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사비길
기사입력 2011-07-15 03:00:00
찬찬히 걷다보면 백제가 마중나와
《‘…그리운 그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없어도/맑은 그 숨결/들에 숲 속에 살아갈지어이/쓸쓸한 마음으로 들길 더듬는 행인아….’(신동엽의 시 ‘산에 언덕에’의 일부) 충남 부여의 백제대교 인근 신동엽 시비에는 그의 시 가운데 가장 서정적이라는 이 시가 새겨져 있다.‘껍데기는 가라’로 더 잘 알려진 시인이지만 그를 기리는 고향의 시비는 혁명보다 서정을 담았다.》
사비길 코스의 하나인 충남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부여중학교와 정림사지 사이의 도성길. 가족 단위 주민들이 산책 삼아 비온 뒤 이 길을 걷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부여시내에 마련된 역사문화 둘레길인 ‘사비길’을 걸으면 그의 생가에 들러볼 수 있다. 부여군은 “시처럼 ‘들길 더듬는 행인’의 마음으로 천천히 걷다 보면 백제의 숨결을 한결 더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제 유적은 신라 유적에 비해 멸실됐거나 훼손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양적인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빈약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부여 관광은 걸으면서 가까이에서 음미해야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부여시내는 좁은 공간에 많은 문화유적이 있어 더욱 그렇다. 이에 따라 부여군은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 역사 자원을 스토리로 한데 엮어 관광객들이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길의 조성에 나섰다. 흔치 않은 역사 문화 둘레길인 ‘사비길’도 이렇게 탄생했다.
첫 번째 코스인 왕궁길(10km)은 ‘부소산성∼신동엽 생가∼서동공원∼국립부여박물관∼정림사지∼부소산성’으로 정했다. 두 번째 코스인 도성길(18km)은 ‘부소산성∼구드래∼4대강 산책로∼정계채 가옥∼서동공원∼신동엽 생가∼국립부여박물관∼금성산∼왕릉∼가탑리∼서동공원∼정림사지∼부소산성’이다. 왕궁길은 2시간 반, 도성길은 4시간 반이 소요된다.
부여군은 연말까지 사업비 3억2000만 원을 들여 이 구간의 도로를 정비하고 코스 주변에 안내표지판과 편의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또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관광안내를 해주는 QR코드도 주변에 부착하기로 했다. 사비길과는 별도로 백제부흥운동의 본산인 임천면의 성흥산성 등산로를 따라가는 ‘성흥산성 솔바람 길’(5.8km)도 연말까지 조성하기로 했다. 또 부여읍 구드래 금강변과 백제문화단지 등을 연결하는 ‘백마강 녹색 다물길’(20km)을 10월 말까지 구축하기로 했다.
○ 부소산, 정림사지, 연꽃축제…
코스 가운데 부소산은 그 자체로 하나의 둘레길이다. 해발 106m로 하이힐 산행이 무리 없을 정도로 낮고 평평해 주민과 관광객의 산책코스로 이용되고 있다. 부소산성 군창지 영일대 송월대 사비루 영일루 반월루 백화정 궁녀사 삼충사 낙화암 고란사 조룡대 등 무수한 유적을 만날 수 있다.
부여시내 중앙에 있는 정림사지 5층석탑(높이 8.33m)은 건립 시기는 알 수 없지만 현존하는 석탑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여문화원 인근에 있는 신동엽 시인의 생가는 감나무와 은행나무 오동나무 등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대문 위에 ‘신동엽 생가’란 문패가 있고 처마에는 ‘우리의 만남을 헛되이 흘려버리고 싶지 않다’는 액자가 걸려 있다.
연꽃축제(21∼24일·041-830-2922)를 앞두고 있는 서동공원인 궁남지는 벌써 연꽃으로 뒤덮였고 이 모습을 앵글에 담으려는 사진작가들이 줄을 섰다. 공연 ‘서동의 노래’와 종이 연꽃 만들기 등 16가지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국립부여박물관(041-830-8439)은 관광객도 참여할 수 있는 여름방학 프로그램을 마련 중이다. 향로 만들기 등이 포함된 ‘기구 타고 떠나는 백제금동대향로’와 ‘향로 속 주인공이 되다!’ 행사가 23일과 29일에 각각 열린다. 박물관이 연꽃축제 연계 프로그램으로 22일 여는 ‘문화재 속에 핀 연꽃’은 연꽃 문양이 있는 유물을 찾아보고 궁남지를 답사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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