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臥死步生)'고 했다.
맥가이버는 '산 따라 강 따라 길 따라' 걷는 것을 죽고사는 차원이 아닌 즐기는 차원에서 걷는다.
즉, 좋은 길을 걷다가 새로운 환경이나 상황, 사람을 만나면서 알게 되고, 느끼고, 감동 받고, 깨닫는 것을 즐긴다.
맥가이버의 낭만도보 - '월드컵경기장역에서 하늘공원-난지한강공원-선유도공원을 거쳐 당산역까지' 코스
오늘은 '하늘공원'에 올라 낙조와 노을빛에 물든 억새꽃을 감상하고 한강변으로 내려와 야경을 감상하는 여정으로 나선다.
10월 14일부터 23일까지 하늘공원에서 제10회 서울억새축제를 한단다.
벌써 10년!
몇 년째 계속 하늘공원에서 억새축제를 하면 구경을 갔었는데...
축제가 아니더라도 하늘공원은 이런저런 연유로 자주 올랐었다.
월드컵경기장역에서 난지연못을 거쳐 하늘계단(동쪽)을 타고 하늘공원에 낙조를 감상하고,
하얗게 핀 억새가 노을빛에 물드는 광경을 지켜본 후...
최근 노을공원 입구와 이어지도록 새로 만들어진 '서쪽 하늘계단'을 내려서서 한강변으로 나선다.
한강변을 따라 하나 둘씩 불밝히는 가로등의 불꽃을 감상하며 야경이 아름다운 성산대교를 거쳐
양화대교를 건너 '선유도공원'에 들렀더니 '2011서울시창작공간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다.
잠시 구경하고 선유교를 건너 당산철교를 거쳐 당산역에서 여정을 마치니 3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 '월드컵경기장역에서 하늘공원-난지한강공원-선유도공원을 거쳐 당산역까지 걷다'의
▼ 17시 57분 -저곳은...
▼ 하늘공원 낙조전망대 옆에 최근 새로 만들어진 하늘계단(서측) 입구...
▼ 17시 58분 - 계양산 뒤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니...
노을과 시(詩) / 김규동
혼자만 와서 불타는 저녁노을은
내게 있어 한 고통이다.
가슴을 헤치고
혼자만 와서 불타는 저녁 노을을
원망하며 바라본다.
노을 속에서는
언제나 우렁찬 만세소리가 들리고
누님의 얼굴이 환히 비친다.
이러한 때
노을은 신이 나서 붉은 물감을
함부로 칠하며
북을 치며 농부들같이 춤을 춘다.
한컵의 냉수를 마시고
오늘도 빈손으로 맞는 나의 저녁노을.
저녁노을을 쳐다보는 사람은 벌써
도시(都市)없다.
노을 / (전은영·시인)
바이올린을 켜십시오
나의 창가에서 타오르던 오늘
상기된 볼 붉은 빛 속에 가만히 감추고
사랑의 세레나데를 연주해 주십시오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주십시오
곧 다가올 달빛 함께 가벼운 춤 출 수 있게
고운 선율로 복숭아 빛 그대 볼 감싸 안게 다가오십시오
떠나버린 한낮의 뜨거움을 새악시 외씨버선처럼
조심스레 산등성이에 걸어 놓고
또 다시 돌아올 아스라한 새벽 빛 맞으러
길 떠날 수 있게
사뿐한 사랑으로 그대 내게 오십시오
노을 / (나태주·시인, 1945-)
저녁노을 붉은 하늘 누군가 할퀸 자국
하느님 나라에도 얼굴 붉힐 일 있는지요?
슬픈 일 속상한 일 하 그리 많은지요?
나 사는 세상엔 답답한 일 많고 많기에 …
노을 빛 기도/ (이양우·시인, 1941-)
고개를 넘어가는 노을 빛은 빛의 가난을 용서합니다.
용서하기 힘든 용서를 무욕의 손으로 씻어냅니다.
노을 빛은 천천히 그러나 초연한 저 켠의 나래들을
뒷걸음질로 반추하며 비움의 철칙으로 화답하고 있습니다.
노을 앞에서는 증오의 활시위도 꺾어집니다.
가장 강한 자의 오만도 용서합니다.
핍박과 배반의 수레를 쉬게 합니다.
노을은 잿빛 하늘이 아닙니다. 평화의 하늘입니다.
노을은 괴로움의 하늘이 아닙니다. 행복의 하늘입니다.
이제는 나 자신을 위해서 오해를 거두어야 합니다.
그대를 용서하지 않으면 나 자신으로부터 나를 가둡니다.
그대는 나의 스승입니다. 나를 깨우쳐 주었음 이니
그대에게 갚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죄로 부터의 사슬을 풀어 내는 작은 기도 말입니다.
노을 / (최윤경·시인)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를 곱게 물들이는 일
세월과 함께 그윽하게 익어가는 일
동그마니 다듬어진 시간의 조약돌
뜨겁게 굴려보는 일 모지라진 꿈들 잉걸로 엮어
꽃씨 불씨 타오르도록 나를 온통 피우는 일
* 잉걸=불 잉걸 : 불이 이글이글 하게 핀 숯덩이
석양 / (허형만·시인, 1945-)
바닷가 횟집 유리창 너머 하루의 노동을 마친 태양이
키 작은 소나무 가지에 걸터앉아 잠시 쉬고 있다
그 모습을 본 한 사람이 '솔광 이다!'
큰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좌중은 박장 대소가 터졌다
더는 늙지 말자고 '이대로!'를 외치며 부딪치는 술잔 몇 순배 돈 후
쳐다본 그 자리 키 작은 소나무도 벌겋게 취해 있었다
바닷물도 눈자위가 볼그족족 했다
황혼 / (조옥동·시인, 충남 부여 출생)
온종일 건너온 고해를 피안의 테두리 안으로 밀어 넣는
이승과 저승이 만나는 곳
수평선 위에 바닷 새 한 마리 불타고 있다.
하루의 제물을 바치고 있다.
황혼 까지 아름다운 사랑 / (용혜원·목사 시인, 1952-)
젊은 날의 사랑도 아름답지만
황혼까지 아름다운 사랑이라면 얼마나 멋이 있습니까
아침에 동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태양의 빛깔도
소리치고 싶도록 멋이 있지만
저녁에 서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 지는 태양의 빛깔도
가슴에 품고만 싶습니다
인생의 황혼도 더 붉게 붉게 타올라야 합니다
마지막 숨을 몰아 쉬기 까지 오랜 세월 하나가 되어
황혼까지 동행 하는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입니까.
노을 / (홍해리·시인, 1942-)
보내고 난 비인 자리
그냥 수직으로 떨어지는 심장 한 편
투명한 유리잔 거기 그대로 비치는 첫 이슬
빨갛게 익은 능금나무 밭 잔잔한 저녁 강물
하늘에는 누가 술을 빚는지 가득히 고이는 담백한 액체
아아, 보내고 나서 혼자서 드는 한 잔의 술.
황혼이 질 무렵 (홍수희·시인)
석양을 보면 떠나고 싶다
이름 석 자 내 이름은 벗어버리고
의자에 앉았으면 앉았던 그 모습으로
언덕 위에 섰으면 서 있던 그 모습대로
바람이 불어오면 나부끼던 머리카락 그대로 두고
항상 꿈보다 더 깊은 꿈속에서
나를 부르던 아, 이토록 지독한 향수!
걸어가면 계속하여 걸어가면 닿을 것 같은
보이지 않는 그곳이 있어 아, 이토록 지독한 향수!
노을 / (서정윤·시인, 1957-)
누군가 삶을 마감 하는가 보다 하늘에는 붉은 꽃이 가득하다
열심히 살다가 마지막을 불 태우는 목숨
흰 날개의 천사가 손잡고 올라가는 영혼이 있나 보다
유난히 찬란한 노을이다.
노을 (나호열·시인, 1953-)
어둠끼리 살 부딪쳐 돋아나는
이 세상 불빛은 어디서 오나 쓰러질 듯 쓰러질 듯
서해 바다 가득한 노을을 끌고 돌아오는
줄 포항 목선 그물 속 살아서 퍼득 거리는 화약 냄새
저녁 노을 (손광세·아동문학가, 1945-)
비 맞아 떨어진 벚나무 단풍.
책 속에 고이고이 끼워 두었지만
나 몰래 빠져나간 그 고운 빛깔.
누이야, 저 하늘에 걸려 있구나!
노을 / (조병화·시인, 1921-2003)
해는 온종일 스스로의 열로 온 하늘을 핏 빛으로 물들여 놓고
스스로 그 속으로 스스로를 묻어간다
아, 외롭다는 건 노을 처럼 황홀한 게 아닌가.
▼ 18시 01분 - 낙조를 감상하고 다시 억새밭으로...
▼ '산-하늘-문'
▼ 18시 07분 - 하늘공원 중앙로
▼ 18시 09분 - 하늘공원 중앙데크에서...
▼ 낙조를 바라보니...
▼ 18시 12분 - 하늘을 담는 그릇
▼ 18시 13분 - 하늘을 담는 그릇
▼ 18시 16분 -
▼ 18시 23분 - 하늘공원 낙조전망대로 돌아와서...
☞ 여기서 '월드컵경기장역에서 하늘공원-난지한강공원-선유도공원을 거쳐 당산역까지 걷다' - 2부를 마치고...
-▥☞ 1부[월드컵경기장역→난지연못→하늘계단→하늘공원 노을전망대]는 여기를 클릭.☜▥-
-▥☞ 2부[낙조전망대→'산-하늘-문'→'하늘을 담는 그릇'→낙조전망대]는 여기를 클릭.☜▥-
-▥☞ 3부[낙조전망대→하늘계단→난지하늘다리→거울분수→성산대교]는 여기를 클릭.☜▥-
-▥☞ 4부[성산대교→양화대교→선유도공원→선유교→당산철교→당산역]는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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