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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山과길의 글·시

산을 배우면서부터 / 이성부

by 맥가이버 Macgyver 2012. 5. 22.

 

 

산을 배우면서부터 / 이성부
                                                                              

산을 배우면서부터
참으로 서러운 이들과 외로운 이들이
산으로만 들어가 헤매는 까닭을 알 것 같았다

슬픔이나 외로움 따위 느껴질 때는
이미 그것들 저만치 사라지는 것이 보이고

산과 내가 한몸이 되어
슬픔이나 외로움 따위 잊어버렸을 때는
머지않아 이것들이 가까이 오리라는 것을 알았다

집과 사무실을 오고 갈 적에는
자꾸 산으로만 떠나고 싶어 안절부절
떠나기만 하면 옷 갈아입은 길들이 나를 맞아들이고

 

더러는 억새풀로

삐져나온 나뭇가지로
키를 넘는 조릿대 줄기로
내 이마와 빰을 때려도
매맞는 즐거움 아름답게 살아남았다

가도 가도 끝없는 길 오르락내리락
더 흘릴 땀도 말라버려 주저앉을 적에는
어서 빨리 집으로만 돌아가고 싶었다

산을 내려가서
막걸리 한 사발 퍼마시고

그냥 그대로 잠들고만 싶었다

이렇게 집과 산을 수도 없이 오가면서
슬픔과 외로움도 산속에서는
저희들끼리 사이 좋게 잠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