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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피서산행 | 부수베리골] 암반 계류를 절벅거리며 걷는 이 맛!

by 맥가이버 Macgyver 2012. 7. 27.
[계곡 피서산행 | 부수베리골] 암반 계류를 절벅거리며 걷는 이 맛!
  • 글·사진 안중국 편집장 
널빤지 같은 암반 위로 부채처럼 펼쳐지는 계류의 연속 가목리~이기령~임도~남쪽 지류~가목리 13km
▲ 부수베리골 남쪽 지류의 암반 계류를 절벅거리며 내려오고 있는 취재팀. 부수베리골은 주류든 지류든 거의 이런 모습으로 시종일관한다.

“정선 골수파 산꾼 세 분한테 물어봤는데요, 똑같이 꼽는 데가 부수베리골이에요. 정선 사람들만 주로 찾아가는 피서 계곡이라고 하던데요.”

정선 가리왕산 기슭에서 소박한 농가 민박집 수정헌을 운영하고 있는 여성산악인 권혜경씨는 정선의 숨은 피서산행지 추천을 부탁하자 그렇게 답신을 해왔다. 정선에 좋은 계곡이 많지만 대부분은 널리 외지 사람들에게까지 알려진 것들이다. 부수베리골은 이태 전 괘병산길 취재 때 하류부를 본 적이 있다. 참으로 암반 풍치가 대단하다며 감탄한 적이 있는데, 이 골짜기의 상류부도 그렇듯 넓은 암반계곡으로 아름답다는 권씨의 말이었다.

백두대간 종주꾼들 중에는 이 계곡을 본 이들이 좀 있을 것이다. 이기령이라는, 백두대간상의 주요 지표가 되는 고갯마루에서 서쪽으로 길게 뻗은 계곡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주꾼들은 대부분 이 서쪽 부수베리골이 아니라 동쪽으로 하산한다. 그쪽이 훨씬 빠르고 쉽기 때문이다. 많은 종주꾼들이 지척의 이기령을 넘나드는 와중에도 부수베리골이 숨은 계곡일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데 연유한다. 이곳의 행정지명은 정선군 임계면 가목리. 부수베리란 지명의 ‘부수’는 부싯돌, ‘베리’는 벼랑이란 뜻이라고 한다.


▲ 부수베리골 위치도
계곡 건너는 곳엔 커다란 징검다리

이태 전과 달리 부수베리골로 드는 삼거리길목이며 산기슭엔 펜션들이 들어선 것이 뵌다. 이태 전의 하산 계곡이었던 명주목이골 입구를 지나 좀더 오르자 자물쇠가 채워진 차단기가 원방재 방면의 임도 입구를 막고 있다. 이곳에 차를 세우고, 가마때기만 한 장기돌 모양의 바윗덩이들로 징검다리가 놓인 부수베리골을 건넜다. 계곡 건너로는 널찍한 임도가 뵌다. 부수베리골 상류부는 모두 다섯 가닥의 큼직한 지류들이 부챗살 형상으로 뻗어 있다. 어제 비까지 내렸다는데, 이 다섯 지류의 물이 모두 합쳐진 수량 치고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농로를 따르자 곧 오른쪽으로 넓은 채소밭이 펼쳐지고, 그 끄트머리께엔 작은 농가도 뵌다. 안개가 자우룩하니 끼어, 채소밭 저편의 그 집은 실재하지 않는 환영 같다. 아까 처음에 건넜던 것과 같은 넓고 큰 징검다리로 다시 계곡을 건너고, 취수탱크 앞 차단기를 또한 지나자 비로소 짙은 수림 속으로 들었다. 태풍이나 겨울 적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쓰러진 거대 소나무들로 길이 가로막히긴 했지만 옛 임도를 따르는 등행로는 편했다. 다만 찾는 이가 많지 않은 듯 간혹 수풀에 족적이 희미해졌다. 표지리본도 낡은 것이 드물게 보일 뿐이다.

▲ 1 부수베리골에서 본 어린 고라니의 사체. 부수베리골 상류부에서 사람의 흔적은 희 미했다. 2 이기령과 고적대 사이임을 알리는 팻말. 이 팻말이 선 곳에서 서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임도를 만난다.
저 아래로 내려다뵈는 계곡 암반은 반반하고 완경사다. 얇은 판석을 여러 장 겹쳐 깔아둔 듯한 암반이다. 그 위로 얇게 물살이 퍼져 흐르고 있고 푸른 수목의 이파리들이 고개를 드리우고 있다. 그 풍경 속에 직접 한 번 들어서고 싶어져, 계류 암반으로 내려섰다. 워낙 갈래가 많아서 장마 이후 한동안은 이런 정도의 수량은 유지할 것 같아 뵌다.

하긴, 그래서 정선 사람들이 피서 계곡으로 찾아드는 것 아닐까. 더위 속의 계류 걷기는 이따 하산길에 즐기기로 하고 일단은 시간을 벌어두기 위해 다시 숲길로 올라선다.
죽은 고라니새끼가 길 가운데 누워 있다. 목에 올무가 옭아매진 것도, 목덜미를 물린 흔적도 없는데, 어쩌다 죽은 것인지 알 수 없다.

어두컴컴하던 숲 저편이 어느덧 훤해진다. 어느새, 땀도 제대로 흘리지 않았는데 이기령 임도에 올라선 것이다. 오르막의 경사가 이렇듯 순한 고개도 있구나 싶다. 하긴, 출발점인 임도 차단기가 해발 660m이고 이기령은 840m로 고도차가 180m밖에 나지 않고 지점 간 거리는 직선거리로도 4km쯤 되니 급경사가 생길 수 없겠다.

▲ 1 부수베리골의 암반계류. 계곡 옆으로는 길이 나 있기도 하다. 2 부수베리골 남쪽 지류의 널찍한 소를 지나는 취재팀. 부수베리골은 평평한 편마암으로 이루어진 계곡이어선지 소들도 넓기만 하고 깊지는 않았다.
이기령 임도변에는 커다란 ‘대한민국 백두대간’안내판이 서 있다. 임도를 따를까 하다가 일부 구간이나마 대간 종주로를 걸어보기로 한다. 임도를 가로질러 숲속으로 들어가면 이기령 등산로 안내팻말이 서 있으며, 여기서 오른쪽 안개 자우룩한 숲속 길로 방향을 잡아 들어간다. 고갯마루에서 동쪽 이기동 방향으로 몇 분만 내려가면 물이 잘 나는 샘이 있다고 백두대간 종주만 10여 회 이상 한 ‘백두대간 박사’ 이구씨(네팔자이언트 대표)가 일러준다.

완경사의 오르내림을 몇 번 반복하며, 안개 속에서 번갈아 나타나는 백두대간 주릉의 아름드리 노거목들과 눈맞추며 설렁설렁 20분쯤 걷자 임도로 내려서는 갈림길목이 나타난다(좌표 N37 28 48.5 E128 59 17.5). 벤치에 앉았다가 임도로 곧 내려선 다음 계획대로 임도를 따라 남쪽으로 걸었다. 조금 오르막인 임도는 잘 다듬어진 상태로 걷기에 좋았다. 마침 날이 흐린 덕이기도 하다. 만약 맑았다면 뙤약볕에 좀 고역이었을 것이다.

▲ 부수베리골 개념도
애초의 궁리는 임도로 내려선 다음 임도를 1.2km쯤 따르다가 개념도상의 a지점에서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 나타난 대로 산비탈길로 하여 계곡으로 내려서 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a지점에서 임도를 버리고 능선으로 내려선 순간 이건 아님을 깨달았다. 능선 자체에 족적이 거의 없었거니와 왼쪽으로는 엄청난 급경사였다.

다시 임도로 올라와 희망을 걸고 간 곳은 b지점. 부수베리골은 전체적으로 순하므로 이곳 b지점에서 쉽게 계곡을 타고 내려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는 그러나 순식간에 걱정으로 바뀌었다. 임도 아래 사면을 뒤덮고 있는 너덜겅지대를 조심스레 지나 지류로 내려서보니 급경사 암반이고 좁아서 도저히 사람 몸으로는 내려가기 어려웠다.

다시 임도로 올라선 다음 c지점에서 아래쪽 능선에 승부를 걸기로 했다. 지형도로 보아선 비교적 완경사였다. 역시, 경사가 그리 급하지 않은 능선이 c지점(세계측지계 좌표 N37˚ 28' 31˝ E128˚ 58' 41.5˝) 아래로 내려다보였다.

▲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2만5천분의1 지형도 도전(道田)의 부분 지도. 취재팀은 먼저 지형도에 나타난 a지점 왼쪽의 사면 길로 하산하려 했으나 지형도와 달리 길이 없었다. 때문에 다시 임도를 따라 걷다가 b지점에서 계곡을 만나 하산하려 했으나 너무 급하고 좁은 암반 협곡이었다. 지형도를 보니 c지점에서 계곡 쪽 내리막 능선이 그중 완만해 보였고, 예상대로여서 무사히 하산할 수 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일단 내려섰는데, 아뿔싸, 철쭉지대였다. 철쭉이 무성한 지역은 가시덩굴 지대 다음으로 고역이다. 철쭉 줄기는 구불구불 휘며 사방으로 뻗어 사람이 지날 틈을 좀체 내주지 않거니와 뻣뻣하기가 철근 같다. 그래도 절벽 없는 완경사인 것을 안도하며 철쭉과 씨름하기를 20여 분 만에 부수베리골 주류로 내려섰다. 이 괘병산으로 치달은 계곡이 부수베리골의 여러 골짜기 중엔 최장이므로 이 골을 주류로 봐야 할 것이다.

계곡은 완경사이고 가시덩굴이나 성가신 잡목도 별로 많지 않아, 쾌재를 불렀다. 다만 길이랄 것은 없었다. 근래 사람이 드나든 기미는 거의 없고, 멧돼지 무리가 함부로 여기저기 파헤치며 오르내린 발굽 흔적만 여실했다. 하기야 이 외진 지역의 이 골짜기를 약초꾼들인들 쉽게 올 수 있겠나 싶다. 간혹 뚜렷해도 그것이 동물들만의 길임이 확실했던 것이, 밑은 휑하여도 허리춤 위로는 나뭇가지가 성가시게 걸리적거렸기 때문이다.

 

 

널빤지 같은 암반 위로 부채처럼 펼쳐지는 계류의 연속 가목리~이기령~임도~남쪽 지류~가목리 13km
▲ 부수베리골 중류부. 부수베리골은 넓게 물살이 퍼지며 흘러서 아이들이 물놀이 하기 에도 그리 위험하지 않다.
이정표와 잡목 정비 아쉬워

족적을 따르려다 곧 우리는 애초의 기획대로 물줄기를 따라 첨벙거리며 내려가는 계곡 산행법을 택했다. 아예 적시기로 작정하고 물길을 따르면 외려 더 편하고 재미있음은 모두들 진작 터득했다. 마침 골짜기는 아까 지나온 저 하류부처럼 널빤지 모양의 암반이 대부분이고, 간혹 큼직한 호박돌들이 뒤섞여 계곡 경치에 변화를 주었다. 한 길은 넘지 않을 얕고 넓은 소가 펼쳐지기를 반복했다. 이를테면 더위를 잊고 절벅거리며 납량 산행을 즐기기엔 최고라는 뜻이다. 이렇게 판석 모양의 계곡 암반으로 5km 이상 시종일관 이어지는 골짜기는 처음이다.

이 지계곡을 절반 이상 내려가다가 왼쪽으로 나서자 뚜렷한 길이 나왔다. 이곳까지는 사람들이 제법 드나들었던 것 같다. 길이 훤하여 오래지 않아 아까 지났던 이기령 쪽의 물줄기와 합해지는 지점으로 내려섰다. 여러 물줄기가 합해져서 한결 넓고 깨끗한 공간을 가진 부수베리골 주류의 넓은 암반계곡에 나서자 기왕에 신발이며 바짓가랑이는 젖었겠다, 다시 계류 타고 절벅거리며 내려가는 맛에 빠져든다.

이윽고 큰 임도로 나서기 전 계곡 암반지대에서 가볍게 멱을 감았는데, 그 시원함, 상쾌함이란. 풍선처럼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우리는 귀로에 올랐다. 우리가 답사한 이 길에 이정표만 잘 세우고 일부 정비만 해준다면 다시 찾아보기 쉽지 않은 계곡 물탕산행지로 인기가 급상승할 것이다.

▲ 1 안개 자우룩한 백두대간을 따라 걷는 취재팀. 2 부수베리골 남쪽 지류의 넘어진 거목 줄기 밑을 지나는 일행.
교통

서울에서 내비게이션에 임계면 소재지를 찍으면 간혹 영동고속국도를 타고 강릉까지 돌아가는 경로를 가리킨다. 피서철에 영동고속도로 강릉 나들목 일대는 정체가 심하므로 영동고속도로 진부에서 빠져나가 오대천변 59번국도를 타고 북평면~여량면 소재지 거쳐 임계로 가는 것이 좋다. 정선군 임계면 가목리 68을 찍으면 부수베리골 입구 숲속의 아침펜션(010-7799-4718) 앞에 다다르며, 여기서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타고 줄곧 올라가면 징검다리가 놓인 임도차단기 앞에 다다른다(좌표 N37 29 48.4 E128 57 06).

대중교통편은 좀 불편하다. 동서울터미널에서 강릉까지 고속버스로 간 다음 강릉에서 임계까지는 시외버스를 타고 들어간다(40분 소요). 이어 임계에서 택시를 타고 30분쯤 들어가야 임도차단기에 이른다.

숙박(지역번호 033)

부수베리골 일대에 베리골황토민박(010-6388-2236) 등의 업소가 있다. 정선읍내에는 역전의 말끔한 숙소인 아라리모텔(562-1554)을 비롯해 동호호텔(562-9000), 하이아트파크(563-5666), 정선장여관(563-0066), 아름장여관(562-8221~2), 대왕장여관(563-0171), 그림장여관(563-0521), 금강여관(563-0335), 개성여관(562-1555), 서울장여관(563-0042) 등의 업소가 있다.

가리왕산 기슭의 수정헌(守靜軒)은 여성산악인 권혜경씨가 운영 중인 소박한 농가 민박집이다(563-8860).
오토캠핑을 원한다면 임계면 소재지 남쪽의 미락숲이 1차 권할 만한 곳이다. 임계면 소재지에서 남쪽으로 약 3km 달려 ‘낙천1리’ 비석을 끼고 우회전, 낙천교회 앞을 지나 다리를 건너면 미락숲이다. 강변 둔덕에 50여 그루의 아름드리 느릅나무가 숲을 이룬 곳으로, 캠핑은 숲 어디서든 가능하다.

식수는 콘크리트 교량을 건너자마자 왼쪽의 외딴 농가 마당의 수도를 양해를 얻어 써야 한다. 콘크리트 다리 건너기 전, 낙천교회 옆에 작은 매점이 하나 있는데, 여기서 물품을 구입하면 물을 받아갈 수 있다. 차로 5분 거리인 임계면 소재지엔 큼직한 마트가 여럿 있다. 또한 임계면 소재지엔 임계면이 직영하는 깨끗한 목욕탕도 있다. 미락숲이 만원일 경우, 임계면 소재지에서 약 15km 거리인 여량면의 아우라지 나루터를 추천한다. 아우라지의 넓은 자갈밭 뒤편 느티나무, 은행나무, 살구나무 등으로 시원한 그늘이 진 넓은 공터가 그곳으로, 아우라지 사계절민박(033-563-8876)의 사유지다. 텐트 대형 2만 원, 소형 1만 원. 아우라지 돌다리 위로는 물놀이도 가능하다.

맛집(지역번호 033)

임계면 소재지 장터에 먹거리집이 많으며, 영진면옥(563-6655)의 장칼국수 평이 좋다.
정선읍내 먹자골목 안에서는 나물을 넉넉히 써서 정선 주민 단골이 많은 아랑맛집을 권한다(563-0016). 아침식사는 한쌈식당(563-1500) 북어국이 추천할 만, 저녁은 정선군이 인증하는 한방요릿집으로 선정된 한편 양도 푸짐한 춘천닭갈비가 인기다(563-2683).

볼거리

백두대간 약초나라

임계면 도전리 소재. 모노레일을 타고 온갖 약초의 약효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으로, 3만3,000여㎡ 대지에 생약초 100여  종을 체질별, 처방전별, 희귀 자생약초별로 구분 식재해 두었다. 약선 요리도 맛볼 수 있으며 약초방 펜션도 운영한다. 문의 033-562-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