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도보여행정보☞/♡ 산행·여행 지도 & 정보

[오지 여행] 삼척 신리 너와마을

by 맥가이버 Macgyver 2011. 9. 22.

 

[오지 여행] 삼척 신리 너와마을

  • 입력 : 2011.09.22 09:13

첩첩산중에 엉기성기 엮은 집, 150년을 훌쩍 넘겼네

살던 집을 버리고 산으로 접어든 사람이 많던 시절이 있었다.

산천초목엔 그들이 살 만한 논도 밭도 집도 없었다.

나무와 풀을 베고 일구면 그 터전이 곧 집이요, 밭이요, 논이 됐다.

그 화전민이 지은 집이 너와집이다.

너와집은 깊은 산 속에서 기왓장도 이엉도 구할 수 없고,

그저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나무로 엉기성기 엮은 집을 말한다.

세상의 눈을 피해 첩첩산중 심산유곡 오지의 자연환경에 맞춰지었다.

 

삼척 신리 너와마을에서 소황골 계곡을 따라
1시간쯤 올라간 곳에 자리한 천영숙씨의 집.
해발 850m 산속에 자리 잡고 있으며, 예전에는 호랑이가 출몰했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기자 gokorea21@chosun.com

 

너와집은 산간 지역인 오대산 부근 강원 평창군 진부면 속칭 가래골,

강원 강릉시 연곡면 속칭 가마소,

강원 인제군 북면 용시암골,

백두대간 중간기점인 강원 삼척 신리 너와마을·대이리·동활리 등 깊은 산중에서만 볼 수 있다.

모두 중요 민속문화재 제33호로 지정돼 있다.

이 중 삼척 신리 너와마을 너와집은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태백시의 바로 경계 너머에 있는 삼척 신리는 행정구역은 삼척이지만 태백에 더 가깝다.

백두산에서 시작된 백두대간 줄기가 금강산을 거쳐 뻗어내려

태백 매봉산에서 낙동정맥으로 갈라진 그 언저리 산간 지역에 있다.

승용차로 가는 길 도중에 남한에서 가장 높은 고개로 알려진

함백산 자락의 만항재(1330m)와 두문동재(1268m) 등 1000m 넘는 준봉이 즐비하다.

신리 너와마을에 천영숙(72)씨가 6대째 살고 있다. 6대면 150년을 훌쩍 넘기는 세월이다.

너와마을은 고도 480m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도 많이 내려온 편이다. 그러나 여기가 목적지가 아니다.

이곳은 천씨가 자식들 교육을 위해 40여 년 전 '하산'해서 정착한 집이고,

원래 살던 곳은 1시간쯤 산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곳으로 향했다.

소황골이라 불리는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도저히 길이 없을 것 같은 깊은 계곡이다.

'한국 700명산'을 쓰고 천씨를 만나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 신명호씨가 안내에 나섰다.

등산로 주변은 온갖 나무와 풀로 뒤덮여 있었다. 야생 다래랑 머루, 대추나무도 간혹 눈에 띄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천연 열매라 향기는 더욱 진했고, 맛도 신선했다.

약 40분쯤 올랐을까,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면서 자욱한 안개가 깔린 원시림이 펼쳐졌다.

마치 선계(仙界)에 온 듯한 느낌이다.

산길을 30분 정도 더 가니 계곡 너머 천씨의 집이 보였다.

숲 속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집은 '어떻게 이런 곳에 집을 짓고 살 수 있단 말인가!' 하는 감탄과 호기심을 자아냈다.

GPS로 고도가 850m쯤 됐다. 북한산이 836m 정도 되니 그보다도 더 높은 곳에 살고 있는 셈이다.

천씨 얼굴에선 세월의 무게가 그대로 드러났지만 자연과 더불어 산 흔적인 해맑은 미소를 지니고 있었다.

곧 쓰러질 것 같은 허름한 집에 백수십 년째 살고 있다고 한다.

"고조할아버지부터 이곳에 들어와서 살기 시작했으니 벌써 150년이 훨씬 넘었지.

원래 사는 사람이 없어 신개척지로 여기며 들어왔다고 해.

할아버지 얘기로는 호랑이가 많이 나와 문턱도 높게 했다네.

밤이 되면 호랑이가 열지 못하게 문에 조그만 구멍을 내어 양쪽 문을 줄로 서로 묶어 놓았어.

할아버지는 자다가 호랑이 소리를 듣곤 했다고 들었어.

예전에는 30여 가구나 있었는데, 지금은 자식들 교육 때문에 다 내려가고 나뿐이야."

천씨의 집 앞은 확 트였지만 양쪽으로 대추나무가 에워싸고 있다.

그 위로 널찍한 밭에 노란꽃을 피운 메밀이 수확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수·당귀·황기·콩·감자·팥·두릅 등 갖가지 산나물과 약초도 즐비했다.

천씨는 이런 산나물과 약초를 짊어지고 내려가 팔아 10남매(6남4녀)를 키웠다.

그를 두고 먼저 내려왔다. 올라가는 길과 내려오는 길은 달랐다.

첩첩산중 오리무중의 산길은 내려올 때도 여전히 헷갈렸다.

내려오는 길에 그 오지 마을, 너와마을 천씨의 집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문명의 이기라고는 라디오 하나뿐인 집이다. 그것도 나오다 안 나오다 한다.

천씨는 매시간 나오는 라디오 뉴스를 통해 시간을 가늠한다고 했다.

 

자연의 시간은 항상 그와 함께 흐르지만 하산한 자식들은 인간의 시간에 맞춰져 있으니,

그도 라디오를 통해 인간의 시간을 알아야 했다.

그의 집은 자연의 시간이 흐르는 곳이었다.

 

 

 

찾아가는 길

서울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경부고속도로는 신갈분기점,

중부고속도로는 호법분기점에서 영동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남원주에서 중앙고속도로로 바꿔 탄다.

만종분기점에서 나와서 제천교차로, 동막교차로, 황지교사거리 등을 거쳐

통리삼거리에서 원덕·신리 방면으로 좌회전하면 바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