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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 없는 게 많아서 더 좋은 곳

by 맥가이버 Macgyver 2013. 5. 30.

양구, 없는 게 많아서 더 좋은 곳

  • 양구=글·김성윤 기자
  • 사진·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 입력 : 2013.05.30 04:00

 

아저씨, 여기 군대 말고도 있어요… 맑은 폭포 · 시골 두부

양구 두타연은 적막하다. 텀벙거리며 물놀이하는 아이도 없다. 물건을 파는 장사치도 없다.
먹고 버린 유리병도, 쓰레기 봉지도 없다. 원래 모습 그대로의 자연,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나뿐이다.

강원도 양구(楊口)는 상당수의 대한민국 남성에게 ‘군대’와 함께 연상되는 지역입니다.

그만큼 많은 20대 젊은 남자들이 양구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했고 또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이제 40대 중반이 된 김모씨도 그런 남성 중 하나입니다.

1980년대 양구에서 군복무를 한 그는 “양구에는 볼거리도 즐길 거리도 별로 없어 여행지가 되기 힘들다”고 믿습니다.

아마 양구에서 군 생활을 한 남성들은 대개 그렇게 알겠죠.

하지만 양구는 의외로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부한 곳입니다.

지금부터 여행지로서 양구의 매력을 소개할까 합니다.

 

◇'없어서' 더 좋은 양구

양구는 무엇이 '있어서'보다 '없어서' 더 좋은 여행지다.

군청이 있는 양구 읍내는 한적했다. 자동차와 사람이 드문드문 보였다.

거리에 신호등과 표지판이 모두 갖춰졌지만 지나다니는 차가 별로 없어서 마치 운전면허시험장에 온 듯했다.

항상 차량으로 가득한 도로, 사람에게 밀려다니는 거리에서 지내다 이곳에 오니 마음이 여유롭고 편안했다.

시끄러운 소리, 뿌연 먼지도 없었다. 가득한 것은 투명한 공기와 초록빛 자연이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 양구의 험한 산들은 부드러운 연두색과 짙은 초록색이 뒤섞여 있었다.

양구군청 군정홍보담당 서정혁 주무관은 "양구는 소양강 댐이 생기면서 육지 속 섬처럼 됐다"고 했다.

"소양강댐과 화천댐이 생기면서 도로와 평야지역이 물에 잠겼어요.

그러잖아도 많지 않던 인구가 더 줄어들었지요.

지금 군(郡) 인구가 2만2000명 조금 넘어요."

양구 면적은 약 701㎢로 서울(약 605㎢)보다 넓다.

그런데 인구는 서울(약 1000만명)과 비교할 수 없이 적으니, 한적할 수밖에 없다.


	양구 두타연계곡
 
1 양구 읍내에서 두타연 가는 길. 모내기하는 농부가 세워둔 경운기 말고는 다른 차량이 다니지 않는다.
2 두타연 생태관광코스 곳곳에 붙은 지뢰 경고 푯말.

◇두타연계곡

산과 물, 휴전선으로 막혀 섬처럼 고립될 수밖에 없었던 양구였다.

덕분에 양구의 자연은 원래 모습을 잃지 않고 고스란히 보존될 수 있었다.

양구 여행은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감상하고 즐기는 방향이 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곳이 두타연(頭陀淵)계곡이다. 민간인 통제선 북쪽에 있다.

50여 년 동안 출입이 통제돼 오다 2004년 개방되면서 일반인 관람이 가능해졌다.

두타연은 금강산에서 발원한 수입천 지류인 사태천이

깊은 골짜기 사이를 굽이쳐 흐르다가 만들어진 폭포 아래 있는 물웅덩이다.

과거 1000년 역사를 자랑하던 두타사(頭陀寺)라는 절이 근처에 있었고,

이 절의 이름을 따서 두타연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두타연계곡과 주변 숲에 생태관광코스가 마련돼 있다.

 

코스를 따라 계곡에 다가가자 폭 40m 정도의 절벽 그리고 그 사이로 가늘게 떨어지는 폭포가 보였다.

폭포는 높이가 10m 정도에 불과했지만 물소리가 엄청나게 컸다.

코스를 따라 올라가 폭포가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 전망대에 섰다.

거칠게 밀려내려오는 계곡 물이 부딪혀 물보라를 일으키며 폭포 입구로 빨려 들어갔다.

두꺼운 절벽바위 사이로 깊고 좁은 물길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그리고 다시 왼쪽으로 S자를 그리며 파여 있었다.

이 물길을 물살이 무서울 정도로 급하게 파고들면서 “웅~ 웅~” 소리를 내며 회오리쳤다. 장관이었다.

그리고 이 장관을 감상하는 인간은 우리 그룹 말고는 아무도 없다는 점도 좋았다.

 

두타연계곡은 물이 맑기가 국내 으뜸으로 알려졌다.

서정혁 주무관은 “맑은 물에서만 사는 열목어의 국내 최대 서식지가 두타연계곡”이라고 했다.

계곡 옆으로 작은 약수터가 있다. 바위 사이로 솟아나오는 물이 맑으면서도 달다.

 

두타연계곡 생태관광코스가 군 통제구역 안에 있기 때문에, 이곳을 돌아보려면 약간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하다.

양구군청 인터넷 홈페이지(www.yanggu.go.kr)에 하루 전 오후 1시까지 출입 신청을 해야 한다.

인원은 최소 4명 이상이라야 하고, 문화해설사와 동행해야 한다.

총거리 18㎞쯤 되는 생태관광코스를 꼼꼼하게 산행하려면 4시간 정도 걸리지만,

두타연에서 만난 문화해설사는 “보통 40~50분 정도 코스로 짜서 안내해드린다”고 알려줬다.

월요일은 문을 닫으니 입장할 수 없다.

문의 양구군 경제관광과. (033)480-2189, 2278


	양구 ‘박수근미술관’ 1관 건물 뒤편에 흰 자작나무 숲이 있다.
 
양구 ‘박수근미술관’ 1관 건물 뒤편에 흰 자작나무 숲이 있다.
숲 옆 시냇가에는 큰 돌이 놓인 빨래터가 있다. 박수근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간 듯하다.

◇박수근미술관

박수근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중 한 사람이다.

빨래하는 아낙, 아기를 등에 업은 여자아이처럼 한국인 심상에 남아있는 익숙한 우리의 옛 모습을 그렸다.

유화 물감을 두껍게 칠해 완성한 화면의 투박한 질감은 질그릇 같기도 하고, 화강암 같기도 하다.

그런 박수근의 고향이 양구라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어울린다.

 

그를 기리는 미술관이 그의 생가(生家) 자리에 지난 2002년 문 열었다.

둥그런 화강암을 작은 언덕처럼 쌓아올린 1관 건물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줄기가 하얀 자작나무숲이 나타난다.

숲 옆으로 작은 시냇물이 흐르고, 둥그렇고 커다란 돌을 놓은 빨래터가 있다.

마치 박수근의 그림 속으로 들어선 느낌이다.

 

1관 건물은 박수근의 일대기와 그의 유작전(展) 방명록, 도록, 사진, 동영상 등을 전시했다.

마침 ‘박수근 미술관 소장품 특별전’이 오는 10월까지 열리고 있다.

오전 9시~오후 6시, 월요일 휴무.

성인 1000원, 청소년 700원, 아동 500원.

(033)480-2655, www.parksookeun.or.kr

◇양구중앙시장과 양구 5일장

양구중앙시장은 썰렁할 정도로 한산했다.

‘신창건어물’ 가게 앞 진열대에 있는 참깨에는 누런 마분지 상자를 뜯은 종이에 유성펜으로

‘꼬소하게 아침에 금방 “달달” 볶은 참깨(하지만 아쉽게도 수입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렇게 재미있게 상품 소개를 쓴 주인을 만나고 싶었지만 가게 문은 잠겨 있고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시장수산’ 주인 할머니는 “평일은 손님이 별로 없다”면서 “5일장이 열리는 날이라야 손님이 좀 있다”고 했다.

그러니 기왕이면 양구 5일장이 열리는 날에 맞춰 찾아갈 일이다.

매달 5와 0이 들어가는 날짜에 열린다.


	양구 곰취, 양구중앙시장, 양구 전주식당 '두부전골'
 
1 지금이 제철인 양구 곰취. 2
 양구중앙시장 한 가게 진열대에 놓인 참깨와 고춧가루. 주인이 마분지에 유성펜으로 쓴 설명이 재미있다.
3 ‘전주식당’ 두부전골.
◇정직한 음식, 소박한 식당

 

양구는 깊은 산에서 나는 나물이 유명하다. 요즘은 곰취가 많이 난다.

곰취를 비롯해 양구 특산품을 사고 싶다면 양구군에서 운영하는

‘양구명품관’(033-480-2575·2280, www.yanggu gun.co.kr)이 괜찮다.

1㎏ 한 상자에 1만1000원이다.

100g 기준 말린 취나물은 3500원, 고사리 1만1000원, 토란대 4000원, 무말랭이 3000원 등이다.

양구는 토종꿀도 유명하다.

양구 중에서도 방산면에서 꿀이 많이 나서 아예 ‘방산꿀’이라고 판매하고 있다.

1㎏ 2만원, 2㎏ 3만7500원 받는다. 전화나 인터넷 주문도 가능하다.

택배로 다음 날 받아볼 수 있다. 택배비 2500원이 추가된다.

‘전주식당’은 예전부터 두부가 맛있기로 소문이 났던 곳인데,

최근 한 방송에서 ‘착한 식당’으로 선정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보통 ‘시골 두부’ ‘옛날 두부’라고 하면 결이 거칠고 텁텁하게 진한 고소한 맛이라고 알았는데,

이곳 두부는 매끄럽고 세련된 촉감이었다.

식당 주인 박종운씨는 “기계로 만들어 그렇다”고 했다.

 “삶은 콩을 갈아서 콩 물과 비지를 가르는데, 이때 기계로 하면 압력이 너무 세요.

고운 천으로 하면 천이 터지면서 비지가 콩 물에 섞이게 됩니다.

손으로 하면 고운 천으로도 거를 수가 있어요.

100% 콩 물로만 두부를 만드니 훨씬 부드럽고 식감이 좋지요.

또 장작으로 서서히 불을 지펴야 두부가 맛있는데,

기계로 가열하면 처음부터 불이 너무 세 맛이 떨어집니다.”

 

‘촌두부전골’ ‘두부구이’ 각 7000원, ‘두부김치’는 1만5000원 받는다.

(033)481-7922, 양구군 양구읍 하리 95-82

 

양구에서는 막국수를 즐겨 먹어왔고, 당연히 막국수를 잘하는 식당이 꽤 있다.

‘광치막국수’가 대표적이다. 메뉴판에 ‘주인집 추천 양념’이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육수 ⅓(냉면 사발이 3분의 1 찰 정도로 부으라는 뜻),

 참기름 한 바퀴, 식초 반 바퀴, 겨자 반 스푼, 설탕 1스푼’. 막국수 6000원.

이 밖에 감자전(5000원), 민들레전(6000원)도 판다.

(033)481-4095, 양구군 남면 가오작리 1051.

도촌막국수(033-481-4627·양구군 남면 도촌리 166-2)도 괜찮다고 이름났다.

◇그 밖에 가볼 만한 곳


	양구 두타연계곡 개념도

제4땅굴 & 을지전망대: 제4땅굴은 1990년 발견됐다.

유리 덮개로 덮인 17인승 전동차가 땅굴 내부를 운행해 편리하게 땅굴을 둘러볼 수 있다.

하절기 오전 9시~오후 4시, 월요일 휴무.

을지전망대에서는 날씨가 좋으면 금강산 비로봉도 볼 수 있다.

양구통일관에 신분증을 지참하고 와서 신청하면 된다.

 1인 2500원, 유공자 및 만 65세 이상은 무료. 문의 양구통일관. (033)481-9021

 

광치자연휴양림: 원시림과 폭포, 계곡이 어우러진 경치가 볼 만하다.

문의 (033)482-3115, www.kwangchi.or.kr

 

★여행수첩

서울춘천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서울~양구가 훨씬 가까워졌다. 2시간쯤 걸린다.

양구군 내에서의 이동은 예상보다 길고 오래 걸리니 시간을 넉넉하게 잡는 편이 안전하다.

●양구시티투어: 춘천역에서 매일 오전 10시 관광버스가 양구로 데려간다.

두타연과 박수근미술관, 제4땅굴, 을지전망대 등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다.

1인당 당일 1만원. 적어도 하루 전 예약해야 한다.

양구시티투어 홈페이지(www.ygc itytour.kr)나 양구군 경제관광과(033-480-2385)로 문의하면 된다.

시티투어를 대행 운영하는 매일관광(033-253-4567)에 연락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