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동과 깨달음☞/♡ 좋은 글 모음

근심은 알고 나면 허수아비다 / 이외수

by 맥가이버 Macgyver 2008. 12. 4.

 

근심은 알고 나면 허수아비다 / 이외수

근심은 알고 나면 허수아비다 / 이외수

 

 나는 근심에 대해서 근심하지 않는다.
근심은 알고 나면 허수아비다.

 

식이 익어가는 들판으로 가서 허기를 채우려면
필연적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는 복병들이다.


하지만 어떤 참새라도
그 복병들을 근심할 필요는 없다.

 

허수아비는 무기력의 표본이다.

 

망원렌즈가 장착된 최신식 장총을 소지하고 있어도
방아쇠를 당길 능력이 없다.

 

자기 딴에는 대단히 위협적인 모습으로 눈을 부릅뜬 채
들판을 사수하고 있지만, 유사이래로
허수아비에게 붙잡혀 불구가 되거나
목숨을 잃어버린 참새는 한 마리도 없다.

 

다만 소심한 참새만이 제풀에 겁을 집어먹고
스스로의 심장을 위축시켜 우환을 초래할 뿐이다.

 

나는 열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나는 스무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나는 서른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나는 마흔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그런데 그 때의 근심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지금은 흔적조차도 찾을 길이 없다.

 

근심에 집착할수록 포박은 강력해지고,
근심에 무심할수록 포박은 허술해진다.


하지만 어떤 포박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1백 퍼센트 소멸해 버린다.

 

이 세상 시계들이 모조리 작동을 멈춘다 하더라도
시간은 흐른다.

 

지금 아무리 크나큰 근심이 나를 포박하고 있어도
언젠가는 반드시 소멸하고야 만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런데 내가 왜 시간이 흐르면 1백 퍼센트 소멸해 버리는
무기력의 표본 허수아비에 대해 근심하겠는가.

 

 

'▣감동과 깨달음☞ > ♡ 좋은 글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의 동기 / 존 듀이  (0) 2009.01.26
아름다운 동행  (0) 2008.12.20
나를 사랑하는 방법  (0) 2008.12.04
인연과 악연  (0) 2008.12.01
길을 지우며 길을 걷다 / 이원규  (0) 2008.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