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달래동산 입구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 비문.

[경인일보=글┃부천/이재규기자]부천순환 둘레길은 '단절'을 하나로 연결하는 '화합'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동안 각각 개별적으로 있던 네 개의 길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으로, 오는 6월이면 4개의 단절된 길이 하나로 이어져 제 모습을 갖추게 된다.

숲이 있는 산과
공원, 들판, 하천 등을 연계한 다양한 체험테마와 스토리텔링이 있는 둘레길. 길이 다채로워 혹자는 신(新)철인 3종 경기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실제 사전 준비에 조금 신경만 쓰면 산과 공원, 하천 길을 걸은 뒤에 부천시가 황금들판하이킹길에 배치해 놓은 무료 자전거 대여소(6월 완공 예정)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하이킹을 즐긴 뒤, 오정레포츠공원이나 소사국민체육센터에 도착해 수영을 즐길 수 있다. 걷기(달리기)-자전거-수영으로 이어지는 3종 코스가 완성되는 것이다.

# 산, 들판, 공원과 하천이 하나로 만나는 길

부천시의 면적은
가로·세로 8㎞, 7㎞로 중간중간 '이'가 빠져 53.440㎢다.

도내 31개 시·군 중 여섯 번째로 작은 면적의 도시지만 인구는 87만여명이 살아 서울시
다음으로 인구밀도가 높고 교통도 만성적인 지·정체가 심각하다. 그러다 보니 여느 자치단체에서 개최하는 흔하디 흔한 마라톤대회는커녕 걷기대회도 못 하는 실정이다.

대신 시 외곽을 둘러싼 길이 발달했다. 그래서 길의 명칭도 '둘레길'이다. 시 외곽 둘레에 있는 길이라는 의미란다. 우연의 일치인지 총 길이가 마라톤을 할 수 있는 42.195㎞다.

   
▲ 원미산 자락 진달래동산에 설치된 나무계단이 시원스레 뻗어있다.

통상 부천순환 둘레길의 시작은 13.597㎞ 약 4시간 정도 소요되는 향토유적숲길에서 시작된다.

청동기시대의 주거지들과 의례, 유구가 발견돼 청동기시대의
문화적인 발전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고강동 선사유적공원을 따라 시작되는 길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장갯말산을 지나 봉배산 등선을 따라 걷다 보면 절골, 까치울, 부천식물원 등이 발 아래로 보이며 그 능선이 끝나는 지점에는 부천시 5대 하천 중 하나인 베르네천 발원지가 있다.

베르네천 발원지에서 시작되는 실개천을 따라 걷다 여월택지개발지구를 빠져나와
무형문화재 남사당 전수관을 둘러본 후 도당산 백만송이 장미원, 향토역사관의 유물을 관람하는 재미는 걷기문화의 또 다른 묘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시대별 각종 활과 화살, 화차 등을 전시하고 있으며 활 제작 및 시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활 박물관도 있다.

도당산 산책로 정상의 팔각정에서 시내를 조망한 후 원미산 아래의 종합운동장, 야생화동산, 진달래동산, 산불감시탑, 향림사 등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걷다 보면 소사역에 이르러 향토유적과 숲 생태체험을 주제로 한 1코스의 여정이 마무리된다.

이어지는 제2코스는 8.586㎞의 전통시장 탐방과 삼림욕을 할 수 있는 구간으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1978년 무렵 쌀집과 이발소 등 5개 정도의 상점이 들어서고 사람들이 노점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전통시장인 소사동의 대보시장과 산새공원을 둘러본 후 성주산 주 능선을 따라 걸으면 부천시의 전경과 시흥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부천시와 시흥시를 연결하는 여우고개, 하우고개, 와우고개 등 옛 고갯길은 재밌는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어 흥미를 더한다. 여우고개는 옛날 여우가 많이 출몰했다 해서 붙여진 고개란다.

옛 고갯길은 시흥시 소래산과 연결돼 있어 많은 시민들이 소래산
등산을 위해 이용하는 코스로 이미 명성을 쌓고 있는 시흥의 늠내길로 빠져도 좋다.

   
▲ 부천시 원미구 춘의동 원미산 자락에 위치한 진달래 동산. 활짝 핀 진달래 사이로 탐방객들이 걷고 있다. 해발 167m에 위치한 진달래동산은 2만9천여㎡에 3만여 그루의 진달래 군락이 장관을 이뤄 산길 트레킹과 꽃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2코스 구간에는 뿌리가 심하게 노출돼 복토를 했더니 마을에 불상사가 잇따라 일어나 흙을 다시 파내었더니 편안해졌다는 수령 1천년의 은행나무(소사본2동 세종병원 건너편)와 매년 10월 마을의 안전기원제를 드린다는 800년 된 느티나무(소사구 소사본2동에서 시흥시로 가는 도로변)가 있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어지는 제3코스는 물길 따라 걷는 길이다. 7.816㎞로 2시30분 정도 소요된다. 사람들이 쓰고 버리는 하수와 분뇨를
고도처리한 후 하천 유지 용수로 사용하는 전국 최초의 도심지내 인공하천인 부천 시민의 강이 우선 눈길을 끈다. 길이 5.5㎞, 폭 3~5m, 수심 50~80㎝다. '강'이라는 명칭이 다소 낯간지럽기도 하지만 서울시가 청계천을 복원할 당시 벤치마킹을 했던 강으로 유명하다. 전 구간은 아니지만 곳곳에 어른 팔뚝만한 고기들이 뛰어놀아 제법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상동 호수공원, 영화촬영지로 유명한 영상문화단지, 굴포천 등을 걸으며 물길의 소중함을 체험할 수 있다. 이 중 굴포천은 수도권 서부의 대표적인 하천으로 부평의 철마산에서 발원해 부천시 원미구와 오정구를 거쳐 한강으로 흘러들며 길이 21㎞, 유역면적이 143.3㎢에 달한다.

물길을 걷고 나면 이번에는 걸어도 무방하지만 자전거 하이킹으로 좋은 길인 제4코스를 만나게 된다. 가을녘의 황금들판이 인상적인 이른바 '황금들판 하이킹길'(12.196㎞)이다. 옛마을길이라고도 하는 이 길은 도시화가 정착된 부천시에서 유일하게 남은 429만6천500㎡의
대장들녘길로 봄부터 겨울까지 농촌의 사계절 풍경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데부둑, 앞벌, 꺼먹다리, 말무덤, 간등다리 등 옛 지명이 그대로 살아 있어 일상에 지친 도시민들이 시골 들녘의 넉넉함과 정겨움을 느끼며 걸을 수 있다.

   

데부둑은 김포에서 부천시 오정구 대장동의 대장들을 지나 삼정동, 중동까지 뻗어있던 둑으로 한강물을 끌어들여 대장들, 중동들 등의 농업용수로 쓰기 위해 만들었던 둑이다. 1957년 오정국민학교 대장분교로 개교해 현재도 총 3학급에 17명의 학생이 재학하는 인근의 대장분교 교정에 들러 옛 추억을 떠올리는 것도 좋을 듯하다.

부천 둘레길은 총 13시간이 걸리는 코스로 4개의 구간마다 저마다 특색을 갖고 있다. 그러나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앙상한 나무들로 인해 구간마다 특색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이제 봄을 맞아 산이며 들, 하천 등이 제 색깔을 드러내며 탐방객을 반긴다. 오는 6월 모든 조성
사업이 마무리되지만 지금 길을 다녀도 큰 불편함은 없는 만큼 봄이 다 가기 전 둘레길을 따라 부천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사진┃김종택기자 jongtaek@kyeongin.com

출처 :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