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우화의 강 / 마종기

by 맥가이버 Macgyver 2007. 3. 18.
 
 

♤ - 우화의 강 / 마종기 -♤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 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 위 사진은 2007년 3월 10일(토)에 '남한강과 팔당호 따라

50km 도보여행' (양평역에서 팔당대교 남단까지) 中

'금사교'를 건너기 전에 '팔당호'를 찍은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