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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무궁화 - 정일남

by 맥가이버 Macgyver 2013. 8. 13.

  

무궁화 - 정일남

 

나무의 몸이 할 말이 있어 꽃을 밖으로 내보냈다

한 송이의 꽃이 상징하는 의미가 여러 겹이다

많은 말의 봉오리가 매달려

여제 피었던 아침이

오늘 여전히 날빛으로 피어난다

저것이 유구한 대물림이다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피 흘리며 책임을 다한 뒤에

떨어진 목숨은 제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우산 말아 접듯 곱게 몸을 오므려 마지막을 장식한다

죽은 뒷모습이 아름다운 혼례 같다

어떤 종말이 저런 흉내 낼 수 있을까

꽃 핀 아침보다 떨어진 고요의 저녁이 눈부시다

가장 약한 존재를 문장처럼 표현하는 것

꽃 피고 꽃 지는 하루가 유정하고 무궁하다

너무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으니까

오늘 해가 떨어져도 내일 다시 필

봉오리의 힘이 터질듯 팽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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