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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국화 앞에서 / 김재진

by 맥가이버 Macgyver 2009. 10. 24.

 

국화 앞에서 / 김재진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사람들은 모른다.

 
       귀밑에 아직 솜털 보송보송하거나
       인생을 살았어도 헛 살아버린
       마음에 낀 비계 덜어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른다.


       사람이라도 다 같은 사람이 아니듯
       꽃이라도 다 같은 꽃은 아니다.


       눈부신 젊음 지나 한참을 더 걸어가야 만날 수 있는 
       국화는 드러나는 꽃이 아니라 숨어 있는 꽃이다.

       느끼는 꽃이 아니라 생각하는 꽃이다.
       꺾고 싶은 꽃이 아니라 그저 가만히 바라보는 꽃이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은

       가을날 국화 앞에 서 보면 안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굴욕을 필요로 하는가를.


       어쩌면 삶이란 하루를 사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견디는 것인지 모른다.


       어디까지 끌고 가야할지 모를 인생을 끌고
       묵묵히 견디어내는 것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