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나무 / 김백겸
천둥 같은 침묵이 말씀을 했다
자작나무 / 김백겸
숲 속 자작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흰 눈이 내리고 햇빛이 찬란하게 비친 동지가 지난 어느 날 자작나무는 성스러운 세계목이 되었다 구름 위의 하늘과 대지의 지하를 오르내리는 샤먼의 경배에 의해 온 우주의 소리와 빛을 보고 듣는 천수관음이 되었다
숲 속에 자작나무는 전에는 그냥 평범한 나무였다
봄이 오면 새 잎을 피우고 가을이 오면 흰 가지로써 바람에 온 몸을 내 맡기는 뿌리에 온 몸의 생명을 내려보내 부활의 시간을 기다리는 목숨의 명령에 복종하는 노예였다
숲 속에 자작나무는 어느 날 불멸의 환상을 품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세계의 질서를 믿기 시작했고 흰 몸과 푸른 잎들은 신의 마음으로 타고 있는 불길임을 자각했다 흰 몸과 푸른 잎들이 불사조처럼 날아가 빛과 하나가 되는 존재임을 믿기 시작했다
숲 속에 자작나무는 그 때부터 마음에 빛을 내기 시작했고 신의 모습을 본 모세처럼 숲의 운명을 나무들에게 빛의 침묵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
'▣감동과 깨달음☞ > ♡ 좋은 시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다가 보면 / 이근배 (0) | 2012.02.08 |
---|---|
여분의 죄 / 서정윤 (0) | 2012.02.08 |
김용택 /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0) | 2012.02.05 |
그대에게 가는 모든 길 / 백무산 (0) | 2012.02.05 |
봄길 / 정호승 (0) | 2012.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