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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근교 막영 & 비박산행 | 부용산 가이드] 남한강, 두물머리 "이게 다 우리 집 앞마당?" 

by 맥가이버 Macgyver 2012. 9. 27.

 

[수도권 근교 막영 & 비박산행 | 부용산 가이드] 남한강, 두물머리 "이게 다 우리 집 앞마당?"
 
 
  • 글·손수원 기자
  • 사진·이신영 기자

 

신원역~부용산~하개산~양수역 12km…정상 나무데크가 최적의 막영지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의 부용산(芙蓉山, 336m)은 2008년 중앙선 전철이 국수역까지 연장되면서 새로운 산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등산객 수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청계산(658m), 운길산(610.2m) 등 주변의 쟁쟁한 명산들 때문에 크게 붐비지 않는 산이다.


 
▲ 1 부용산 정상의 나무데크. 하개산 정상과 함께 남한강과 두물머리를 바라보며 막영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등산객들은 다소 산행 시간이 짧은 부용산만 단독으로 오르기보다는 국수역에서 청계산으로 올라 형제봉(507.6m)을 거쳐 부용산을 연계 산행하는 5~6시간 코스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청계산만 오르는 경우도 많아 부용산은 이웃한 산들보다는 조용한 편이다. 


등산객이 많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한적하게 막영이나 비박을 할 수 있음을 뜻한다. 부용산 정상과 바로 옆 하개산(326m) 정상에선 남한강과 북한강의 합수점인 두물머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낭만을 즐기며 막영을 하기엔 그만이다. 


부용산 산행은 중앙선 양수역과 신원역에서 내리면 바로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막영장비를 넣은 배낭의 무게가 만만치 않기에 출발은 ‘짧고 굵게’ 오를 수 있는 신원역에서 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지하철에서 내려 바로 오를 수 있어 편리
신원역에서 오른쪽으로 나가 주차장을 옆에 끼고 길을 나서면 신원마을이 있는 1.4km 지점까지는 콘크리트 길을 따라간다. 신원역 주차장 맞은편에는 자전거 길이 나 있는데, 이 길은 남한강 자전거 길의 일부로서 중앙역 폐철로 구간을 자전거 길로 꾸민 곳이다. 이 길을 따라 동남쪽으로 내려가면 충북 충주시 탄금대교까지 갈 수 있다.


▲ 2 하개산 정상 나무데크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등산객들.
그들은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맑으면 맑은 대로 산을 오르는 재미가 있다”며 이윽고 우산을 받쳐 든 채 도시락을 펼쳤다.

철로 밑 터널을 지나면 독립운동가 몽양 여운형 선생의 생가와 기념관이 보인다. 기념관은 지난해 12월 개관했는데, 지하1층, 지상1층 규모에 서거 당시 입고 있었던 피 묻은 옷을 비롯해 그가 사용했던 책상, 문구 등 50여 점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기념관 옆에는 그의 생가를 복원해 두었다.


기념관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잠시 잣나무 숲이 펼쳐진다. 신원마을 입구에 이르면 왼쪽으로 ‘부용산 등산로 가는 길’ 이정표가 나온다. 포장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본격적으로 산길로 진입한다. 최근의 큰 비로 흙이 무너져 다소 거칠어졌긴 하지만 길은 뚜렷하게 잘 나 있는 편이다. 잔뜩 찌푸린 날씨는 평범한 산길을 순식간에 원시림의 분위기로 만들어버렸다.


500m 정도 걸으면 안부인 샘골고개에 닿는다. 이곳에서 오른쪽은 청계산(4.88km), 왼쪽은 부용산(0.54km)이다. 정면인 목왕리(0.6km) 방향으로 300m쯤 가면 아주 물 좋은 샘터가 있다. 양수역까지 다른 샘터가 없기에 막영에 필요한 물통을 채울 요량이라면 빼놓지 않고 들러야 한다.


샘터로 가는 길 오른쪽으로 전나무 숲이 형성되어 있는데, 이제까지 올랐던 길과는 달리 넓게 펼쳐진 숲의 풍광은 CF 촬영지를 연상케 할 만큼 이국적이다. 캠핑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당장이라도 텐트를 치고 해먹을 달고 싶을 만큼 터가 좋다. 여기에 때마침 피어오른 안개는 몽환적인 분위기까지 자아낸다.


샘터는 제법 크다. 두 곳의 쇠파이프를 통해 제법 풍부한 수량의 샘물이 나오는데, 왼쪽의 것은 흙에 파이프를 박은 것이고, 오른쪽의 것은 암벽에 파이프를 박은 것이라 미묘하게 물맛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이 샘터는 부용산 주변에 터를 잡고 사는 이들의 우물이기도 해서 신원리와 목왕리 주민들이 운동 삼아 와서 수시로 물을 떠간다고 한다. 


시원한 샘물로 목을 축이고 물통에 물을 채웠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 안부 이정표를 보고 부용산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곳부터 부용산 정상까지 1km 남짓 내리 올라가는데, 고도 차이가 130m밖에 나지 않아 그리 힘들지는 않다. 중간 중간 밧줄이 설치되어 있지만 줄을 잡고 오를 만큼 경사가 급하지는 않다. 


부용산 정상에 이르면 헬리포트와 잡초가 무성한 무덤이 몇 기 있는데 이를 피해가라는 뜻인지 왼쪽으로 펜스처럼 줄을 쳐서 등산객을 유도하고 있다. 여느 산의 정상과 마찬가지로 이곳에도 ‘부용산 336m’란 정상석이 있다. 하지만 사실 이 정상석은 가짜(?)다. 실질적인 부용산 정상은 ‘부인당(정상)’이란 글이 쓰인 이정표가 있는 자리다. 부용산은 부인당이라고도 불리는데, 그에 얽힌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 고려시대에 갓 시집 온 왕비가 왕 앞에서 방귀를 뀌는 실례를 범했다. 화가 난 왕은 왕비를 이곳 부용산으로 쫓아냈다. 하지만 왕비는 홀몸이 아니었다. 왕비는 부용산에서 홀로 사내아이를 낳아 길렀다. 훗날 사내아이가 자라 왕비였던 어머니가 쫓겨 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사내는 왕이 있는 도성으로 가 “저녁에 심으면 다음날 아침에 따 먹을 수 있는 오이씨를 사라”고 외치고 다녔다. 이 소문을 들은 왕은 사내를 불러 그 희귀한 오이가 무엇인지를 물었고, 사내는 “저녁에 심어 밤새 아무도 방귀를 끼지 않아야 아침에 따 먹을 수 있는 오이”라고 답했다.


왕은 자신의 잘못을 크게 뉘우치며 왕비를 다시 찾았지만 이미 왕비는 저 세상 사람이 된 후였다. 그 왕비의 무덤이 이곳에 있다 하여 부용산을 ‘부인당’으로 불렀다는 이야기다. 전설을 알고 나니 정상의 무덤이 혹시 그 왕비의 무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실제 그렇지는 않다.

방귀 뀌어 쫓겨 난 왕비의 전설
부용산은 신라시대의 산성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오로지 터만 남았는데 산 곳곳에서 기와조각들이 발견되는 것을 미루어보면 제법 큰 군사시설이 들어서 있던 곳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곳의 산성은 아마도 남한강을 이용해 서울로 들어가려는 무리를 감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나루터가 많은 두물머리 주변에서 부용산만큼 강을 잘 감시할 수 있는 자리는 드물다.


▲ 1 샘골고개 부근의 샘터에선 사시사철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 주위로 제법 넓은 공터도 있어 쉬어가기 좋다.
2 부용산 정상석. 바위 위에 비석을 올려놓은 모습이 조금 불안해 보인다.
어차피 실질적인 정상이 따로 있는 만큼 좀더 안전한 장소로 옮기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정상에서 강 쪽으로 전망데크가 있는데 이곳에 서면 남한강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하지만 취재 당일은 오후 늦게부터 비가 내린다던 일기예보가 무색하게 오전부터 부슬비가 내려 강의 모습을 어렴풋하게밖에 볼 수 없었다. 하나뿐인 전망용 망원경은 왼쪽 ‘눈알’이 빠져 있어 무용지물이다.


만약 비박을 한다면 이 전망데크가 안성맞춤이다. 데크는 텐트 4~5동을 쳐도 괜찮을 만큼 넓다. 하지만 데크 맞은편에 잡초가 무성하고 무덤이 있을뿐더러 등산객이 자주 오가는 곳이라 이곳이 불편하다면 하개산 정상까지 조금 더 갈 것을 추천한다.


부용산 정상에서 급경사를 내려오면 통나무 모양 의자가 나온다. 이곳에서 왼쪽 내리막길로 방향을 잡는다. 잠시 시야가 트인 공간을 지나면 다시 숲길로 들어가는데, 오른쪽으로는 녹색 철조망이 쳐져 있다. 안내판을 보니 산양산삼을 재배하는 곳이다.


다시 이정표가 나오면 곧장 직진해 신원역으로 내려갈 수도 있으나 막영을 하기 위해선 오른쪽의 하개산 정상 방향으로 가야 한다. 거리는 불과 몇 백 미터로 멀지 않다. 조금 가파른 길을 오르면 하개산 정상이 나온다. 이곳에도 나무데크가 있는데 부용산의 나무데크보다 조금 더 넓고 주변 환경도 아늑하니 훨씬 낫다. 특히 남한강을 조망하는 전망은 이곳이 조금 더 시야가 넓다. 부용산 코스에서 막영이나 비박을 할 요량이라면 이곳이 최적의 장소다.


해발 300m를 조금 넘는 낮은 산이지만 내려다보는 강의 풍광은 제법 웅장하다. 특히 오른쪽으로 시선을 두면 남한강과 북한강의 합수점인 두물머리가 웅장하게 펼쳐진다. 북한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운길산과 예봉산도 어렴풋이 보인다. ‘날씨가 흐리지 않았더라면, 맑은 날은 아니어도 적당히 물안개가 피는 정도만 되었더라도 참 좋았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용산, 하개산 정상 나무데크 막영지로 최적
하개산 정상을 나서면 양수역까지는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경사가 급하지 않은 데다가 군데군데 통나무 계단이 만들어져 있어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다. 용담IC로 내려가는 코스가 조금 더 짧지만 두물머리를 구경할 요량이 아니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편리한 양수역으로 곧장 내려가는 편이 낫다.


내려가는 길엔 소나무 숲이 보기 좋게 펼쳐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쓸모없는 나무’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리기다소나무란 점만 묵과한다면 샘골 주변의 전나무 숲에 비견할 만한 풍광이다.


숲을 지나 작은 논을 지나면 아스팔트길에 내려선다. 오른쪽 콘크리트길을 따라가다가 왼쪽 고가도로 아래를 지나 오른쪽으로 가면 양수역에 도착한다. 자가용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이곳에서 바로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서울로 갈 수 있으니 주말을 이용해 막영채비를 해서 가기에는 더없이 편리하다.


산행길잡이 ■신원역→몽양여운형기념관→신원마을 이정표에서 왼쪽→샘골고개 이정표에서 왼쪽(샘터 이용 시에는 직진했다가 원점회귀)→부용산 정상(막영지)→하개산 정상(막영지)→통나무 계단→삼거리 이정표에서 양수역 방향→양수역(총 12km, 약 3시간 20분).


부용산 코스는 중앙선 양수역이나 신원역에서 출발하는 것이 가장 대중적이고 편하다. 양수역부터 산행을 시작하면 막영을 할 하개산 정상까지 완만하게 경사를 오르지만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반면 신원역에서 출발하면 초반에 급경사를 오르지만 시간은 훨씬 적게 걸린다. 짐이 많은 막영산행이라면 신원역에서 출발해 정상에서 하루를 묵고 양수역으로 내려오는 것을 추천한다.


부용산을 오르는 길은 여럿 있는데 양수역 쪽에서는 용담교, 귀두원교 쪽에서도 올라갈 수 있다. 또 신원역 쪽에서는 신원리성터 안내석이 있는 농산물직판장 근처에서 출발해 부용사 쪽이나 샘골고개 쪽으로 오를 수 있다. 


교통 수도권에서는 중앙선 전철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용산발 첫차는 평일 05:12, 토요일(공휴일) 05:45. 1호선 회기역, 3호선 옥수역에서 중앙선으로 환승할 수 있다. 용산역에서 양수역까지 1시간 13분, 신원역까지는 1시간 17분이 걸린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양수역 공용주차장이나 신원역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주차료는 무료. 차를 세워둔 곳까지 돌아가야 한다면 전철을 타거나 버스 2000-1, 2000-3, 3-4번 등을 이용하면 된다. 택시를 탄다면 요금이 6,000원 정도 나온다. 


맛집(지역번호 031) 신원역 앞 황금연못(772-6859) 식당에서는 붕어찜과 매운탕 등을 먹을 수 있다. 양수역 주변은 식당이 즐비하다. 양서면사무소 앞 연음식 전문점 ‘연밭’(772-6200)은 연잎찰밥·연자녹두전·순두부 등을 낸다. 허가네막국수(774-1375)는 비빔국수와 물막국수가 유명한 맛집이다. 양수역 뒤편의 카페사계(775-4320)는 저렴한 가격에 파스타와 스테이크 등을 먹으며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볼거리 양수역 근처에 세미원이란 식물원이 볼 만하다. 연꽃, 부처꽃, 물옥잠 등 다양한 수생식물이 장관을 이룬다. 출사지로 유명한 두물머리는 세미원에서 걸어서 15분 거리다. 서종면 수능리에 소설가 황순원의 유품 등을 전시한 ‘소나기 마을’이 있다. 다산 정약용 유적지(조안면 능내리)도 가깝다. 산행 중 지나는 몽양여운형기념관(772-2241)도 둘러볼 만하다. 요금은 어른 1,000원, 중고생 800원, 초등학생 500원. 매주 월요일 휴관. 

출처 : 월간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