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의 슬픈 날개짓을 조용히 접습니다 / 김정한
비바람만 맞고 가로수처럼 서 있다가
당신 웃음 한번 안아보지 못하고 또 이렇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생각하고 또 생각만 하다가 사랑 한 줌 받지 못하고
버림받은 사랑은 이렇게 끝나 버리고 말았습니다.
24시간, 150일 동안 작은 모니터에 갇혀 살아도 행복하기만 했는데...
한줄기 폭포가 되어 당신이라는 큰 강에 흘러 들어가 섞이면서 웃고 울고 싶었는데...
강에 흘러 들어가기도 전에...
강기슭에서 저 혼자 노래하는 소리꾼이 되어 노래만 하고 있습니다.
관중 없는 무대에서 혼자서 춤을 추는 슬픈 무희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제는 작은 모니터 안에서만 나를 우두커니 바라보는 당신이 되었겠지요.
나도 가야하는 거지요.
당신 힘들게 하지 않게 떠나야 하는 거지요.
사랑은 죄도 아니고 사랑한 것에는 잘못이 없으니까요.
당신, 더이상 미안해하지 말아요.
이제 <굿바이 러브> 란 메시지를 눈물로 남기고 힘겨운 발걸음을 떼어 볼게요.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 당신 맘 아플까봐,
애써 태연한 척 하며 가까운 길 두고 먼 길로 돌아서 갑니다.
장대비 내리는 날,
비가 좋아 기뻐서 날뛰는 어느 산동네의 무당개구리처럼,
결국 오지 않을 당신이었지만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까지도 행복했으니까요.
당신을 향한 내 사랑을,
내 영혼의 슬픈 날개짓을 아프지만 조용히 접습니다.
당신, 아프지 마세요. 그리고 내내 편안하시길...
김정한 - 아담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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