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 백창우

by 맥가이버 Macgyver 2006. 11. 24.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 백창우


나 정말 가벼웠으면 좋겠다
나비처럼, 딱새의 고운 깃털처럼 가벼워져
모든 길 위를 소리없이 날아다녔으면 좋겠다

내 안에 뭐가 있기에
나는 이렇게 무거운가
버릴 것 다 버리고 나면
잊을 것 다 잊고 나면
나 가벼워질까

아무 때나 혼자 길을 나설 수 있을까
사는 게 고단하다
내가 무겁기 때문이다

내가 한 걸음 내딛으면 세상은 두 걸음 달아난다
부지런히 달려가도 따라잡지 못한다
다 내가 무겁기 때문이다

나 정말 가벼웠으면 좋겠다
안개처럼
바람의 낮은 노래처럼 가벼워져
길이 끝나는 데까지 가 봤으면 좋겠다

무거운 몸으로 집을 향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으로

바람이 분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온몸을 부르르 떨며

마음은 비었는데
머리가 무겁다

심장은 바르르 떨며 나의 존재를 거부한다

아니
삶의 존재를 깨우친다

나 가벼운 바람되어 등떠밀려 날아간다

가을이 떠나가듯
바람에 밀려간다

살아있음에 흔들린다

때론
그렇게 휩쓸려 간다해도 후회하지 않으리

오늘밤도 심장소리에 깨어날 것인지

인생의 가을
바람이 분다

 

 

 

☞ 위 사진은 2006년 10월 24일(화)에 '삼성산 야간산행'을 하면서 찍은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