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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山과길의 글·시

산이 우는 소리 / 표성흠

by 맥가이버 Macgyver 2008. 2. 15.
 

 

  산이 우는 소리 / 표성흠

 

 

  

산이 우는 소리를 들어 보았는가

산도 때로는 운다

가슴 답답하여 울고 기뻐서도 운다

 

가슴 답답하여 우는 소리는 홀로 숨 죽여

계속 깊숙이 틀어박혀 운다

진종일 돌 밑에 쳐박혀 운다

남에게 보이기 싫은 모습 안보이려고 덤불 밑에 숨어 운다

 

산이 기뻐 울 때는 모두들 들으라고 나무 위에서 운다

등성이 위에서 운다

산사에 내려와 풍경을 건드리면서도 울고

홀로 산을 오르는 자의 머리칼을 쓸어 넘기면서도 운다

 

산이 우는 소리를 들었는가

듣지 못했다면 그대는 아직 산사람이 못되었다는 징조다

아직도 삼겹살 굽는 소리에 더 익숙해 있거나

그대의 발소리가 너무 당당해서

산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은 탓이리라

 

산에 가는 것은 산의 울음을 식별하는 일

산이 기뻐 우는 건지 슬퍼 우는 건지를 재빨리 알아차리는 일

거기 맞춰 나도 우는 일

슬픔에게는 기쁨으로

기쁨에는 그 기쁨에 동참하는 자세로 친구 되는 일

 

산이 우는 소리를 들으며 그와 친구가 되면

산은 또 여러 가지 선물을 한다

 

늘 언제나 항상 변함없이

  

위 사진은 2008년 2월 14일(화)

경기도 포천/동두천의 '왕방산/국사봉/소요산 연계산행'을 다녀오면서

'소요산 정상 의상대(587m)에서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며 찍은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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