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아닌 길
-이선영
저렇게 잘 닦인 길이 왜 내 길이 아닌가?하고
눈에 한참 밟히던 길이 있었다
아마 원주나 제천 가는 길목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때 줄지어 가는 차들의 행렬에 끼여 있었다
세상엔 내가 알거나 모르는 수많은 갈래의 길이 있지만
그 길들은 그저 멀거나 조금 가까운 갈랫길일 뿐
내가 밟고 가는 길은 늘 하나의 길일 수밖에 없다
흔한 발자국들 찍힌 세상의 흔한 길들 중 하나가 될지라도
저 의젓한 길은 어디로 향하는가,
여직껏 나와 다른 길을 밟아온 길,
내게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으면서 그러나 나와는 다른 곳을 향해 가고 있는
저 길은 어떤 까닭으로 이리로 이어져서 어떤 추억과 상처의 바퀴를 굴리기 위해 뻗어 있는가,
저 길을 통해 다다를 수 있는 곳은 낯선 천국이라는 것인가 아니면 낯선 오지라는 것인가, 저 길은
가는 길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 한걸음도 들여놓지 못할 그 길을
나는 한동안 가슴에 담았었다
내 갈 길이 아닌 그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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