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뒷모습이 얼마나 솔직하고 너그러운지. 지는 해를 따라 무작정 걸어가 본 사람은 안다. 오늘 하루가 얼마나 진실했는가를 말이다. ‘에두아르 부바’의 사진집을 들여다보면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 인간의 뒷모습이 담겨 있다. 그 등 뒤로 숨겨진 해학과 사랑, 그리고 진실이 숨겨져 있다. 흑판에 글씨를 쓰고 있는 친구의 뒷모습,
회양목 가지를 옆구리에 끼고 돌아가는 할머니의 뒷모습, 나른한 정오 낡은 벤치에 절망처럼 앉아 있는
사월의 햇살은 투명하게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더 버틸 수 없을 정도로 기운이 빠진 나를 업고 해는 저물고 있다. 위안 같은 그대의 등으로 불콰해진 마음 한쪽 기대어본다. 어린 날 어머니의 등에 업혔을 때의 따스함,
오래된 진실처럼 낡을수록 빛이 난다. 마주선 얼굴을 돌려보내고 우연히 그대 뒷모습을 바라볼 때. 문득 발견하지 못한 진실을 읽고 수도 없이 미안했던 내 안의 말들. 아무런 포즈도 없이
말로는 할 수 없는
사물의 본질을 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지식이 아닌 지혜의 눈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모습을 볼 때 우리는 앞모습과 이야기를 나눈다. 얼굴의 표정과 손짓과 발짓으로 그대를 다 알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진실은 자주 우리의 등 뒤로 돌아가 숨바꼭질을 하지 않던가. 나는 그대의 앞모습에서 얼마나 많은 잘못을 저질렀는지. 그대의 웃음 뒤에 어른거리는 눈물을 왜 읽어내지 못했는지. 나의 잘못으로 아파했을 나의 그대들이여. 이제 그대의 등 뒤에서 그대와 함께 바다를 바라본다. 때로는 등 뒤로 진실을 달고 사는 우리. 그래서 낙타처럼 조금씩 진실의 등이 자라는 우리. 뒷모습이 더 아름다운 그대를, 그대들을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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