운영한다. 연탄난로가 놓인 노포에서 현지인과 여행객이 두루 섞여 추어탕을 즐긴다.

통추어탕(1만3000원)도 있지만, ‘갈은 추어탕’(1만1000원)을 많이 찾는다. “추어탕에 수제비 등을 넣어 먹을 수 있는 전골과 추어튀김도 잘한다”고 소문나 있다.

푹 끓여낸 추어탕은 생강과 마늘 등으로 비린내를 잡아 깔끔하다. ‘추어류 안 드시는 분 식사류’도 있다. 엄나무영양 닭곰탕(1만1000원)이 점심 메뉴로 인기다. 연탄난로가 따스한 분위기를 더한다.

노포의 연식이 느껴지는 장흥역 '장흥 할머니 추어탕집'.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교외선을 타고 가다 보면 무정차 통과역인 ‘대정역’ 근처에 ‘교외선 우리 집’이 내려다보인다. 

손칼국수와 손만둣국을 전문으로 하는 집이다. 오래도록 대정역 앞에서 ‘역전슈퍼’를 운영하던 어머니에 이어 딸이 2011년부터 식당을 꾸려가고 있다. 손칼국수와 손만두를 골고루 맛볼 수 있는 칼만둣국(1만1000원)이 인기. 홍두깨로 밀어 만든 칼국수 면은 굵기가 제각각이어서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처럼 맛있게 느껴진다. “사골과 양지 등을 넣어 만든다”는 육수에 큼지막하게 빚어낸 김치만두는 엄마 손맛을 떠올리게 한다. 

교외선 정차역 중 대곡역과 그나마 가깝지만, 연계할 대중교통이 없어 택시가 아니라면 찾아가기가 까다롭다. 실내에 반려묘가 있다는 것도 참고하자.

‘송추 평양면옥’은 꿩냉면(1만3000원)으로 유명하다. 송추 입구에 있다가 지금의 자리로 확장 이전했다. 꿩냉면은 “소고기와 사골, 꿩고기 등을 넣고 만든다”는 육수에 꿩완자를 고명으로 얹어 준다. 찐만두나 녹두지짐, ‘하프 제육’(양이 반인 제육) 등 곁들임 메뉴도 다양하다. 송추역에서 5분 정도만 걸어 나가면 맛볼 수 있다.

출처 : 조선일보 [아무튼, 주말] 박근희 여행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