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높은 산 싫은 누님들… 둘레길로 모인다
- 입력 : 2011.09.15 23:26
서울시, 둘레길 178㎞ 개통
외사산 둘레길 - 북한~우면산, 13개 區걸쳐있어 완주에 62시간 걸리는 긴 코스
내사산 둘레길 - 사대문 안, 인왕~북악산 이어 21㎞ 코스로 9시간 정도 소요
지난 3일 오후 서울 수유역 3번 출구 앞. 북한산 둘레길 입구로 향하는 마을버스가 도착하자 트레킹화를 신은 남녀가 우르르 탔다. 성동구의 중소기업에서 동료들과 함께 온 정지영(36)씨는 "숨 가쁜 등산을 제일 싫어하는데, 동료가 '둘레길은 힘들지 않다'고 설득해 나왔다"고 했다.둘레길 입구에는 혼자 온 시민, 제자들을 데리고 온 교사, 백발 성성한 노인 등 다양한 탐방객으로 붐볐다.
- ▲ 지난해 가을 북한산이 단풍으로 물들자 둘레길에도 사람 발길이 잦아졌다. 숨가쁘게 오르기보다는 햇살과 자연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서울 둘레길이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염동우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ydw2801@chosun.com
지난해부터 걷기 열풍이 불면서 서울 시내 둘레길은 주말이면 '앞사람 엉덩이 보며 산책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붐빈다. '둘레길'은 말 그대로 산의 '둘레'를 빙 도는 길을 말한다. 정상 공격을 목표로 빠르게 오르는 기존 등산과 달리 여유를 갖고 걷는 길이며, 중심보다 바깥 언저리에서 완만하게 오르는 길이다.
서울시가 지정한 둘레길은 크게 보면 두 코스다. 인왕산~남산~낙산~북악산 등 성곽길을 잇는 '내사산(內四山·서울 사대문 안쪽의 산) 둘레길'(21㎞)과 북한산~수락산~아차산 등 서울 외곽지역 산길을 잇는 '외사산(外四山) 둘레길'(157㎞)이다. 서울시는 현재 이 중에서 관악산, 인왕산, 불암산 36㎞ 구간에 25억원을 들여 숲길과 노면을 정비하고 있다.
서울시 푸른도시국 온수진 팀장은 "방대한 규모지만 새롭게 길을 파헤치는 게 아니라 대개 이미 나 있는 산길을 걷기 편하게 만들고 있어 2014년까지 정비를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13개 자치구에 걸쳐있는 외사산 둘레길은 쉬지않고 이틀 반나절 넘게(62시간) 걸어야 완주할 수 있다. 중구와 종로구에 걸쳐있는 내사산 둘레길은 걷는 데 9시간 정도 걸린다.
날짜별로 코스를 부분 부분 골라 걷는 재미와'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느림의 철학'이라는 매력으로 둘레길이 인기를 얻자, 서울시 25개 자치구도 산책로 홍보전(戰)에 나서고 있다. 대부분 '걷고 싶은 길''생태탐방로''올레길' 등의 이름을 붙여 자체 산책 코스를 개발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송파·광진·강동구), 서울보건연구원이 선정한 '삼림욕에 좋은 피톤치드가 가장 많은 둘레길'(강북구)처럼 차별성을 강조한 곳도 있다.
관할지에 큰 산(山)이 없는 동작구는 둘레길 대신 국립현충원~한강수변길~보라매공원으로 이어지는 12.23㎞ 구간을 '동작 올레길'로 내놨다.
서울시는 이렇게 자치구에서 내놓은 산책로가 110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이지현 사무처장은 "둘레길 문화가 활성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최근 사람이 많이 몰리면서 생태계 파괴도 예상된다"며 "인원 제한 같은 조치를 적절히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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