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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싶다☞/♤ 포구기행

[포구기행](8) 안산 방아머리 선착장 / 내 가슴에 사는 사람 - 이수

by 맥가이버 Macgyver 2009.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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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기행](8) 안산 방아머리 선착장

 
ㆍ섬마을 오가는 훼리들의 작은 여객항

21세기를 삽니다. 머지않아 달나라에서도 인터넷이 가능한 세상이 온다고 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여전히 어로와 수렵을 그리워합니다.

고기 잡고 조개 캐기를 모두 좋아합니다. 어로본능입니다.

프로와 아마추어가 사이좋게 공존하며 고기를 잡는 곳, 바로 방아머리 선착장입니다.


개발이란 미명 아래 인간이 저지른 탐욕의 결과 어민들의 삶의 터전은 수장됐다.

갯벌 속 무수한 생명들도 생을 마감했다.
썩은내가 진동해 아무도 찾지 않았다. 그래도 자연은 포기하지 않았다.
시화호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겪었지만 스스로 되살아나고 있었다.
방아머리 선착장은 시화호를 둘러싸고 있는 시화방조제 끝자락에 있다.
서해 이작도, 소이작도, 대이작도, 자월도, 승봉도, 덕적도를 오가는 훼리들이 머무는 작은 여객항이다.
방아머리 선착장에서는 평일 오전 9시30분 여객훼리가 출발한다.
주말엔 오전 9시30분과 오후2시 두 편이 출발한다.
이 때문에 주말이면 섬으로 가려는 행렬이 줄을 잇는다.
훼리에 몸을 실고 바다를 가로질러 섬마을로 간다.
그곳에 가면 꿈꾸는 자연이 있다.
자연은 슬픈 연인들의 이별 여행을 새로운 사랑으로 탈바꿈 시켜주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이도 방조제 입구에 이르자 시화호 하류지역 간척습지를 조망할 수 있는 시화공단 팔각정이 보였다.
넓은 시화호 해수면과 시화방조제, 각종 염생식물과 갈대 등 간척습지 공간이 어우러져 붉은 광장을 연상케 했다.
붉은 빛을 띠는 것은 염생식물인 해홍나물 때문이다.
염생식물은 육상식물계의 경쟁에서 밀려나 열악한 소금기 머금은 환경에서 터전을 마련한 생명들이다.
생명이 얼마나 질기고 고귀한 것인가를 몸으로 말해주는 놈이다.

새로 태어난 방아머리선착장은 늘 붐빈다.

주말이면 더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바다를 건너온 차들로 북적거린다.

 
실제로 이곳은 시화호 북측의 시화 반월공단과 도시개발로 남겨진 유일한 습지공간이다.
유역이 좁고 공단이 밀집된 시화호 상류지역에 비해 생태적으로 양호해 시화호 수질유지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264만㎡(80여만 평)의 북측간척습지를 포함해 660만㎡(200만 평) 정도가 추가 매립돼 시화 멀티테크노벨리(시화MTV) 라고 하는 공단이 조성된다고 한다.
조만간 해홍나물도 사라질 운명이라고 하니 질긴 생명력도 인간의 욕심에는 통하지 않는가 보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시화 방조제로 들어섰다.
시흥 오이도와 안산 대부도를 잇는 12.6㎞의 시화방조제는 드넓은 갯벌을 육지로 만들었다.
곧게 뻗어 있어 끝이 보이지 않았다.
무심코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는데 갑자기 커다란 갈매기들이 차창으로 뛰어들어 화들짝 놀랐다.
차창을 열고 정신을 차려보니 갈매기는 보이지 않았다.
날개를 활짝 편 갈매기 형상의 가로등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던 것이다.
가로등은 안산시가 방조제의 딱딱함을 없애기 위해 갈매기 형상으로 설치했다고 한다.
어둑어둑해지자 갈매기 가로등의 야경은 더욱 화려해졌다.
빛을 내는 갈매기들이 줄지어 날고 있으니 데이트 코스로는 제격인 셈이다.
날마다 어둠이 깔리면 이곳에는 베아트리체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단테와 , 롯데에게 프로포즈하는 베르테르의 순결한 영혼이 흘러 넘칠지도 모르겠다.

“막으면 죽는다” 시화호의 교훈

방조제는 차창 밖으로 스치는 아득한 수평선과 짙은 초콜릿빛 갯벌에 한동안 시선을 빼앗겨도 차선 밖으로 벗어나지 않을 만큼 곧고 길게 뻗어 있었다.
방조제 중간에 이르자 조력발전소 건설이 한창인 곳이 다다랐다.
2009년 완공 예정인데 50만 인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552Gwh/년)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조력발전은 강한 조석이 발생하는 큰 하구나 만을 방조제로 막아 조지(潮池)를 만들고 외해와 조지 내의 수위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곳 발전소는 연간 31만5440t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와 연간 86만2000배럴의 유류 수입 대체효과가 나온다고 한다.
또 연간 550억t의 해수유통을 통해 시화호의 수질을 외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개선까지 해준다고 한다.
무공해 청정 해양에너지의 맑고 강한 힘이 느껴졌다.

대부도 염전들 낚시터로 전환

방파제 한 켠에서 게를 잡는 한 아주머니.

오징어와 갈치머리를 한데묶어 바위틈 게들을 유인해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곧이어 시화호의 숨통인 배수갑문이 나타났다. 1
994년 최종 물막이 공사가 끝난 시화호는 경기도 시흥시, 안산시, 화성시에 둘러싸인 인공호수로 면적만 43.80㎢ 달한다.
시화호는 본래 간척지에 조성될 농지나 산업단지의 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담수호로 계획됐다.
그러나 방조제라는 사슬에 갇힌 시화호는 죽어갔다.
시화호 유역의 공장 오폐수 및 생활하수의 유입으로 수질이 급격히 나빠졌다.
연일 시화호가 죽어가는 모습이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못난 인간들의 탐욕에 대해 자연 스스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뒤늦은 반성인지 비난 여론 때문인지 정부 당국은 1997년 부랴부랴 갑문을 만들고 시화호에 숨결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2000년이 돼서야 담수호 포기를 선언해 지금의 해양호가 됐다.
호수든 광장이든 막아두면 죽어가는 건 마찬가지인가 보다.
숨통이 막혀 질식사에 이르고 있는 서울광장이 불현듯 머리를 스친다.
시화호의 교훈이 벌써 잊혀져 가는 것 같아 씁쓸했다.

방조제를 건너 대부도에 다다르면 곧장 양쪽으로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우측으로 ‘ㄷ’ 자 모양의 방아머리 선착장이 나왔다.
방아머리는 구봉염전 쪽에 있는 서의산으로부터 길게 뻗어 나간 끝 지점으로 디딜방아의 방아머리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평일인데도 선착장 입구까지 차들이 줄지어 빼곡히 서 있다.
뭔가 있긴 있나 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착장에 다다르자 바닷가 쪽에 강태공 수십명이 낚싯줄을 드리우고 있었다.
한두 명이 아니라 자리가 없을 정도다. 뭐가 잡힐까? 한켠에 낚싯줄을 드리우고 있는 강태공에게 물었다.
 “뭐가 잡혀요?”, “잡히니까 있지요” 우문현답이다.
이곳에 2년째 낚시를 다니고 있다는 김정호씨(45. 안산시 단원구)는 “처음에는 저도 긴가민가 했어요. 그런데 진짜 잡히더라고요”라며 웃었다.
이전에 그도 필자처럼 우문을 품었던 모양이다.
그는 “우럭도 잡히고 놀래미도 잡혀요. 민물고기가 아니라 바다 고기니 바다 낚시인 셈이죠”라며 갯지렁이를 힘껏 낚싯바늘에 꿰어 넣는다.
낚싯대는 활처럼 휘어졌다 바다로 향해 날아갔다.
낚싯대에 매달린 찌가 바다에 빠지는 순간 놀란 숭어 한 마리가 펄떡 뛰어올랐다.
죽어가던 시화호 배수갑문 코 앞에 자연이 숨쉬고 있는 것이다.
자연은 스스로 되살아나고 있었다.

시화방조제 초입에서 방아머리 선착장까지 고작 15분 남짓 걸렸다.
이 짧은 시간 시화방조제가 던지는 메시지는 참으로 방대했다.
아름다운 추억과 달콤한 연인들의 사랑도 있었지만 한켠엔 사라져가야만 했던 염전들과 갯벌속 생명들, 말 못하는 바위들의 설움까지.
시화호 방조제 사업으로 대부도의 개발도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33개나 있었던 대부도의 염전도 유료낚시터와 양식장으로 전환하거나 사라졌다.
지금은 동주염전을 비롯해 너댓 개의 염전에서만 소금을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대규모의 갯벌 간척사업을 진행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왜 북미와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는 갯벌을 포함하는 해안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차원의 노력을 기울이는지, 상실된 갯벌을 복원하기 위해 거대한 재원을 투자하는지, 스스로 묻고 스스로 해답을 구해야 할 때가 왔다.


방아머리, 디딜방아 머리 모양서 유래

본래 방아머리는 구봉염전 쪽에 있는 서의산으로부터 길게 뻗어나간 끝 지점으로 디딜방아의 방아머리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큰 강젱이는 방아머리 선착장 쪽으로 있는 해변의 정자 같은 38m 암초로 현재 선착장이다.
방아머리 동쪽 해안 장술 일대를 접줄이라 하는데 현재는 방조제 수문 안에 있다.
너춘여는 큰 강젱이 위 선착장 안쪽으로 있는 바위다.
바위 모양이 말 같다해서 붙여진 마여(馬山黎)와 당 넘어 뻘 동쪽에 매 주둥이처럼 뾰족하게 나온 바위가 매봉이다.
당 너머 뻘은 당산(서의산) 북쪽 해안 갯벌이고 납섬은 물이 빠지면 납작하게 나타나는 섬이다.
느락개는 납섬 앞 느락뿌리(느락부리) 쪽에 있고 섬 생김새가 마치 개[犬]와 같다하여 붙여진 개섬이 있다. 현재는 없어졌다.

사근여는 방아머리 큰 산 동쪽에 있는 바위이며 방아머리 서쪽에 있는 해발 100m 가량의 큰 산은 서의큰산[西矣大山]이다.
방아머리 큰 산은 서의큰산보다 작지만 방아머리 쪽에 있다 해서 붙여졌다 한다.
현재는 없어졌다.
마귀할멈 공깃돌은 수둑 위로 다섯 개의 큰 바위였지만 방조제 공사로 없어졌다.
가리기섬은 바위섬 두 개가 나란히 있어 일명 쌍섬이라고도 했는데 하나는 방조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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