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 김용택
작은 바람결에도
멀리 흔들리는
아주 작은 풀잎같이
작은 산그늘에 붙잡혀도
가지 못하는 풀꽃같이
사는 사람이 있다네
아침에 새들이 잠 깨우면
이슬을 털며 산길을 가고
이슬이 옷깃을 적시면 무거워서
산길에 앉아 쉬는 사람
강가에서 강이랑 나무들이랑 아이들이랑
오래오래 산다네
이름 없는 산골짜기
늦가을 해 저문 산길같이 외로운 그 사람
봄이 오면 봄 산으로
여름 오면 여름 산으로
가을 오면 가을 산으로
겨울 오면 겨울 산으로
세상을 오고 가는 사람
이 세상 꽃이 다 져버려도
늘 꽃 피는 들길 산길 강길을 가진 사람
아,저물어 오는 산 같은 그리움을 품은 사람
그 사람
바람 부는 들판에 서면
들판같이 바람 가득한 사람
해 지면 금세 잠드는 아주 작은 풀꽃같이
산그늘 끌어 덮고
그는 잔다네
그는 산다네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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