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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담쟁이 / 도종환

by 맥가이버 Macgyver 2007. 6. 25.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 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늘 언제나 항상 변함없이

 

위 사진은 2007년 6월 23일(토)

북한산을 오르며 기자촌을 지나다가 어느 집 담에서 자라는 담쟁이를 찍은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