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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나무 / 류시화

by 맥가이버 Macgyver 2007. 3. 12.

    나무 / 류시화

    나에게는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 주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 주었다

    내 집 뒤에 나무가 하나 있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꺼내
    비를 가려 주고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을 때
    그 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함숨지어 주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주었다

     

     

     

    ☞ 이 사진은 2007년 3월 10일(토)에 '남한강과 팔당호 따라 50km 도보여행'

    (양평역에서 팔당대교 남단까지) 中 '광동교'를 건너기 전에 찍은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